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대한상의에서 열린 ‘민관합동 농업계 간담회’가 농민단체 대표들의 거센 반발 속에 파행으로 끝났다. 회의 명칭은 간담회였지만,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를 염두에 두고 농업계를 설득하기 위한 자리였다는 것이 알려진 상황에서 파행은 당연한 결과였다.


  행정용어에서 ‘간담회’는 특정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관계 부처 또는 이해당사자들과 의견을 조정하기 위해 여는 회의를 말한다. 정부가 농민단체 대표들을 초청한 자리에 기획재정부와 산업부, 농식품부 공무원을 참석시킨 이유가 바로 ‘간담회’라는 형식적인 모양새를 갖추기 위해서다. 하지만 참석자들의 면면보다 중요한 것은 ‘조정’이라는 간담회 개최 목적이다.


  개도국 지위 문제는 지난 7월, 미국의 도널드 프럼프 대통령이 몇몇 국가를 직접 언급하며 “경제성장을 이룬 국가들이 개도국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모든 수단을 강구하라”고  무역대표부(USTR)에 지시하면서 불거졌다. 당시 트럼프대통령이 개도국 지위 포기 선언을 하라고 정한 기간이 90일이었고, 이미 10월23일로 시한이 지났다.

22일 간담회 파행 이후 농민단체들은 정부가 90일 동안 농업 피해에 대한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가 최근에야  간담회를 통한 농민 의견 수렴 운운하는 것에 대해 강력히 성토하고 있다. 정부가 농업과 농민이 당할 피해에 대해 작은 관심이라도 있었다면, 예상되는 피해에 대한 대책을 먼저 농민단체 대표들에게 제시하고 간담회를 통해 이해와 협조를 구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정부 관계자 누구도 개도국 지위 포기로 인한 농업의 피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개도국 지위 포기 시 농업보조금 등은 차기 WTO 농업협상 타결 때까지 유지되지만 양자 또는 다자간 무역협정(FTA)에서의 관세 인하 압박은 불가피하고, 결국 적지 않은 농산물의 관세가 대폭 낮춰질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당장 피해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24일 현재까지도 정부 관계자는 농민단체 대표들의 주장에 대해 어떤 답변도 하지 않고 있다. 결국 최근 간담회를 두고 전개된 일련의 과정을 통해 농업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과 무대책만 드러났을 뿐이라는게 농민단체들의 얘기다. 과거는 물론 지금도 농민과 농업을 위한 정부는 없다는 것, 농민 스스로 농업과 농촌을 지키기 위해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 안타깝지만 이게 현실이다.

저작권자 © 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