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우 농촌진흥청 농업미생물과 연구관

 

2012년 8월, 5억 6천만km를 8개월 반 동안 날아간 화성 탐사로봇 ‘큐리오시티’가 화성에 착륙하였다. 강렬한 붉은 색으로 빛나는 화성은 전쟁의 신 마르스를 상징하면서 예로부터 인류에게 공포와 경외의 대상으로 각인되어 왔다. 이러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화성에 살고 있을지 모를 미지의 존재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하면서 많은 영화와 문학작품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큐리오시티의 주요 임무는 화성에서 생명체의 흔적을 찾는 일이다. 큐리오시티에는 지질조사와 화학·생물학적 정밀분석을 할 수 있는 첨단장비가 탑재되어 있어 스스로 움직이면서 화성을 탐사할 수 있으며, 14년의 예상 수명 기간 동안 계속 과학적인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큐리오시티가 특히 관심을 가지는 주제는 미생물의 존재 여부이다. 실제로 그동안 큐리오시티는 화성을 누비며 2013년에는 고대의 담수호 흔적을, 2015년에는 지표 50cm 아래에서 액체 상태의 소금물을 찾았고, 2018년 6월 대기에서 메탄을 발견했다. 메탄은 유기물의 부패 과정에서 나오는 기체로 주로 미생물의 활동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물의 흔적과 메탄의 발견은 화성에 미생물이 존재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과학적 증거라 나사의 연구자들은 한껏 고무되어 있다.


그렇다면 왜 미생물인가? 미생물은 지구상에서 모든 생명의 원천이라 할 수 있다. 생명체가 도저히 생존할 수 없는 원시 지구 대기에 산소를 만들어 공급함으로써 현재의 푸른 별을 만든 것도 미생물이고, 생명이 다한 생물체의 사체를 분해함으로써 새로운 생명의 자양분을 만들어 내는 것도 미생물이다. 미생물이 없는 생물계란 존재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큐리오시티의 미생물 탐색은 화성의 생명체 존재 가능성 탐색과 개연성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큐리오시티의 화성 미생물 탐색이 인류의 흥미를 이끌어 내듯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미생물도 많은 연구자에게 관심의 대상이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미생물은 왕성한 대사활동의 결과로 특정한 물질을 분해해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 낸다.

곡물을 소화해 빵이나 술과 된장과 같은 발효식품을 만들고, 식물로부터 바이오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것도 미생물이다. 인슐린, 비타민, 색소 등 인류에게 유용한 물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도 공장의 생산 시스템처럼 미생물의 대사활동이 이용된다. 그런가 하면 환경 중 유해한 물질을 분해하거나 오염된 환경을 정화할 때에도 미생물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지구상에 존재하는 미생물 중 아직까지 알려진 종의 수는 불과 5% 수준이라 한다. 바꾸어 말하면 어떠한 환경에서도 생존할 수 있고, 어떠한 물질도 분해·재생산할 수 있는 미생물의 95%는 아직도 미지의 영역이라는 이야기다.

특히, 농업 분야에서 미생물의 활용가치는 매우 크다. 미생물비료·농약, 미생물사료 등 신기능 농업소재로 활용가치가 높은 새로운 미생물을 발견할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기후변화, 토양·수질 환경오염 등 고등식물이 단시간에 극복하기 어려운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하여 환경 적응력이 뛰어난 미생물의 능력을 활용한다면 쉽게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인류의 먼 미래에 초점을 맞춘 큐리오시티의 미생물에 대한 호기심을 이제는 가까운 우리 주변의 현실로 돌려 보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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