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인단체들은 쌀협상 국회비준 저지, 한미자유무역협정 협상반대 등 현안이 있을 때마다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했다. 품목별 분야별로 이해관계가 꼭 맞아떨어지지 않더라도 공동대응이 필요할 때면 연대를 서슴지 않았다. 훨씬 오래 전 수세 폐지나 소 파동 싸움을 겪은 농업인들은 흩어지지 않고 똘똘 뭉치면 ‘변혁’을 이뤄낼 수 있음을 증험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농업인단체들은 갈라섰다가 합치고, 합쳐 지내다 갈라서기를 반복해왔다. 세계무역기구 출범과 우루과이라운드 협정에 맞서 단일대오를 형성했다. 문화체육부가 가로챈 마사회를 농림부로 환속하게 할 때도 농업인단체들은 하나로 뭉쳐 싸웠고 결국 관철했다. 그러다 21세기 벽두 농협개혁운동 과정에서 둘로 쪼개졌다. 이때부터 농업인단체 연대조직은 줄곧 둘 이상이 존재했다.

농업인단체는 꽤 많다. 전국조직을 갖춘 단체만 해도 수십 개다. 대표 단체로는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이른바 ‘종합단체’들이 있고 한돈협회, 한우협회, 양계협회, 쌀전업농연합회 같은 축종별, 품목별 단체 또한 탄탄하다. 어림잡아도 40여 단체에 이른다.

농업인단체들은 한동안 농민연합과 전국농민단체협의회라는 연대기구로 양분됐다. 축산단체들은 양대 연대조직은 물론 따로 축산단체협의회를 꾸려 활동을 벌였다. 이해가 상충하는 경우도 적잖고, 단체의 성향에 따라 이합집산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시기였다. 자유무역협정이나 쌀 대란 등 힘을 모아야 하는 현안에 대해서는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해 활동했다.

농민연합과 농단협의 통합논의는 2010년 전후에 있었다. 당시 단체대표들은 ‘분열된 조직으로는 신자유주의 농업구조조정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며 단일대오의 필요성을 역설했고, 실제 ‘농축산업 5대 투쟁과제’를 선정해 공동대응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정부가 각개격파 하듯 단체들을 개별적으로 접촉하며 모종의 ‘농정 거래’를 벌이면서 다시 쪼개져야만 했다.

농정공백. 농식품부 장관과 청와대 농어촌비서관이 지방선거에 뛰어들면서 농업인은 부평초 신세가 됐다. 뿌리내리고 곧게 뻗어야 할 시기에 말이다. 대통령 직속 농특위, 농업회의소 등 농정현안을 농업인단체들이 건사해야 하는 까닭이다. 그 어느 때보다 농업인의 단일대오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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