권익위, 농어촌공사에 ‘재산권 침해 예방과 구제방안 마련’ 권고

공사, 민원인에게 “소송하라” 권하며 해결 지연
필요자산 7천여 필지 중 실제 매입 0.9% 불과
공공편입 포함 자산매각은 최근 5년간 6천억 원
“연간 유지관리 3천500억, 정산 어려워” 볼멘소리
권익위 권고 따라 시설폐지 가능 자산 전수조사 중

 

 

 

사유지에 설치한 저수지 등 농업생산기반시설의 이설 또는 폐기, 토지점용료 보상, 토지 매수 등 재산권 보장 요구와 관련해 한국농어촌공사가 민원인에게 ‘소송’을 권하며 해결을 지연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농어촌공사는 재산권 보장 민원이 늘고 있음에도 점유권원을 확보하지 못한 시설이나 점용료 등을 지급하지 않은 미불 용지와 관련한 민원해결기준을 정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소송 결과에 따라 처리하려는 소극적 자세로 일관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농어촌공사가 소유권을 확보하지 못한 ‘매입 필요 자산(2012년 조사)’ 중 재작년까지 5년간 매입한 자산은 약 64필지, 3.7헥타르로 필지 기준 0.9%, 면적 기준 2.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입금액은 전체 매수 예상금액 546억1천300만 원의 2.8%인 15억2천500만 원에 그쳤다.

 

농업생산기반시설 관련 민원 사례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농어촌공사를 대상으로 권익위에 접수된 민원 407건 중 농업생산기반시설로 인한 재산권 보호 민원이 120건, 전체 민원의 30% 비중을 차지했다. 권익위는 농업환경과 기반시설의 기능 변화로 재산권 민원이 늘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본보 제1288호 1면 기사 참조]


재산권 민원이 빈번한 일차적 원인은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개인 토지 소유자가 영농활동의 필요성 등을 이유로 토지 사용을 구두로 승낙했지만 아무런 보상 없이 농업생산기반시설을 설치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최근 농업환경의 변화로 농업생산기반시설의 필요성이 줄어들고, 농업 외 용도로 토지의 사용과 수익 행위가 증가함에 따라 사유지에 설치된 시설 이전과 토지사용료 지급, 토지 매수 등 재산권 보호 민원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권익위와 공사는 지난해 4월 협의체를 구성해 재산권 민원에 관한 사례조사와 8월 현장실사 등을 거쳐 주요 민원의 원인과 유형을 분석, 올해 1월 민원해소방안을 내놨다. 공사 자체 판단기준 마련, 전국 시설 현황 파악과 예산 확보, 본사와 지사 간 유기적 민원해결절차 마련 등이 개선안으로 제시됐다.


주요 민원 유형 첫째는, 사유지 무단 점유에 따른 매수 보상 또는 부당이득금 반환 요구 사례다. 공사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시설을 인계한 후 정당한 점유권원 확보 없이 개인 토지를 무단으로 점유, 관리해온 경우다.


예컨대 농어촌공사 합병 전 울산농지개량조합은 1977년 울주군으로부터 저수지를 인수받아 점유·관리해왔으며, 민원인은 상속을 원인으로 개인 소유권을 주장하며 농어촌공사의 무단 점유에 따른 부당이익금 반환을 요구했다.


두 번째 민원 유형은 농업생산기반시설 무단 설치에 따른 원상복구 또는 보상 요구다. 저수지 수혜지역이 논농사에서 밭농사 형태로 바뀌면서 농업용수 수요가 줄어든 만큼 저수지 용도 폐지를 요구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민원해결기준도 없이 소송에 전가

문제는 농어촌공사가 재산권 민원 해결을 위한 합리적 기준조차 마련하지 못한 채 민원인에게 ‘소송’을 권하며 소송 결과에 따라 조치하겠다는 소극적 태도로 일관해왔다는 점이다. 필요자산 취득을 위한 예산 확보에도 시큰둥했다.


농어촌정비법은 농어촌공사가 농업생산기반시설 인수 시 권리와 의무를 포괄 승계하고, 농어촌정비사업으로 인한 손실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공사는 민원 해결을 위한 보상 규정조차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권익위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소송을 통해 분쟁을 해결함으로써 소송 수행력이 부족한 일반 국민의 피해와 불만이 가중되는 경우가 많다”며 농어촌공사가 자체 판단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농어촌공사의 아전인수식 권리 주장도 민원인의 불만을 사고 있다. 판례나 의결사례에 따라 공사의 의무와 책임을 점검하기보다는 공사의 권리만을 주장한다는 비판이다.
공사는 그간 △취득시효 완성으로 민원인에게 소유권이전 의무가 있다거나 △시설 인수 전 설치 기관에서 보상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주장하는 한편 △현재 관련 자료가 남아 있지 않고, 민원인이 알고 취득했으므로 보상할 수 없다는 태도를 취해왔다.


이는 농어촌공사 통합 출범 이전 기관에서 토지개량사업, 농촌개발사업 등을 시행하면서 점유권원 확보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자료가 없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악용하는 사례로 꼽힌다.
체계적인 민원처리절차도 없이 각 지사 차원에서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는 점도 문제다. 지사 업무 담당자의 재량에 맡기다 보니 민원 해결의 형평성이나 일관성 보장이 어렵다.


농어촌공사의 민원해결체계는 우선 발생지역 지사에서 해결하고, 소송 결과 패소 등으로 보상을 해야 할 경우에만 본사에 보고하는 시스템이다. 본사 차원의 해결 의지가 부족하고 실태 파악도 쉽지 않다는 맹점을 드러내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민원 해결은 더디고 지연되기 일쑤다. 정부 부처나 여타 공공기관들이 민원에 관한 한 이유 불문하고 신속히 처리하는 것에 견주면 농어촌공사의 재산권 관련 민원 해결은 ‘예산 타령’을 고려해도 한참 느리다는 지적이다.


농어촌공사 수자원기획처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개인 토지 일부가 농업생산기반시설로 사용됨에 따른 ‘고충 민원’ 62건 중 해결 완료한 것은 41건, 추진 중인 것은 21건이다. 62건 중 19건은 ‘이해설득’이며 나머지 유형은 소송(7), 사용료 지급(5), 이설 또는 원상복구(9), 용지매수(8), 기타(5) 등이다.


그러나 ‘고충 민원’은 빙산의 일각이다. 지난 2012년 공사 자체조사결과 소유권을 확보하지 못한 필지가 7천 건이 넘는데 작년까지 최근 5년간 농업기반시설 내 개인 명의 토지를 취득한 것은 61건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권익위는 농어촌공사에 △민원 유형별 주요 쟁점을 자체 검토할 수 있는 판단기준 마련 △실태조사를 통한 전국 농업생산기반시설 점유권원 확보 현황 파악 △부당이익금 반환과 토지 매수에 필요한 예산 확보 등을 권고했다.


공사 관계자는 “농업생산기반시설의 연간 유지, 관리비로 3천500억 원 정도를 집행하는데 사실상 절반도 정산을 못 받는 상황”이라고 예산상 어려움을 토로하는 한편 “수자원기획처와 경영지원처에서 시설폐지 가능 자산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신규 시설폐지자산을 포함한 유휴부동산 매각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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