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 중도매인 소속제를 바탕으로 점포 배분

중도매인 적정 수에 맞춰 점포면적 균등배분 해야

개설자의 일방적인 행정권 남용을 제지하는 행정심판위원회 재결서가 주목받고 있다. 특히 도매시장 유통주체들 뿐만 아니라 출하자단체와 농업인단체의 의견까지 무시하는 행정으로 논란을 키우고 있는 대전시와 노은도매시장관리사업소에 대한 내용이다.


농안법 제77조는 공영도매시장의 개설자는 업무규정을 통해 적정 수의 도매시장법인(공판장 포함)과 중도매인을 규정하고 있다. 또한 개설자는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의 거래실적, 재무건전성 등 경영관리에 관한 평가결과와 시설규모 및 거래금액 등을 고려해 시설사용 면적을 차등 지원할 수 있다.


실제 공영도매시장에서는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의 시설사용 면적에 대해 균등배분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 때 도매시장법인의 시설사용 면적과 중도매인의 점포 면적 배분은 별개사항이다. 중도매인이 어떤 도매시장법인과 거래약정을 맺고 있는지는 중도매인 점포 배분과 상관없다. 시설사용 면적 배분에서 도매시장법인은 도매시장법인끼리. 중도매인은 중도매인끼리라는 말이다. 


물론 예외도 있다. 농안법 시행규칙에서는 중도매인 점포를 부수시설로 두고 있기 때문에 여건에 따라 두지 않을 수 있다. 노은도매시장이 이 경우에 해당한다. 그러나 중앙도매시장인 노은도매시장이 개장 때부터 중도매인 점포를 제대로 배정하지 않은 것은 개설자의 도매시장 운영 및 관리에 대한 역량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노은도매시장은 중도매인 점포의 균등배분에 대한 형평성 논란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대전시농수산물도매시장관리·운영조례’에 따르면 노은도매시장의 청과부류 도매시장법인 적정 수는 2개, 중도매인 적정 수는 320명이다.


노은도매시장의 도매시장법인 2곳은 대전중앙청과와 대전원협공판장이다. 두 곳 모두 엇비슷한 수준에서 시설사용 면적을 양분하고 있다. 그러나 중도매인 점포 배분은 전혀 다른 양상이다. 1994년 농안법 개정으로 없어진 중도매인 소속제의 잔재를 노골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모양세다.


일례로 노은도매시장은 어느 도매시장법인과 거래약정을 체결하고 있느냐에 따라 중도매인 점포 규모가 달라진다. A중도매인은 미승인 점포라는 이유로 철거 대상이 되는가 하면, B중도매인은 여러 칸의 점포를 혼자 차지하고 있다. 조례가 규정하고 있는 적정 수의 중도매인에 부족한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불평등과 특혜 시비가 불거지는 대목이다.


청과물동 중도매인 1인당 사용면적...“형평성 없다”
대전중앙청과 24.09㎡ vs 대전원협공판장 50.18㎡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청과물동 내에서 중도매인 점포로 사용되는 5,014.68㎡에 대한 배분이다. 지난해 8월 기준으로 노은도매시장의 청과물동 내에는 154명의 중도매인이 영업하고 있다. 이중 대전중앙청과와 거래약정을 맺은 중도매인은 104명, 대전원협공판장과 거래약정을 맺은 중도매인은 50명이다. 문제는 대전중앙청과와 거래약정을 맺은 중도매인 104명에게 배정된 점포 면적 2,505.68㎡와 대전원협공판장과 거래약정을 맺은 중도매인 50명에게 배정된 점포 면적 2,509.00㎡에서 드러난다.


이미 지난해에도 중도매인 점포 배정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당시 중도매인조합에서는 중도매인 점포를 균등배분해 달라고 노은도매시장관리사업소에 요청했다. 그러나 무시됐다. 당시 노은도매시장관리사업소는 “귀 조합의 중도매인에게 사용허가 할 중도매인점포는 현재 점포로 사용되고 있는 구역 및 면적에 한정되어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더 알려드린다”면서 “불필요한 요구로 인해 행정력이 낭비되지 않도록 협조하여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는 답변을 내놨다.


이런 과정을 거쳐 최근에는 미승인 중도매인 점포에 대한 철거 논란이 불거졌다. 노은도매시장관리사업소가 대전중앙청과 경매장 내에서 영업하고 있는 미승인 중도매인 점포에 대한 철거를 명령했기 때문이다. 상식적인 판단에서 철거명령은 해당시설을 설치하거나 사용하고 있는 대상에게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노은도매시장관리사업소는 해당 중도매인이 아닌, 대전중앙청과에게 미승인 중도매인 점포에 대한 철거를 명령했다. 1차와 2차 촉구에 이어 행정처분에 대한 경고가 이어졌다.


대전중앙청과는 해당 철거명령에 대한 부당함을 호소했고,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그 결과 대전광역시 행정심판위원회는 “미승인 중도매인 점포를 직접 철거할 수 있는 권한은 피청구인(노은도매시장관리사업소)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청구인(대전중앙청과)의 묵인 하에 미승인 중도매인 점포가 설치되어 청구인에 소속되어 거래를 하여 온 경우라도 달라지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한 “청구인(대전중앙청과)에게 그 권한을 넘어서는 철거를 하도록 한 이 사건 처분은 실현가능성이 없는 행위를 하도록 한 것으로 위법·부당한 것”이라며 “청구인(대전중앙청과)의 주장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청구인의 청구를 받아들이기로 한다”고 재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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