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기 국립농업과학원 농업공학부장

 

“귀하는 평소에 농업기술을 활용한 농가소득 증대에 관심이 많고, 영농 현장에도 큰 애정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딸기 수출증대에 관심이 많아 우리 조합에 꼭 필요한 MA포장 기술을 개발해주셨습니다. 그 고마움을 간직하고자 모든 조합원들의 마음을 모아 이 패를 드립니다.”


올 초 근무하는 국립농업과학원 직원이 한 딸기 영농조합으로부터 받은 감사패 문구다. 꽤 오래 전「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책이 유행했다. 회사와 가정에서의 인간관계에 고민이 많은 한 회사의 중역이 범고래의 멋진 쇼를 보고 어떻게 범고래로 하여금 그렇게 멋진 쇼를 하게 만들었는지 알고 싶어 한다. 그 비결은 ‘고래 반응(Whale Done response)'이라 불리는 범고래 훈련법이다.


이 책의 저자는, 범고래 조련사와 범고래와의 관계는 인간 사이의 관계와 다르지 않으며, 멋진 쇼를 하게 만드는 비결은 ‘상대방에 대한 긍정적인 관심과 칭찬, 그리고 격려’라고 주장한다. 이 책에서는 ‘긍정적인 것을 강조하라’, ‘잘한 일에 초점을 맞춰라’, ‘벌을 주지 말고 시간을 주어라’라는 세 가지 삶의 지혜를 알려준다. 가정과 직장에서도 ‘칭찬’을 잘 활용하면 존경받는 부모, 성과 높은 비즈니스맨이 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고 결론을 맺는다.


맛있는 음식은 몸을 배부르게 하지만 칭찬은 마음을 배부르게 한다. 우리는 대대로 유교문화 속에서 살다보니 행동을 잘 못하였을 때 꾸중은 자주 듣지만, 행동을 잘 하였을 경우 칭찬은 잘 듣지 못하기 일쑤다. 집안에서 가족들끼리 뿐만 아니라 학교에서도 칭찬과 격려가 인색한 문화 속에 살아왔다. 그러다보니 직장에서도 칭찬에 인색하다. 칭찬과 격려가 직원들로 하여금 직장에서 근무를 즐겁게 생각하고 모두 행복을 느끼도록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칭찬은 늘 부족하다.


조직 안에 있다 보면 늘 당근과 채찍 사이에서 고민하게 된다. 채찍으로 옥죄기만 한다면 창의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없어 적절한 시점에 당근으로 활력을 불어 넣어줘야 한다. 당연히 채찍보다 당근을 더 자주 사용하려고 노력하지만, 모든 일에서 그렇게만 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늘 고민을 하게 된다. 부서장으로서 감당해야 할 무게이지만, 그 무게가 결코 가볍지 만은 않다.


고민거리가 당근과 채찍 사이에만 있는 게 아니다. 한 조직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어떻게 하면 직원들의 창의성과 열정을 끄집어 낼 수 있는지, 어떤 기회를 만들어주면 효율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지, 업무 의욕을 높이려면 어떤 당근을 줘야 하는지를 늘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그리고 그 고민의 중심에는 늘 ‘사람’이 있다. 모든 일은 직원들의 손에서부터 시작하고, 그 손으로 영농현장에서 필요한 기술을 개발해서 보급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자신의 일에 권한을 가지고 스스로 주도할 수 있고, 가치 있는 일에 긍정적으로 기여하고 있으며, 일을 통해 배우고 성장하고 있다고 느낄 때, 그들의 잠재력과 창의성은 최대가 되어 기대 이상의 성과로 이어지게 된다. 따라서 기관장은 그런 환경을 만들어주고, 수시로 격려하고 칭찬해야 한다. 그래야 직원들이 자신의 일에 대한 가치에 자부심을 느껴 최선을 다했을 수 있다.


직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당근은 승진, 연봉, 상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이 가운데서 가장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당근이 바로 칭찬과 상이다. 농촌진흥청은 올해부터 시군농업기술센터 직원에게 주는 상을 크게 늘리기로 했다. 이에 발맞춰 국립농업과학원도 직원들에게 주는 상을 더 늘리고, 연말에 주로 시상하던 것도 분기별로 시상해서 상 받는 기회를 더 자주 만들기로 했다. 상을 주며 일에 대한 가치를 인정해주고, 동기를 유발할 수 있도록 진심에서 우러러 나오는 칭찬을 하는 새로운 직장문화를 만들어 지기를 기대한다.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동력은 정해진 성과를 달성하는 것처럼 단순하지 않다. 일에 대한 열정과 즐거움, 자율적이고 긍정적인 요인이 더 효과적인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사람이 먼저다. 농업인이 주신 감사패 하나가 직원에게는 자부심을 심어주고, 직장에는 칭찬이라는 새바람을 불러일으켰다.


「톰 소여의 모험」을 쓴 미국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멋진 칭찬을 들으면 그것만으로도 두 달을 살 수 있다.”고 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할뿐만 아니라 밥을 안 먹고도 두 달이나 살 수 있다. 그러니, 칭찬이 밥보다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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