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리나 변호사
법무법인 굿윌파트너스

먹고 살기가 팍팍 해진 탓인지, 시대가 변하여 ‘효(孝)’사상이 약화된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부모와 자식간에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부양료 청구소송’이나 ‘증여재산 반환소송’ 등 재산관련 소송이 증가하고 있다. 오늘은 부모와 자식간 부양의무와 재산증여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먼저, 장성한 자녀에게 늙은 부모를 부양해야 할 의무가 있을까?


우리나라 민법은 직계혈족인 부모와 자식간 부양의무가 있음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장성한 자녀는 부모를 부양할 의무가 있음이 원칙이다. 그러나 자식이 언제나 부모를 부양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고, 부모가 소득이 없어서 스스로 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경우에만 부양의무를 이행할 책임이 인정된다. 다만, 자녀의 경제상황(직업, 가족관계, 대출금채무 액수, 월수입 등)을 고려할 때, 부모를 부양할만한 경제적인 여유가 없다면 부양의무는 인정되지 않는다.

이는 민법상, 부양의무자의 경제상황을 전제로 ‘제2차 부양의무’ 책임을 인정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드물지만 자녀에게 부모를 부양할 수 있을 만큼 경제적 여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만약 부모가, 자녀가 미성년자일 때 부양의무를 전혀 이행하지 않았고, 자녀를 학대하였거나 오랜 기간 연락을 하지 않고 살아온 것과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부양의무가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장성한 자녀에게 부모에 대한 부양의무가 인정되어 부양료를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는 각각의 사정에 따라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부양료 청구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전문가와의 상담이 반드시 필요하다.


다음으로, 부모가 자식이 부양의무를 이행할 것을 기대하고 자식에게 부동산을 증여하며 명의를 변경해주었는데 자식이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 다음의 사례를 살펴보자.

경상북도 영주에서 사과농사를 짓고 있는 A씨 부부는 작년에 하나뿐인 아들에게 5년 전에 사두었던 아파트를 증여(명의 이전)해 주었다. 당시 A씨 부부는 아파트를 주면 아들이 고마운 마음에 더 자주 찾아오고 용돈도 줄 것이라 기대했지만, 아들은 자주 찾아오기는커녕 이전보다 연락도 잘 안하고 오히려 더 소홀해진 것 같아 괘씸한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런 경우 A씨 부부가 아들로부터 아파트 명의를 되찾아 올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안타깝지만 돌려받지 못한다. 이미 ‘증여’계약이 끝난 상태이기 때문이다. 민법은 부모에 대한 부양의무가 있는 자식이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이를 알게 된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자식에게 주었던 재산 증여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A씨 부부의 경우에는 6개월이 지난데다 증여계약의 이행이 끝났기 때문에 해제하여도 아파트를 돌려달라고 할 수는 없다.


이처럼 억울한 심정이 드는 부모들을 위해 증여계약의 이행이 끝난 이후에도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자식을 상대로 재산을 돌려 달라고 할 수 있는 법안인 일명 ‘불효자방지법’이 수 차례 다양한 형태로 국회에서 발의되었지만, 여전히 입법화되지 않은 상태이다.


그렇다면 현행법 하에서 자식에게 재산을 증여할 때, 자식이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부모가 자녀에게 증여한 재산을 돌려받을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을까?


자식에게 재산을 증여하면서 자식에게 일정한 부양의무를 이행할 책임을 지우는 내용의 ‘부담부 증여 계약서’(일명 ‘효도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는 민법상 ‘부담부 증여’로서 이름 그대로 자식에게 부양의무를 이행할 ‘부담’을 지우는 것인데, 자식이 위 계약서에 기재된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앞서 말한 ‘증여계약’ 이행이 끝난 이후에도 부모는 ‘부담부 증여 계약서’에서 정한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증여계약을 해제하고 재산을 반환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부담부 증여계약서는 정해진 양식은 없으나, 계약 조항으로 자식이 이행해야 할 부양의무를 규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매달 생활비와 병원비로 150만원씩 지급한다’, ‘한 달에 1회 이상 방문한다’, ‘건강검진을 위한 병원은 함께 간다’ 등과 같이 가능한 구체적으로 부양의무를 계약조항으로 기재하는 것이다. ‘부모가 생존하는 동안에는 부모의 동의 없이 증여한 재산을 다른 사람에게 처분하면 안된다’는 등의 기타조건을 설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부모자식간 계약서까지 작성해야 하느냐며 거부감이 들 수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시대와 세상이 변했고, 자녀는 부모마음을 헤아리지 못한다. 부담부 증여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이 부모가 사랑하는 자식을 위해 평생을 고생하며 피 땀 흘려 모은 재산을 선물하는 새로운 방법이자 확실한 수단이라 생각한다면, 오히려 그 계약서가 부모와 자식 간의 분쟁을 방지하고 서로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는 지혜로운 효자 노릇을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