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종 값이 너무해
모종 값이 너무해
  • 이대식
  • 승인 2018.06.15 1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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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람이 취미로 길러내는 모종이 이상하게도 올해는 제대로 자라지 못했습니다. 고추는 수비초 같은 토종과 꽈리고추, 청양고추 등을 싹을 틔워 포트에 옮겼는데 어디서 옮겨 왔는지 진딧물이 붙더니 그만 시들시들 꼬부라지고 말아 다시 싹을 틔웠으나 역시 제대로 크질 못합니다. 작년만 해도 오크라나 토마토, 토종오이 등은 모종이 잘 커 정식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올해는 이러다 제때 정식도 못할 판이라  종묘상 신세를 지지 않을 수 없게 됐습니다.


북평장 같이 큰 오일장에는 사실 없는 게 없을 정도지만 모종 사겠다고 그 먼 길을 갈 수도 없으니 가까운 시내 종묘상을 들르기로 했습니다. 사실 종묘상은 농약상을 겸하고 있어 봄 농사 시작되는 한철에 모종은 물론 각종 농자재, 농약판매로 큰돈을 번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큰길에 위치한 종묘상들은 인도까지 온갖 모종들을 전시해 손님들의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주로 심는 밭작물인 고추는 그 품종이 수십 가지라 선택하기도 힘들 정도고 거기에 따라 가격도 천차만별입니다.

한 주에 100원짜리부터 500원, 1천원까지 다양하니 선택하기가 결코 쉽질 않습니다. 이러니 최소 100주 정도 심고자 해도 괜히 비싼 모종이 탄저나 역병에도 강할 것 같아 값싼 모종 사기가 주저되는 겁니다.


결국 타협을 본 게 한 주당 3백 원짜리 모종 30주를 구입하기로 하고 고구마 모종 가격을 물어보니 한단에 14,000원이라니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작년만 해도 한단 가격이 7천원 내지 8천원이었는데 무려 70% 이상 올랐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지요. 물론 딱 성수기니 공급이 딸리는 측면도 있겠지만 그래도 그렇지 이거 사다 심어 고라니나 멧돼지 공격을 막아내 수확해봐야 어디 본전이나 건질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집사람이 워낙 고구마를 좋아해 작년에도 저녁이면 차양막과 못 쓰는 커튼 등으로 고구마 밭을 덮었다 아침이면 다시 걷어내는 고생을 감수하면서 겨우 몇 십 킬로 건졌던지라 올해는 그냥 넘어가자고 했더니 그만 눈을 흘깁니다. 결국 그 비싼 모종을 2단이나 구입했습니다. 하기야 작년에는 3단이나 심고 가뭄이 심해 동네사람 눈치 보며 물 길어 나르느라 고생이 많았지만 다행이도 올해 비는 때를 맞춰 잘도 내려줘 일단 심은 모종 전체를 살리는 데는 성공했습니다.


가지모종이나 참외, 수박, 방풍나물 같은 모종들은 집사람 레이더를 벗어나질 못합니다. 처음 귀촌했을 때 구입했던 고추 끈도 어느새 바닥이 났으니 새로 구입해야 합니다. 아무리 자가소비만 한다하더라도 농사짓는 데 들어가는 경비가 꽤나 쏠쏠하게 들어가야만 되니 문제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필요한 모든 걸 자가생산할 수도 없으니 농사짓는 일이 마냥 즐겁기만 한 건 아닙니다.


어쨌든 이렇게 구입한 모종들을 어떻게 잘 길러내느냐는 건 별개 사안입니다. 병충해가 오면 속수무책이고, 그저 작물들이 스스로 견뎌주기만을 기도해야 되니 참 못할 짓입니다.


더욱이 야생동물들의 공격, 특히 고라니의 횡포를 어떻게 막아내느냐에 농사 성패가 달려있습니다. 아직 우리 동네에서는 고추모종을 건드렸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지만, 여기보다 북쪽인 강원도 고성쪽에서는 고라니가 고추모종을 전부 잘라먹었다는 소식이 들리니 도대체 이놈들 식성은 어디까지 진화될는지 걱정거리가 하나 더 늘었습니다.


밭 임차료주고 모종 비싸게 사서 나중에 고라니나 멧돼지에게 제공되는 다양한 식단공급처가 돼서야 어디 견딜 장사가 있겠습니까.


작년 겨울 매서운 추위에 집에서 보관하던 씨감자가 전부 얼어버려 인터넷을 뒤졌더니 5kg에 무려 29,000을 호가해 망설이다 결국 5kg와 장에서 구입한 홍감자 3kg로 감자밭을 만들긴 했지만 그게 어디 수지맞는 일이 되기나 하겠습니까.

 

독성이 있어 돼지들이 건드리지 않던 감자밭도 미처 덩어리가 맺히기도 전에 멧돼지들이 줄기고 덩어리고 모두 파헤쳐 놓았다는 소식에 그만 텃밭농사고 뭐고 때려 치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드는 건 저만 그런 건 아닐 겁니다. 모종구입가는 턱없이 비싸고 그나마 어찌어찌 길러놓으면 야생동물들 잔치판이 돼버리니 이 난국을 극복할 묘수가 어디 없을까요?

농업인신문, NONGUP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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