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 일명 피엘에스(PLS)가 국정감사에서 ‘뜨거운 감자’였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정부기관을 대상으로 한 국감에서 피엘에스와 관련한 정부의 준비미흡을 한 목소리로 질타했다. 특히 농해수위는 준비미흡과 부작용 우려를 적극 표명하며 ‘시행유예’를 주장했다.


농해수위는 농촌진흥청 국감에서 예고한 대로 상임위 차원에서 피엘에스 시행유예 촉구결의문을 채택함으로써 행정부에 시행시점 재검토를 주문하는 모양새다. 결의문은 내년 1월 1일 시행예정인 피엘에스를 5년 유예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물론 국회 상임위의 결의문 채택이 정부의 ‘결정’과는 거리가 먼 권고 수준이라는 점에서 중대한 의미부여는 곤란하다.


게다가 피엘에스 문제는 농해수위에만 걸려있는 것이 아니고 보건복지위, 환경노동위 등 다른 분야 상임위들과도 연관돼 있다. 행정부와 국회의 의견충돌뿐 아니라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에서마저 피엘에스를 두고 이해가 엇갈리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농해수위의 ‘뜨거운 감자’는 다른 상임위에서 전혀 뜨겁지 않다. 관련 질의를 찾아보기 힘들다. 따라서 예정대로 시행할 것인지, 5년이든 3년이든 일정기간 유예시한을 둘 것인지 예단은 금물이다.


그러나 끊이지 않는 농업인들의 시행연기 주장과 이번 농해수위의 시행유예 결의문 채택은 분명 행정부로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제도의 필요성과 당위성에 반기를 드는 것이 아니라 즉시 시행하기에는 행정적 준비가 매우 미흡하고 시행 시 적잖은 부작용이 예상되기에 제대로 준비해 올바로 시행하자는 의견이기 때문에 대놓고 무시하거나 강행할 수 없는 노릇이다. 이들의 주장은 팩트, 즉 사실에 근거한 만큼 설득력도 세다.


속내를 조금 파헤쳐보면 불신이 똬리를 틀고 있다. 5년간 손을 놓고 있다가 시행이 코앞에 다가오자 부랴부랴 허둥대는 정부에 대한 불신은 이미 팽배하다. 누가 봐도 ‘준비미흡’이 확실한데 이를 인정하지 않는 정부의 행태는 불신의 골을 더 깊게 팔 뿐이다.

 

반면 이번에 시행시점을 연기하고 만전을 기한다 해도 그 사이 제도 자체를 흐지부지 상태로 몰아갈 공산이 크다는 것이 정부의 속내이자 불신이다. 그러니 서로에 대한 불신으로 강행과 유예를 번갈고 네 탓 공방을 벌이기 십상이다. 불신의 고리를 끊는 힘은 자신의 허물을 인정하는 것에서 비롯한다. 그렇게 합의하고 약속을 지키는 일이 피엘에스의 해법임을 민관이 함께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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