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해년 새해가 밝았다. 육십 간지 중 서른여섯 번째, 황금돼지의 해라며 많은 이들이 복된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우리 농업인들도 다복과 다산의 상징인 황금돼지의 해를 만끽하길 소망한다. 아울러 대한민국 농업과 농촌에 대변혁의 바람이 몰아치길 기대해본다.


사실 우리는 해가 바뀔 때마다 희망을 노래한다. 들녘에 풍년가 흥겹기를 바라고, 수확의 기쁨만큼 제값 받는 출하를 기대하며, 땅과 먹을거리와 사람이 모두 건강하기를 하늘에 빈다. 그러나 현실은 늘 고달프고 농업과 농촌, 농업인은 절망의 벼랑에서 위태롭게 버텨왔다. 그래서 더더욱 희망과 변혁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세밑에 농업인들을 만났다. 구랍 27일 청와대 영빈관에는 대통령을 포함해 농업인과 농업인단체장, 행정부와 청와대 관계자, 국회의원, 학자 등 약 150명이 마주앉았다. 이개호 농식품부장관은 ‘사람중심의 농업, 국민 삶에 힘이 되는 농촌’을 만들겠다고 보고했으며, 대통령은 “농업인과 농촌의 희생과 헌신은 마땅히 보상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대통령의 말은 구구절절 옳았다. 농업은 우리 생명이며 안보다, 농업인의 땀이 대한민국의 아들과 딸을 키웠고 그 자식들이 대한민국을 일으켰다, 국민소득 3만 불 수준에 오기까지 농촌의 헌신이 무척 컸다, 하지만 농업인과 농업은 그만큼 보답을 받지 못하고 있다, 더는 농촌과 농업을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스마트 농업의 시작과 끝은 철저하게 농업인이 중심이 돼야 한다, 정부는 정책 계획단계부터 농업인과 소통하고 충실히 반영하도록 하라.


구체적으로 쌀값이나 직불제도 개편, 농어촌특별위원회 설치 등도 언급했다. 중소 농업인과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실현하는 ‘사람중심의 농촌개혁’을 내세웠다. 농촌은 풍요로운 삶터, 일터, 쉼터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농업인은 좋은 식품을 만들고 환경을 지키는 당당한 주체”라고 역설했다.


문제는 언행일치 여부다. 심금을 울리거나 폐부를 찌르는 말이라도, 허언이 아닌 대통령의 묵직한 공약일지라도 실행하지 않으면 모두 허사다. 되레 신의를 저버린 배신이다. 애석하게도 우리 농업과 농촌, 농업인은 숱한 ‘배신’에 상처받기 일쑤였다. 그간의 희생과 헌신이 마땅히 보상받아야 한다는 대통령의 발언이 한낱 꾸밈말이 아니길, 농업인이 먹을거리 책임자이자 환경 파수꾼이라는 의식이 온 국민의 것이길, 올해가 한국농업 변혁의 원년이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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