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쌀 관세화를 선언한 2015년 WTO에 제출한 쌀 관세화 이행계획서대로 쌀 관세 513%를 유지하게 됐다고 밝혔다. 관세율이 너무 높다고 이의를 제기한 미국, 중국 등 수출국과 협의를 진행한 결과 기존 관세율을 지켰다는 것. 다만 이들 수출국의 지속적인 문제 제기에 대비해 밥쌀용 쌀 수입, 나라별 쿼터량 배정 등 불가피하게 일정물량의 수입을 허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농업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513% 관세는 WTO가 인정하는 관세율 계산식에 따라 설정된 것으로, 관련된 수출국에 설명하는 것만으로 충분했고 애초에 협상대상도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쌀 관세화 선언과 동시에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쌀 수입 협상 결과를 도출해야 함에도 쌀 수입 유예기간 동안에 단계적으로 허용됐던 밥쌀용 쌀 수입과 나라별 쿼터제를 기존대로 이행하기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 다시 말하면 관세화 협상을 통해 지켜야 할 최소한의 권리를 전혀 지켜내지 못한 것이 비판의 핵심이다.


정부는 어쩌면, 이같은 농업계의 바람을 고려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UR협상 이후 수십 년 동안 쌀을 수입했지만 특기할만한 쌀산업 피해가 없었던데다, 쌀생산 감축정책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관세화 이전의 쌀 수입정책을 허용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이 없다는 측면에서 굳이 고민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공익형직불제를 도입하려는 차에 농업계의 저항이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도 있었을 것이다.

 

이 때문에 최근의 WTO 개도국 지위 포기와 RCEP협상 타결을 보면서 정부가 과연 우리 농업을 지킬 의지가 있는지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 제기가 터져 나온다. 지난 13일 국회앞 농민집회에서도 정부가 ‘대통령이 직접 농업을 챙기겠다’는 공약 이행 대신 이전 정부들과 마찬가지로 ‘국익’이라는 대의명분에 앞세워 농업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고, 그러한 희생을 대신할 대책 또한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성토됐다. 이대로라면 오히려 ‘농업포기’와 다름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대책을 세우겠다’는 말만 반복할 뿐 눈에 띄는 행보가 없다. 쌀협상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자화자찬’ 대신, ‘공익형 직불제’가 모든 농업문제를 해결할 것처럼 생색내기보다, ‘농특위’ 활동결과를 지켜보자는 말 보다, 농업계가 제기하는 ‘발등의 불’을 끌 수 있는 대책마련에 진력하길 바란다.

저작권자 © 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