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육계협회 김상근 회장

 

요즘처럼 먹거리가 풍족한 세상에서는 식량자급률에 대한 관심을 받는 것은 쉽지 않다. 주변에 온통 먹거리가 넘치는 것이 마치 먹거리가 풍족한 것처럼 착각될 수 있지만 불행히도 대한민국은 식량수입국이다. 자급률이 104%인 쌀을 제외하면 잔체 곡물자급률은 5%에 불과한 실정이다.


육류 자급률은 더 형편없다. 국내에서 육류 소비가 증가하면서 육류자급률이 지난 2000년 78.8%에서 2018년 64.2%로 15%포인트(p)쯤 떨어졌다. 더욱이 미국·호주·뉴질랜드·EU 등과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육류에 무관세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자급률은 오는 2028년에 이르면 62.2%로 추락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촌경제연구원 등에 따르면 국내 육류 소비량이 생산량을 초과하면서 필요한 고기를 수입에 의존, 육류자급률은 지속적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따져보면 육류 소비량이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국내 축산물은 갈수록 위축된 반면 수입물량이 그 수혜를 고스란히 누리고 있다는 것이다. 육류 자급률 하락에 편승해 닭고기 시장도 위태로운 지경이다. 매년 닭고기 수입량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닭고기는 전체적인 수입국가의 물량이 모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브라질, EU, ASEAN산 수입량이 각각 25.4%, 49.5%, 330.4% 증가했다. 물량은 브라질이 3만 558톤, EU가 2,666톤, ASEAN이 2,297톤이었다. 브라질산 닭고기 수입량이 압도적인 가운데 EU와 ASEAN산도 물량확대가 눈에 띈다. 특히 브라질의 신규 수출기업인 Lar, C.VALE, GT등의 물량 확대가 앞으로의 수입량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국내 닭고기 시장은 생산비용이 50% 수준에 불과한 수출국들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상황이 위중한데도 정부는 닭고기산업 경쟁력을 육계 계열업체들에게 떠넘기고 있는 실정이다. 당장 업계의 중지를 모아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준비를 해도 자급률 지지를 장담키 힘든 현실에서 정부의 무관심은 향후 산업 전체에 큰 부담 요인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현재의 닭고기자급률 78%는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고 수입닭고기에 고스란히 우리 식탁을 내줘야 하는 위기에 내몰릴 수 있게 된다. 한번 무너진 자급률을 회복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철저한 대비가 필요한 것이다. 더욱이 가까운 시일내 닭고기 수입이 완전 개방될 것으로 예고되고 있어 국내 닭고기산업은 ‘사느냐’, ‘죽느냐’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앞두고 있다.


닭고기는 완벽한 식품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다양한 영양을 갖추고 있으면서 국민들의 사랑을 받아온 최고의 건강식품이다. 넘치도록 다양한 가치를 지닌 닭고기가 단순히 ‘싸다’, ‘비싸다’의 논리로 수입닭고기와 비교되고 경쟁을 펼치는 것은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축산업 전문가들은 닭고기산업도 여타 축종과 마찬가지로 진입장벽이 너무 높아져 당장 닭고기 생산량을 늘리거나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지방자치단체들이 가깝게는 마을과 2km 이내 지역에 축사를 지을 수 없도록 조례를 제정해 축사 건축 부지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자급률을 높일 수는 없더라도 현상 유지를 위해서는 높은 진입장벽의 벽을 허무는 특단의 대책이 절실한 실정이다.

자급률이 하락세로 돌아선 뒤에 대책을 내놓는다면 이미 때는 늦다. 지금이라도 무엇이 최선의 방안인지 대안·대책 마련에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 '망우보뢰(소잃고 외양간 고친다)'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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