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6년 한국 최초의 우주인이 탄생한다는 소식에 이목이 집중되었다. 최종 선발된 이소연 씨는 우주선에서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였는데 그 중 하나가 미생물을 이용한 실험이었다.

이 때 실험대상으로 선정된‘동해아나 독도넨시스(Donghaeana dokdonensis)’라는 미생물은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종으로, 우리나라 연구진에 의해 2004년 동해 앞바다에서 발견되어 2006년 국제학회에 보고된 새로운 미생물이었다.


신종 미생물 하나 발견한 것이 뭐 그리 대수냐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미생물이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수 있는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지난 2002년 해양과학기술원이 해양탐사선을 이용해 남태평양에서‘NA1’은 발견 당시에만 해도 평범한 신종 미생물의 하나로 생각되었지만, 이 세균에 대한 유전체 분석 결과 엄청난 가능성이 발견되었다.

‘NA1’은 지금까지 발견된 미생물 중 가장 많은 수소화 효소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후 10여년의 끊임없는 연구 결과 지금까지 주로 화석 에너지를 이용해 생산해 오던 수소연료를 미생물을 이용해 상업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NA1’은 바이오수소 산업의 원천기술 신소재로서 국가 경제에 막대한 부를 창출하는데 일등공신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희망을 주고 있다.


2017년 발효된 나고야의정서로 국가간 생물자원의 확보와 공유에 대한 권리관계가 대폭 강화되었다. 이제 원산지 국가의 동의 없이 중국의‘팔각회향나무’가 독감 치료제인‘타미플루’로 개발되고, 우리나라의 ‘수수꽃다리’가 ‘미스킴라일락’으로 변신하여 미국 정원수 시장을 석권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나고야의정서로 인한 각국의 이해관계는 첨예하게 얽혀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바이오산업 분야의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있다. 그렇지만, 지금은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지혜를 발휘할 때다.

최근 반도체 소재에서 촉발된 일본과의 분쟁은 정치·경제, 역사적 의미에 더해 원천기술의 확보, 나아가 국제 사회에서 기술 주권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고 있다. 일반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우리나라는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의 신종 미생물 발견 국가로 지금까지 3,000여종의 신종 미생물을 국제 학술지에 보고하였으며, 이 중 농촌진흥청에서 보고한 종만 200종이 넘는다.

자원이 부족한 국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세계 2위 수준의 신종 미생물 자원 탐색 국가’라는 강점을 살려 이제는‘미생물 주권’을 선포할 때다. NA1이 바이오수소의 안정적 대량생산 가능성을 제시했듯이 한국의 연구진들에 의해 발견된 동해, 독도, 김치, 젓갈 등의 신종 미생물이 미래 개척의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는 선구자가 바라는 마음이다. 여기에 더해 농촌진흥청의 연구진에 의해 발견되어 농촌진흥청의 영문 약자인 RDA가 이름에 포함된 ‘루다넬라 루테아(Rudanella lutea)’와 ‘루다에이코커스 수워네시스(Rudaeicoccus suwonensis)’가 우리나라 농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큰 역할을 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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