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하순으로 접어든 20일, 이제 막 절기상 ‘대한’을 지나고 있어 아직은 추위 걱정을 해야 할 시기, 겨울답지 않은 날씨 탓에 한쪽에선 철쭉과 개나리가 꽃을 피우고, 제주도에선 반팔 차림의 관광객도 눈에 띌 정도다. 이 때문에 겨울철 난방비가 큰 걱정인 시설하우스 농가들은 이번 겨울이 반갑다. 하지만 사과, 배, 포도, 복숭아 등 과수작물은 병해충이 창궐하지 않을까 걱정이 크다.

추위를 견디기 위해 겨울잠을 자야 하는데, 따뜻한 날씨탓에 너무 일찍 깨어나게 돼 갑자기 한파라도 오면 동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이례적인 겨울비도 보리, 밀, 시금치 같은 월동작물에 미칠 습해와 웃자람 등 신경써야 할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상황이 빤한데 농업진흥기관의 대처는 조금 아쉽다. 물론 대책을 발표하고 걱정하는 기관도 있지만 “할 수 있는게 없다”는 담당공무원의 말처럼 일어나지 않은 현상에 대책이 있을리 없고, 예방책을 원하는 농가로선 답답할 뿐이다. 그저 혹시 모를 한파에 대비해 따뜻하게 보호해주고 병해충 예찰에 신경쓰는 것 외에 별다른 대책이 없어 보이긴 하다. 다만 잠재된 위험에 대비한 위기경보 차원에서 정부가 대대적인 홍보가 필요한 상황임에는 틀림없다.


정부와 농협은 올해 농작물재해보험을 판매하면서 일부 과수에 한 해 판매시기를 한 달가량 앞당겼다. 혹시 모를 냉해에 대비한 것이다. 아직 냉해라든지 병해충 피해가 나타나진 않았지만 최근 몇 년간 추세를 보면 피해 가능성이 없진 않다. 지난해 3~4월에 있었던 한파의 영향이 그 예다.

특히 지난해 창궐했던 외래병해충 발생 경험상 예년보다 시기를 앞당겨 예방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미리 예상하고 준비하는 것이 상책이요, 농가에선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해 두는 것도 좋을 듯하다. 따뜻한 겨울이나 봄철 한파는 경험적으로 더 이상 이상기후가 아닌 시대를 살고 있음에 이의가 없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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