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도 부족해 쫄깃한 고기까지 내주는 ‘알닭’

완벽한 식품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다양한 영양을 갖추고 있는 계란. 계란은 소고기와 같은 육류를 통해 공급받는 동물성 단백질을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 받을 수 있는 최고의 건강식품이다. 그 어떤 식품보다 뛰어나고 다양한 영양학적 가치를 지녔음에도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해 한때 계란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우역곡절을 겪기도 했다. 이런 현실을 타개하고 계란의 진정한 가치를 찾기 위한 일환으로 계란자조금관리위원회와 본지는 ‘영양만점 계란, 제대로 알기’라는 주제로 4회에 걸쳐 기획 기사를 게재한다.

 

글 싣는 순서--------------------------------------------------------------------------------

Ⅰ. 계란과 콜레스테롤
Ⅱ. 사위 오면 씨암탉 잡아준다
Ⅲ. 계란 유통기한
Ⅳ. 계란과 학교 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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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위에게 씨암탉 잡아 준 이유는?

‘사위가 오면 씨암탉을 잡아 준다’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씨암탉은 ‘백년손님’인 사위가 처가에 가면 먹는 음식이었다. 장모에게 가장 귀한 손님은 사위였고 딸을 잘 부탁한다는 간절한 마음에서 아낌없이 씨암탉을 잡아 접대했다. 농가 입장에선 씨암탉을 잡는다는 것은 병아리를 깔 수 있는 알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이고, 이는 집안의 중요한 재원 하나를 버린다는 의미다. 손님으로 가서 그 집 씨암탉을 얻어먹었다면 최고의 대접을 받은 셈이다.


우리 선조는 씨암탉이 낳은 계란도 귀하게 여겼다. 친척의 생일이나 결혼·환갑 때 짚으로 계란 꾸러미를 싸서 부조를 했다. 닭은 알을 하루에 하나밖에 낳지 않기 때문에 날마다 모아두었다가 10개가 되면 한 꾸러미를 만들었으니, 모으는 마음의 정성도 대단했다.


결혼식 초례상에도 반드시 닭이 등장한다. 신랑·신부가 닭이 초례상을 가운데 두고 마주서서 백년가약을 맺었다. 닭을 청홍 보자기로 싸서 상 위에 놓거나 동자가 안고 옆에 서 있었다. 닭 앞에서 결혼 서약을 한 것이다. 혼인 의례가 끝나고 신부가 시댁 쪽에 폐백례를 드릴 때도 닭고기를 놓고 절을 한다. 일생에서 가장 행복하고 중요한 의례인 혼인식에 닭이 등장하는 것은 닭을 길조(吉鳥)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산란 성계’는 폐닭 아니다

 

쇠고기ㆍ돼지고기도 있는데 굳이 초례상에 씨암탉을 선택한 것은 닭에 특별한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유학(儒學)의 삼경 중 하나인 ‘주역’(周易)에서 닭은 양조(陽鳥)라 했다. 중국의 고의서인 ‘본초강목’엔 닭이 양기를 제공한다고 기술돼 있다. 닭은 양기가 넘치는 동물인데 게다가 알을 낳는 씨암탉이니 자손을 많이 낳으라는 뜻이다.


과거엔 씨암탉은 중요한 손님에게나 대접하는 음식이었으나 요즘엔 별로 인기가 없다. 늙은 닭이나 폐계를 이용한 음식이어서 맛이 질기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요즘 ‘씨암탉’은 과거에 비하면 훨씬 어린 닭이다. 


닭의 자연 수명은 20∼30년이다. 실제론 10년을 넘기는 경우가 드물다. 우리가 통닭·삼계탕으로 이용하는 육계는 100일도 안 된 병아리가 대부분이다. 


닭은 도축 시기가 짧아 나이를 보통 1주 단위로 계산한다. 부화 후 8주된 0.8~1.0㎏의 닭은 대개 삼계탕용으로 사용된다. 부화된 지 10주된 1.6~2.0㎏의 닭은 주로 통닭용ㆍ백숙용으로 사용한다. 산란계(암탉)나 번식용 종계(수탉)은 일반적으로 태어난 지 2년 전후에 도축된다. 자연적인 수명이 20∼30년이란 사실을 고려하면 아직 젊은 닭이지만 흔히 묵은 닭ㆍ폐계로 지칭된다.  폐계로 분류하기엔 아직 한참 ‘청춘’이지만 말이다.


국내에선 폐계를 늙어죽은 닭이나 그 전에 기력이 다해 오늘, 내일하는 닭으로 여겨 산란계 고기 요리를 꺼리는 소비자가 많다. 요즘 ‘폐계’ 취급을 받는 산란계는 기력이 떨어져 늙어 죽은 닭이 아니고 2년 전후의 밥만 축내며 알 낳는 것이 더딘 닭을 가리킨다.
과거엔 씨암탉의 나이가 지금보다 훨씬 많았다. 계란을 생산해 집안에 경제적 이익을 주기 때문에 장수할 수 있었다.

 

산란성계 쫄깃한 육질로 소비자 사랑 듬뿍

 

 

산란계에서 얻은 고기(산란 성계육)은 정말 질겨서 먹기 힘든 음식일까? 예전엔 씹기 어려울 정도로 질긴 이유가 있었다. 계란 가격이 비쌌기 때문에 빨리 도축할 이유가 없었다. 심지어 산란계를 강제로 굶겨 알을 낳지 못하게 해 수란관을 쉬게 한 다음 이를 통해 다시 산란율을 높이는 방법을 채택하기도 했다. 그 결과 닭의 도축 시기는 늦어지고 육질은 더욱 질겨졌다. 지금은 산란계의 도축 시기를 일부러 늦출 이유가 없어졌다. 육질이 적당한 시기에 닭이 도축되고 있다는 뜻이다.


요즘 산란계 고기는 살이 단단하고 쫄깃하며 맛이 좋고 양도 푸짐하다. 조리만 잘하면 토종닭 못지않게 씹히는 맛이 있다. 산란 성계육은 쫄깃한 맛을 즐기는 동남아인에게 인기가 있어 많은 양이 수출되고 있다. 국내에서 동남아 수출되는 산란성계는 3천만수 수준이다.


산란 성계육을 주재료로 사용하는 유명 음식이 ‘평택 폐계닭’이다. 이 음식은 평택을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로, 1년6개월∼2년 정도 알을 낳은 산란계를 이용해 만든 닭볶음이다. 육계보다 씹히는 맛·감칠맛이 뛰어나고 알집의 고소한 맛은  ‘평택 폐계닭’에서만 맛볼 수 있다.


옛 안성군·평택군 사이 경계에 양계장이 많던 동네, 군(郡)의 경계에 위치해 ‘군계’라 불리던 곳에서 ‘평택 폐계닭’이 유래했다. 지금은 ‘폐계닭’ 거리가 생길 정도로 주변에 많은 식당이 있다. 요즘 한국에선 산란계 고기를 이용한 닭고기 음식이 점점 변하고 있다. 질긴 고기를 연하게 하는 다양한 방법이 연구돼 활용되고 있다. 어떨 때는 적당히 쫄깃쫄깃한 육계를 먹고 있지 않나 하는 착각을 하게 한다.


 
계란자조금, 알닭 알리기 적극 행보

 

 

알닭이란 산란 시기가 지난 닭을 일컫는 것으로 흔히 씨암탉, 폐계닭, 노계 등으로 알려져 있다. 알닭을 늙은 닭이나 병약한 닭으로 알고 기피하는 경우가 있는데 산란계 닭이 계란 생산 능력이 떨어진 것일 뿐 일반 육계가 가진 영양소를 그대로 담고 있다. 일반 육계보다는 크기가 커 주로 백숙이나 볶음 요리에 많이 활용하며 살이 단단해 쫄깃한 식감과 고소한 맛이 특징이다.


계란자조금관리위원회(위원장 남기훈)는 지난해부터 평택 폐계닭 거리에서 알닭 패스티벌을 개최하고 있다. 알닭의 영양학적 효능과 우수성을 알리고 직접 요리를 맛보게 해 시민들이 알닭을 친근하게 접하기 위해 마련된 것. 무엇보다 평소 알닭에 잘못 알려진 정보와 인식을 바로잡는데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남기훈 위원장은 “알닭 페스티벌은 알닭의 뛰어난 맛과 영양학적인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알닭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바로잡기 위해 마련한 자리”라며 “알고 보면 온 가족 외식 메뉴로 으뜸인 알닭의 제대로된 가치를 인정받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계란자조금관리위원회(위원장 남기훈)는 지난 과거 ‘폐계’라는 부정적 용어로 소비자들에게 좋지 않은 이미지로 인식돼 이를 극복키 위해 적극적인 홍보 활동을 펼쳐 ‘폐계’를 ‘노계’로 바꿔 부른데 이어 작년부터는 계란자조금 대의원회에 안건상정을 통해 아예 ‘성계’로 명칭을 변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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