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역 선포…수입산 검역강화…해상물류비 국비지원”

누적된 태풍피해 193억 이상 피해에도, 재난지역 제외

 

지난 15일 제주도청 국정감사장으로 들어가는 의원들을 맞이한 것은, 상복을 입고 만장을 손에 든 농민들이었다. 이날 농민들의 시위는, 제주까지 내려온 국회의원들에게 연이은 태풍으로 회생이 불가능한 농작물피해를 알리고, 이에 대한 대책을 촉구했던 것이다.


국감장에서의 질의 내용도 여기에 집중됐다. 제주 농산물 수급안정 지원사업 일환으로, 출하물량의 95%이상을 해상운송하고 있는 지역특성을 반영해야 한다는데, 의견들이 모아졌다. 또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기 위한 기준은 재산피해액 90억원 이상인데, 제주는 16억에 불과하다.

농작물 피해액은 피해금액으로 포함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이 이어졌고, 국회 농해수위 차원의 ‘특별재난지역 지정’을 위한 결의서가 채택됐다. 돼지 청정지역 입장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차단을 위한 검역시스템을 묻는 질의도 많았다. 농가부채가 유난히 많은 이유 또한 자치도정의 책무를 간과했기 때문 아니냐는 질타가 중복 쏟아졌다.

 

“연이은 태풍, 특별재난지역 선포해야”


의원질의에 앞서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인사말을 통해 “유례없는 가을장마와 세 번의 태풍, 돌풍, 우박은 제주 농어업인에게 깊은 시름을 안겼다”면서 “이럼에도 특별재난지역 선포에 농작물 피해는 제외돼 상실감이 크다”고 국회 차원의 관련 규정 개정과 실질적 지원을 건의했다.


더불어민주당 오영훈 의원(제주시을)은 “연평균 강수량이 1천900mm인 지역에, 2천130mm에 달하는 폭우가 쏟아졌다. 중앙정부는 무작정 규정대로 90억이상 재산피해만 계산하는데, 농작물은 산정이 어렵다”면서 “도에서는 빨리 농작물피해규모를 조사하고 산출해서 국회와 중앙정부에 다각적인 요청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 의원은 “제주 동부지역에 물난리가 상시 발생하고 있다. 배수개선사업이나 개보수관련 사업을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면서 “또한 제주의 농업용수나 관정를 지자체가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때문에 국비지원이 현저히 낮다. 농어촌공사에 이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무소속 손금주 의원(나주 화순) 또한 “2016년 사드 제재이후 태풍까지 제주도민들의 견디기 힘든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면서 “특히 농민들은 태풍 누적으로 도복, 낙과 등 상처가 크다. 국가나 도는 이를 방기하는 것이 타당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재해지역선포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손 의원은 보험 가입률이 저조한 문제도 지적했다. 손 의원은 “재해보험 가입률이 전국 평균 39%인데 반해 제주는 28%이다.

또한 감귤 생산농가들도 매우 낮은데 문제점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원 지사는 “감귤의 특성상 낙과가 적고, 실질적인 지원이 어려워 가입율이 낮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면서 “또 보험료 자부담비율을 30%에서 15%로 낮추는 등 종합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 서삼석 의원(영암 무안 신안)은 “올해 태풍 링링·타파·미탁으로 농작물 피해면적의 21.5%가 제주도에 집중됐다. 전국 평균 8.3%보다 2.5배 이상 많은 피해다. 특히 밭작물 피해 87.7%, 채소류 피해 66.1%가 제주도에 집중돼 있다”고 빠른 후속대책을 요구했다.

 

“해상물류비 지원은 농산물 수급안정대책”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천안시을)은 “양파 운송비가 육지 생산물이 41원이면 제주는 121원이다. 3배는 더 든다”면서 “조건불리지역직불제와의 중복성을 이유로 들거나, 도서지역이나 오지 등과 형평성을 얘기하는데, 모두 지원하면 될 일”이라고 주장했다.


바른미래당 정운천 의원(전주시을)은 “농산물 해상운송비 국비지원은 문재인대통령 대선 공약임에도 정부 예산에 반영되지 못했다”면서 “내년이면 조건불리지역직불제가 공익형으로 통합되면 해상운송비 지원이 어려워질 공산이 크다. 올해 예결위 심사단계에서 해상운송비 지원사업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제주도측은 업무현황보고에서 “제주의 1차산업은 11.7%로 전국 평균보다 5.3배 이상 높고, 출하물량 95%가 해상운송으로 가격경쟁이 낮다”면서 “농식품부에 41억9천만원의 해상운송비지원 시범사업 예산을 신청했으나, 운송비 등 물류비에 대한 직접 지원은 곤란하다는 이유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국회차원의 지원을 건의했다.

 

“계엄 수준의 ASF 차단 방역합니다”


돼지 사육 청정지역인 제주의 우려는 컸다. 이에 대한 의원들의 대책 문의도 쇄도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비례대표)는 “ASF가 제주에서 발병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으로부터 유입돼 직격탄 맞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제주공항만 방역과 해외 불법휴대 축산물 검역 등 제주 내 유입을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농민들이 수입농산물에 대해 검역을 강화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태풍이후 수입산이 증가할 것에 대비해 수입산농산물을 막아달란 얘기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이에 원 지사는 “비상상황이다. 제주는 이미 계엄령 수준의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모든 행정력을 동원하고 있다”면서 “방역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예비비 14억원을 긴급 투입했다. 52년만에 수렵장 운영을 중단했고, 소규모 양돈농가 및 관광농원에서 사육하는 돼지에 대한 수매 도태와 야생멧돼지 포획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농가부채가 유난히 높은 이유가 뭐냐”


전국 평균보다 2배이상인 농가부채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서삼석 의원은 “농가소득이 가장 높다는 제주는, 농가부채도 가장 높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국평균보다 224% 높은 7천450만원이다. 근본 원인 규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원 지사는 “부채 내용을 살펴보면, 정부의 정책자금 융자가 많았다. FTA관련 지원융자금, 시설자금 등 굵직한 생활자금 등이 그렇다”면서 “전국의 모든 농민들이 비슷한 처지이다. 제주만 특별한 이유는 없다는 분석”이라고 해명했다.


자유한국당 강석진 의원(산청 함양 거창 합천)은 “일반적인 농민들의 부채 평균이 3천900만원 정도인데 반해 제주농민은 두배에 달한다. 원인 파악과 동시에 집중적인 해결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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