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 밭 구하기
고구마 밭 구하기
  • 이대식
  • 승인 2018.08.17 1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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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보다 훨씬 가격이 올라버린 고구마모종을 2단이나 사다 심고 잘 활착되나 싶었는데 가뭄이 닥치고 말았습니다. 웬만한 가뭄이 아니면 잎이 마르는 경우가 없는 고구마 잎이 누렇게 뜨더니 배배 꼬이기 시작합니다. 몇 포기 심은 토종오이와 고추, 그리고 고구마 밭까지 물을 길어 날라야 하니 이거 어디 사람이 할 노릇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뭐 그렇다고 농사 때려 치면 특별히 할 일도 없으니 그저 운동한다고 생각하면서 꼼지락 거리는 수밖에 도리가 없긴 합니다.


스프링클러나 특별한 관개시설이 없는 천수전에서 뭔가 작물을 길러내는 일은 눈물겨운 정성 없이는 일은 힘들고 수확은 별로인 헛고생 여정이 되기 십상입니다. 밭 가까운 곳에 물을 공급해 줄 수 있는 시설이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마는 그건 꿈에서나 바랄 수 있는 헛된 소망일뿐입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비싸게 주고 사온 모종들을 말라 죽게 할 수는 없는 일, 18리터 물통 3개로 집과 밭을 몇 차례씩 왕복하는 수고에다 주전자를 이용해 일일이 각 모종마다 물을 붓다보니 그저 목숨만 부지시키기에도 힘에 벅찹니다.


뉴스에서 장마시작을 알리고 곧이어 태풍 삐라뿌룬도 올라온다는 소식입니다. 드디어 물통과 수레로부터 해방되는 순간입니다. 사람이 아무리 물을 줘봤자 하늘에서 단 5분 내리는 비의 효과가 훨씬 더 크다는 걸 새삼스레 깨닫게 됩니다. 누렇게 배배꼬이던 잎들이 금방 활기를 되찾습니다. 키도 못 크고 말라가던 옥수수도 이삭을 틔우긴 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입니다. 베어내지 못하는 건 혹시 몇 개라도 먹을 만한 걸 건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욕심 때문입니다.


가뭄 때문에 잠시 경계를 풀었던 고라니의 습격이 시작된 건 며칠 동안 내린 비로 고구마 순들이 활기를 찾기 시작한 뒤였습니다. 아침에 밭을 살피다보니 이제 막 숨통을 틔고 자라기 시작하는 고구마 순들이 여기저기 잘려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폭 3미터에 길이 10미터로 3줄 심은 고구마 밭 첫줄이 가장 피해가 컸습니다. 이렇게 시작되면 며칠 안가 고구마 밭 전체가 피해를 입게 되니 특단의 대책이 필요합니다.


동해 살 때는 눈이 나쁜 멧돼지가 볼 수 없도록 검정색 차양막 두 장으로 울타리를 쳐 ‘고구마 없다’로 피해를 막을 수 있었지만 고라니는 또 다른 문젭니다. 좁은 면적에 고추지지대 정도 높이로 울타리를 쳐봐야 제집 드나들 듯 뛰어넘을 고라니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고구마 순을 정식하고 나서 뭔가 고라니 대비책을 세워야겠다는 생각으로 미리 사방 촘촘히 쇠막대를 박아놓은 걸 이용해 어떻게 할 것인가를 궁리하다 결국 일차원적 방법인 차양막을 덮고 모자라는 부분은 고추건조망 등을 이어 붙이기로 했습니다.


문제는 매일 저녁마다 덮어주고 아침에는 걷어줘야 하는 아날로그 식 방법으로 인해 귀찮은 거는 물론 집을 비울 수 없다는 거와 기온이 올라가면 아무리 밤이라도 차양막 효과로 삶아질 수도 있다는 염려 때문에 계속하기에는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사실입니다.


뭐 좋은 방법이 없을까 궁리 끝에 나일론 재질로 만들어진 노루망을 덮어씌우면 바람도 통하고 매일매일 덮었다 걷었다를 반복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미쳤습니다. 한 번도 사용해 본 적은 없지만 이론상으로 가능하리라 생각하고 인터넷을 뒤지니 노루망 크기가 문제가 됐습니다. 폭이 가장 넓은 게 1미터50센티고 길이는 100미터나 50미터 딱 두 종류뿐이니 폭이 3미터인 고구마밭을 덮기 위해서는 두 번이나 세 번을 잘라 이어붙여야만 했지만 어쨌든 시도해보기로 하고 가까운 철물점으로 나가 폭이 가장 넓은 노루망을 구입했습니다.


집사람과 한낮 더위와 싸우며 3조각으로 자른 노루망을 시중에서 판매하는 빵끈을 이용해 사이사이를 묶어 하나로 연결해 쇠막대에 팽팽하게 되도록 잡아당겨 걸어놓으니 아주 훌륭한 고라니방지용 그물하우스가 완성됐습니다. 밑으로 기어들지 못하도록 늘어뜨린 그물망 위로 돌과 철근 등으로 눌렀으니 이제 걱정 끝입니다. 결국 고구마 생산원가는 또 상승했지만 집사람이 엄지를 치켜세웠으니 그걸로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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