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국무회의를 마치고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 입장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개선장군’이었다. 한미FTA 3차 개정협상에서 6차례 한미 통상장관회담, 4차례 수석대표간 협의, 분야별 기술협의는 수시로 진행했다고 경과를 알렸다. 물론 협상결과는 원칙적 합의에 도출한 ‘대대적 승리’로 귀결졌다.

김 본부장은 농축산물 시장 추가개방, 미국산 자동차부품 의무사용 등 우리측 핵심 민감분야로 설정한 분야에서, 우리 입장을 관철시켰다고 힘줘 강조했다. ‘덩케르크 전투’ ‘고려 서희장군 담판’ 등을 예로 들며, 자신의 뒤에는 두 세대 만에 세계무역 6강을 이루어낸 우수한 우리 국민이 있었기에 ‘꿀릴게 없는 담판’이었다고 역설했다.

문제는 이러한 ‘꿀릴게 없는 담판’에 미국 백악관 트럼프 대통령 또한 ‘원더풀 딜’이라고 만족했다는 점이다. ‘윈-윈’일수도 있겠으나, 한미FTA 재개정이 어떻게 이뤄졌는지를 살펴보면, 의아한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미국과 한국 노동자들을 위한 훌륭한 협상”이라며 “이제 중요한 안보 관계에 집중하자”고 언급했다.

김 본부장 얘기대로라면, 한미FTA를 무역적자의 원흉으로 내몰던 트럼프 대통령이 만족을 표할 리가 만무하다는 예측이다. 또한 ‘농축산물을 지켰다’고 브리핑 서두부터 강조하던 것 또한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는 얘기인지도 의아한 대목이다.

결국 브리핑 다음날인 27일 미 백악관으로부터 ‘부속합의’했다며 ‘한국의 환율 개입에 관한 투명성을 높인다’는 내용이 공개됐다. 환율문제는 한국경제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이에 대해 투명성을 높인다는 뜻은, 스무딩 오퍼레이션(smoothing operation;환율미세조정) 기록을 공개한다는 의미이다.

미국은 한국에 대해 환율감시국을 지정함과 동시에, 환율정책에 대한 기록 공개를 매년 미 무역대표부(USTR)를 통해 촉구해왔다. 결국 ‘메머드급’의 무역장벽을 제거한 것이고, 트럼프대통령이 만족을 보인 이유인 것이다. 이문제는 가격경쟁력으로 이어져 국내 농축산물 시장이 더더욱 궁지에 몰릴 수 밖에 없는 원인이 된다.

김현종 본부장은 이렇게 중차대한 얘기를 빼놓고 자화자찬에 열올린 것이다. 힘껏 강조했던 ‘농업 레드라인’도 결국 미국측이 관심대상으로 포함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협상 테이블에서 거론조차 안됐던 것을 ‘지켰다’고 포장한 것이다. 이면합의는 안될 말이다. 정부는 솔직한 협상내용 공개만 유일한 책무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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