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숙 농업기술실용화재단 스마트팜사업팀장

4년쯤 전이다.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은 스마트팜 기술의 실용화를 위해 ‘스마트팜 실증 테스트베드 지원사업’이라는 조금은 길고 낮선 이름의 사업을 시작하였다. 4년이 지난 지금은 ‘실증’이나 ‘테스트베드 구축’이라는 단어가 익숙하지만 그 때까지만 해도 사업에 대한 부연 설명이 꼭 필요했다. 왜냐하면 실증이 뭔지 테스트베드가 뭔지, 특히 농업에서는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용어와 공감대가 형성되기 전이었기 때문이었다.


재단은 지난 4년간 총27개 기업의 스마트팜 제품을 실증 테스트베드 구축사업을 통하여 23개 제품의 실용화를 추진, 85.1%의 사업화 성공률을 달성했다. 시설·원예분야 뿐만 아니라 축산분야에서도 다양한 스마트팜 기술을 적용하여 실용화 할 수 있도록 테스트베드를 구축하고, 제품의 품질 향상을 통해 제품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하였다. 지난해에는 10개 기업을 지원하여 이들 기업이 약 2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는 성과도 거두었다.


지원사업을 수행하면서 사업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몇 가지 요인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첫째는 스마트팜 제품의 신뢰도이다. 대개 어떤 제품의 신뢰도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제품에 대한 공인 시험성적서가 있으면 된다. 그러나 스마트팜 제품은 새로운 기술들이 융복합하여 적용되어 개발되기 때문에 공인성적서를 발급하는 시험기관이 전무하다. 재단에서는 실증 테스트를 통해 조건별 시험방법을 만들고, 공인 시험성적서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였다.


두 번째는 스마트팜 기술의 현장실증이다. 각 기업이나 연구소에서 스마트팜 기술이 적용된 제품을 만들더라고 실용화되기 위해서는 우선 현장에서의 성능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기업이 현장에서 성능을 실증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 경우 재단에서는 기업의 제품과 농가를 매칭하여 현장 실증시험을 할 수 있는 지원사업을 통해 해결하였다. 기업은 농가에서 직접 수행해 봄으로써 제품의 성능 및 문제점을 파악·개선하고, 수요자인 농가에서는 다양한 요구사항을 제기함으로써 향후 고객인 수요자의 의견이 반영된 스마트팜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스마트팜 실증 테스트베드 지원사업’을 추진하면서 다양한 문제들도 많았다. 시설·원예분야에서 양액재배시스템을 개발하여 실증하고자 하는 경우, 작물에 직접적인 피해를 줄 수 있어 실증 테스트를 원활하게 할 수 없었다. 축산 분야에서는 임의의 환경 조절을 통해 최적의 환경제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데 이 또한 소, 돼지 등 동물들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농장주들이 적용을 꺼리는 바람에 실증 테스트에 애를 먹기도 하였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4개 권역에 스마트팜 혁신밸리 구축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스마트팜 혁신밸리 내에는 스마트팜 실증단지 구축도 포함되어 있다. 이 실증단지를 통해 스마트팜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장실증을 쉽고 빠르게 하게 할 수 있다면 틀림없이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스마트팜 관련 제품이 만들어 질 것이다.


로저스 홀딩스 회장 짐 로저스는 2018년 미농포럼에서 “한국말을 할 줄 알고 35세의 젊은 나이라면 아내와 함께 한국에 와서 농사를 짓고 싶다”고 했다. 그만큼 한국의 미래농업은 희망이 있다는 의미이다. 우리 미래 농업의 핵심은 스마트팜 기술에 있고 스마트팜 기술의 완성은 실증을 통해서 가능하다. 따라서 스마트팜 실증은 우리 농업의 미래를 위한 필수조건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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