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똥값, 양파똥값, 감자똥값, 보리똥값,…’
지난 17일 농민단체가 국회와 청와대 앞에서 같은 내용으로 기자회견을 가졌다. 농산물값이 계속 떨어지는데 정부는 뚜렷한 대책없이, 다른 정책만 주무르고 있다는 ‘호소문 같은’ 기자회견이다.


이 농민단체 말대로, 지난겨울 배추, 무, 대파에 이어 최근 양파, 마늘까지 농산물 가격 폭락은 그칠 줄 모른다. 농식품부가 그때마다 발표하는 대책을 보면, 여지없이 시장격리, 소비확대, 정부수매, 수매비축 등의 비슷하면서 답답한 단어가 열거된다. 내용 자체가 근본대책이 될 수 없음에 정부측이나 농업계 모두 한숨으로 결론을 짓는다.


매년 되풀이되는 농산물가격 폭락. 이제는 일상적인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로 치부한다. 폭락의 원인은 ‘과잉생산’이란 분석이 대부분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산지폐기’가 가장 효율적인 답으로 튀어나온다. 이게 정부가 세우는 대책의 틀이다.


실제 그럴까. 농산물가격이 폭락하는 것은 병가지상사가 아니다. 풍작과 흉작이 병가지상사인 것이다. 이렇게 언제나 일어날 수 있는 상황에서 가격을 지키고, 안전한 경제생활을 유지하게끔 제도를 만들고 잘 운영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또 수급대책을 보면, 앞에서 언급했던 ‘산지폐기’에 대한 정서적 의미를 모르는 듯하다. 농사짓는 사람들은 적게는 한달에서 많게는 6개월까지 농작물을 키운다. 가격으로 환산되지 않는 그들의 수고와 땀, 감정이입 등이 합쳐져 열매로 맺힌다. 글자그대로 산지폐기 해본 사람만 그 심정을 이해한다고 농민들은 전하고 있다. 그들은 평당 얼마씩 소득 계산을 안한다. ‘밭떼기 중매인’한테 전해들을 뿐이다. 그렇게 농민들에게 산지폐기란 어려운 일이고, 천륜을 어기는 것에 버금가는 인륜 역행이다.


그런 지적이 빗발쳐서 그런가, 정부의 보도자료도 단어를 바꾸고 있다. ‘사전 면적조절’ ‘자율적 수급조절’ ‘포전정리’. 모두 산지폐기의 다른 말이다.


근본대책을 못찾으면 연구하고 공개논의를 통해 의견수렴하면 된다. 하지만 정서적으로 거스르는 방법을, 단어에 살짝 포장하면서까지 추진해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과잉이라고 어림짐작으로 산지폐기하지 말고, 여기저기 업무가 나눠져있는 농업관련 통계조사를 농식품부로 일원화해서 정확한 수치부터 계산해야 한다. 농민들이 원하는 공공수급제 도입, 시도해야 한다. 정부는 당장 나온 대책부터 검토해서 열린 자세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게 농산물 수급조절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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