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농업기술 명인(名人)을 찾아서-흑돼지 육종 명인 박화춘 씨
대한민국 농업기술 명인(名人)을 찾아서-흑돼지 육종 명인 박화춘 씨
  • 위계욱 기자
  • 승인 2019.10.04 11: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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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돈산업 가치를 재조명하는 흑돼지‘버크셔K’”

 

전라북도 남원시 운봉읍에 자리 잡은 ‘다산육종’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흑돼지 육종 전문 농장이다. 다산육종 박화춘 대표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축협중앙회에서 근무할 만큼 잘나갔다. 그러던 그가 농협과 축협이 통합되던 2000년말 돌연 고향으로 귀농했다.

그는 육종 전문가답게 귀농 10년만에 2만평이 넘는 농장을 일궜고 이곳에서 버크셔 종돈과 새끼 등 1만3,000두의 돼지를 기르고 있다. 특히 재래 돼지를 기반으로 사육했던 흑돼지를 경제성이 우수한 품종으로 전환키 위해 2004년부터 미국에서 유전자원(버크셔 순종)을 도입 및 개량해 국제식량기구(FAO)에 새로운 품종(다산 버크셔)으로 등재하는데 성공했다.

또한 남원시 흑돈클러스터 사업을 주도해 궤도에 올려놨고 그의 성햄은 소비자들 사이에 입소문으로 유명세가 대단하다. 농촌진흥청은 지난해 대한민국 농업기술 축산분야 명인으로 선정했다. 다소 짧을 수 있는 영농 기록은 문제될 게 없었다. 그가 육종한 흑돼지는 이미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흑돼지 육종 사활 걸다

 

 

지리산 해발고도 500m에 박화춘 명인이 육종한 순수 혈통 흑돼지 버크셔K 1만3,000마리가 자라고 있다. 10여년간 흑돼지 육종과 계통을 연구해온 박 명인은 과학적인 방법으로 순수 혈통을 이어야 우리나라 양돈산업의 미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박 명인은 외국에서 흑돼지 버크셔 품종을 도입해 한국형 버크셔 계통인 ‘버크셔K’를 개발한 육종 전문가다. 버크셔K는 박 명인이 붙인 이름으로, 버크셔 Korea를 뜻한다. 보통 흑돼지라고 하면 온몸이 까만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지만 순종인 버크셔 혈통은 네다리와 꼬리, 머리 등 6곳이 하얗다. 박 명인 육백(六白)이라 불리는 이 순종 버크셔 중에서도 한국형 계통인 버크셔K를 사육 중이다. 버크셔K는 우리나라 기후에 잘 적응하는데다 육질이 부드럽다.


박 명인이 흑돼지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남원시에서 추진하던 흑돈클러스터사업에 참여하면서다. 다산육종을 포함한 이 지역 16개 농가는 지난 2008년 농림축산식품부 ‘친환경흑돈클러스터’ 사업에 선정됐다.


일명 꺼먹돼지라고 불리는 흑돼지는 시장 가능성이 매우 높았지만 요크셔 백돼지에 밀려 사양길을 걷고 있었다. 덕분에 명인도 귀농한 이후 흑돼지 육종에 전력을 다했지만 10억원이 넘는 돈을 까먹었다. 그래도 자신 있었던 것은 흑돼지가 백돼지보다 품질이 월등하기 때문에 언젠가는 흑돼지 세상이 올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흑돼지 ‘버크셔K’ 명품 반열 올라서

 

고품질 돼지를 사육하려면 농장 관리에 앞서 계통 개발과 관리가 우선돼야 한다. 흑돼지 버크셔K는 박 명인이 2003년부터 10년이상 연구 끝에 육종한 계통이다. 석사, 박사 과정때 육종학을 전공한데 이어 농촌진흥청 축산과학원과 목우촌에서도 종자개량과 육종을 담당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얻어낸 성과였다.


“품종보다 세분화된 것이 계통입니다. 버크셔 품종이 가진 특징에 다른 세분화된 특징을 더하는 것입니다. 16년전 우리나라 돼지고기만의 특성이 있어야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생각이 계통 육종의 신호탄이 됐던 것이죠.”


우리나라 사람들은 부드럽고 촉촉한 돼지고기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육즙이 부드러운 성질을 가진 종자간 검증 및 교배 과정을 거쳤다. 5,000여 마리의 육질을 검사하고 육질이 부드러운 돼지의 공통 DNA를 발견했다. 순종교배 시 나타날 수 있는 기형 등의 문제 요소를 없애는 과정도 진행했다. 과학적인 방법으로 순종 버크셔K 계통을 선발했기에 교배시 균일하고 우수한 특성을 가진 순종 돼지가 태어난다. 박 명인은 버크셔K를 상표화한데 이어 양돈관련 특허를 12건이나 출원했다.


육종된 돼지 계통은 나라별 선호에 따라 다른 외모를 갖고 있다. 일본은 등심을 주고 먹어 통통한 돼지를 선호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삼겹살 소비가 많아 몸길이가 길되 아랫배가 덜 나온 돼지를 선호한다. 버크셔K는 국내 선호도에 적합한 외모를 지닌다.


“연구를 통해 우리 것으로 만들지 않으면 로열티를 내고 해외에서 상표화한 것을 수입해 와야 합니다. 계통 개발이 중요한 이유인 것입니다. 버크셔K를 명품브랜드로 인정한 해외 바이어들과 수출계약을 활발히 맺고 있어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버크셔K 외식문화 중심에 서다

박 명인은 버크셔K를 알리기 위해 농장 운영에만 머물지 않고 가공과 유통, 외식사업에도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외식사업으로 구상중인 것은 천천히 조금씩 음식이 나오는 코스 요리 형태의 식당이다. 박 명인은 이 외식사업으로 흑돼지 버크셔K라는 브랜드의 스토리를 일반 소비자에게 널리 알리고자 한다.


“음식을 주제로 이러저런 대화를 나누는 외식 문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음식이라는 공통 주제가 있으니 어색했던 사이의 사람들도 서로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요?”


박 명인은 외식사업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식재료를 납품하고 요리하는 사람의 ‘양심’이라고 강조했다.
“온몸이 까만 흑돼지는 여러 잡종을 교배해서 태어나죠. 여타 흑돼지는 버크셔K보다 구하기도 쉽고 가격도 저렴하지만 분명한 것은 품질 차이가 크다는 것입니다. 좋은 품질의 재료를 가져와 요리하겠다는 강한 다짐이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박 명인은 양심을 갖고 좋은 품질의 제품을 소비자에게 판매하면 가치창출이 따라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8년 대한민국 최고농업기술명인에 선정된 흑돼지 육종 전문가로서 외식문화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역할을 하고 싶단다.

 

6차산업 연계, 부가가치 높여야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돼지고기 부위는 삼겹살이다. 돼지 한 마리에서 삼겹살은 25% 정도다. 나머지 비선호 부위는 가격도 3~4배나 낮다. 박 명인은 대표적 비선호 부위인 뒷다리의 부가가치를 향상시키기 위해 새롭게 고안한 것이 바로 ‘발효생햄’이다. 유럽에서 2,000년 전부터 먹어온 이 전통 육제품은 뒷다리를 통째로 소금에 절여 9∼12개월 동안 그늘진 곳에서 자연 발효시켜 만든다. 스페인의 하몽과 이탈리아 파르마, 중국 금화햄, 미국 컨추리햄 같은 발효생햄은 최고급으로 친다.


요즘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성햄’은 그야말로 뜨는 인기가 치솟고 있다. 성햄은 돼지 뒷다리를 천일염에 절인 후 1년 이상 발효시켜 만드는 고급 가공식품이다. 운봉은 해발 500m의 청정한 자연조건을 갖췄다. 여기다 다산육종이 고품질의 버크셔 뒷다리를 공급해 명품 성햄을 만들지 못할 이유가 없다. 박 명인은 이미 스페인 이베리코성햄(하몽)이 생산되는 가공공장과 농장, 유통망 등을 벤치마킹을 마쳤다.


”성햄은 부가가치가 매우 큰 사업 아이템입니다. 신세계백화점서 팔리는 하몽은 뒷다리 하나가 430만원에 달하죠. 돼지 뒷다리가 두 개이니 소 한 마리 가격인 셈입니다.“


박 명인은 다산육종 성햄 가공공장을 운봉 뒷산 중턱에 마련한 5,600평 부지에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카페와 펜션까지 만들어 지리산 둘레길 여행자, 관광객들이 운봉에 머물면서 마음 편히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을 선보일 계획이다.


박명인은 특히 버크셔의 가치를 공유하는 밸류 라인을 구축함으로써 모두가 행복한 6차산업 구조의 완성을 추구하고 있다. 고품질의 순종 버크셔 육종 및 생산을 위한 연구개발, 부위별 가격 불균형 해소를 위한 다양한 상품개발, 밸류라인을 구축을 통한 고부가가치 창출·SNS마케팅 등을 통한 유통확대, 문화가 있는 마케팅 등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버크셔 사업은 고기를 팔려고 하면 절대 성공하지 못합니다. 차별화된 맛, 음식문화를 팔 수 있어야 한다. 새로운 가치를 창조할 수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저는 그런 음식사업을 잘 하는 사람, 잘 할 수 있는 사람들을 연결하는 밸류라인을 구축코자 합니다.”

 

후계 농업인 긍지 높이는 계기 마련해야

박 명인은 ‘돼지는 더럽다’는 인식은 오해라고 단언했다. 돼지는 깨끗한 동물이며 돼지에게 알맞은 환경과 먹이, 물을 제공하는 것이 농장 운영의 기본자세라고. 박 명인의 소신은 농장에 곳곳에 그대로 반영돼 있다. 촘촘하게 구멍이 뚫린 재질의 깔판을 돈사 바닥에 깔아 배설물이 바로 빠져나가도록 했다. 물과 먹이도 필요한 만큼만 공급하고 돼지가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도록 돈사 크기도 넉넉하게 확보했다. 게다가 버크셔 품종은 성질이 거칠고 사납기 때문에 무리와 어울리지 못하거나 약한 돼지는 분리 사육해 상처 입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고 있다. 


“농장을 운영하는 사람은 관리인의 역할을 다해야 합니다. 사람도 음식을 많이, 빨리 먹으면 속이 불편하듯 돼지도 마찬가지입니다. 욕심을 버리고 돼지에게 필요한 조치를 적절한 때에 해야 명품 흑돼지로 키울 수 있는 것입니다. 사람의 근본적인 생각이 곧 농장 관리 시스템인 셈이죠.”


현재 박 명인은 양돈산업에 관심이 있는 둘째 아들과 함께 농장을 운영 중이다. 건강과 행복을 주는 양돈산업의 비전을 젊은이들과 함께 고민해 나가는 그의 열정을 아들과 함께 보여주는 것이 목표이다. 그는 농업이 인간의 가치, 존엄성을 파는 사업이 돼야 2세들도 긍지를 갖고 자랑스럽게 영위할 수 있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농민들이 일할 환경을 만들고 적극 지원하는 것이 후계 농업인들을 위한 길이라는 것이다.

농업인신문, NONGUP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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