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 스마트팜개발과 이상규 연구관

 

여름은 더워야 제 맛이라고 하지만 더위가 계속되면 기운도 떨어지고 식욕마저 사라진다. 이럴 땐 수박이나 참외처럼 시원한 박과채소가 딱이다.


박과채소는 1년생 초본(풀)으로 오이, 수박, 참외, 멜론, 호박, 여주, 수세미 등을 말한다. 한의학에서는 박과채소가 수분이 많고 성질이 차가워 열을 식히고 수분대사를 원활하게 해준다고 한다.


또한 신장 기능을 튼튼하게 해 신장이 약하고 위장이나 간장에 열이 뭉치기 쉬운 체질의 사람에게 약재 혹은 식품으로 주로 사용했다. 1세기경 중국 문헌에 동아, 김치참외, 박, 뱀오이가 약용으로 치료에 사용되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박과채소는 예부터 여러 질병을 다스리는데 활용돼 왔다.


특히 박과채소에 들어 있는 ‘쿠쿠르비타신(cucurbitacin)’ 성분은 쓴맛이 나서 먹기에는 불편하지만 소화기에 작용하여 하제, 구토, 구충(驅蟲)에 효과적이며, 항암작용 등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박과채소 종자에는 면역을 강화시키는 성분이 들어 있어 독사에 물렸을 때 해독제로 사용하거나 비듬제거제, 회충약 등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박과채소 중에도 여름철 으뜸으로 떠오르는 것은 바로 ‘수박’일 것이다. 수박은 94% 이상이 수분이고, 당분, 아미노산, 사과산, 비타민 등을 함유하고 있다. 특히 수박에 들어 있는 과당과 포도당은 인체에 쉽게 흡수되어 피로 해소에 좋으며 한여름 더위를 먹었을 때 효과적이다. 수박에는 ‘시트루린’이라는 성분이 있는데 이 성분은 단백질이 요소로 변하여 소변으로 배출되는 과정을 도와 부종, 신장병에 좋다.


수박을 구입할 때 먹고 남은 수박 껍질을 처리할 생각에 구매를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 수박 껍질은 그냥 버리면 쓰레기가 되지만 껍질을 삶은 물로 입을 헹구면 입냄새가 줄어드는데 효과적이라고 하니 꼭 활용해 보길 바란다.


수박과 함께 노랗고 달큰한 향기로 우리를 유혹하는 참외도 빼놓을 수 없다. 예전만 해도 참외는 한여름에 잠깐 볼 수 있는 과일이었지만 최근에는 시설에서 재배하다 보니 늦봄이나 초여름에도 달고 시원한 참외를 먹을 수 있게 됐다.

참외 역시 수박처럼 수분과 당분이 많아 갈증은 물론 피로 해소에 도움이 된다. 한의학에서도 참외는 몸을 보해주면서 열을 떨어뜨리고 장을 축축하게 만들어 원활한 배변 활동을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참외의 씨는 건강에 좋아 과육과 함께 먹는 것이 좋은데, 다만 구입한 참외를 물에 담가 보았을 때 물 속으로 가라앉으면 발효과(물찬참외)로 이러한 참외의 씨를 먹으면 설사를 할 수도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더위가 계속되면서 여름철 건강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그러다 보니 여름이면 쉽게 접할 수 있는 다양한 박과채소에도 관심이 쏠리면서 박과채소 활용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수세미의 경우, 줄기에서 나오는 수액이 기침, 아토피, 보습과 염증 완화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호흡기 계통의 의약품이나 화장품 제조에 이용되고 있다. 여주에 들어 있는 카란틴 성분은 당뇨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분말이나 차로 가공돼 판매되고 있다. 동아는 기능성 음료, 잼 등으로 제조되고 있다.


수박을 무척 좋아해 여름을 최고의 계절로 치는 사람으로서 올해 더위가 싫지만은 않다. 박과채소가 폭염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하니 올 여름에는 수박뿐만 아니라 다양한 박과채소와 박과채소 가공품을 이용해 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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