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미허가 축사 적법화 이행기간 지침 발표

▲ 축산단체 무기한 천막농성-축산관련 단체가 미허가 축사 적법화 기한 3년 연장과 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해 세종 농식품부 앞에서 무기한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사진은 지난 23일 천막농성 시작을 알리는 기자회견 모습.
미허가 축사 적법화 이행 기간을 농가의 의지 여부에 따라 1년 연장해준다는 정부 지침이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미허가 축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연장에 앞서 농가들이 적법화할 수 있도록 제도 정비와 법개정이 우선시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 국토교통부는 합동으로 무허가 축사 적법화 의지가 있는 농가에 한해 보완ㆍ이행기간 부여를 내용으로 하는 ‘무허가 축사 적법화 이행 기간 운영지침’을 지난 22일 발표했다.

이 지침은 미허가 축사 적법화 유예기간이 끝나는 오는 3월 24일까지 가축분뇨 배출시설 허가(신고) 신청서를 제출하고, 이후로 3개월간 이행 계획서를 제출한 농가에 한해 지자체 평가 후 이행 기간을 ‘1년+알파(α)’ 연장해준다는 것이 골자다.

이행계획서는 건축법과 가축분뇨법 등 관련 법령상 위반내용 및 해소방안과 추진일정을 제시해야 한다. 또 이행 기간 중 가축분뇨의 적정관리 방안도 포함해야 한다.

반면,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거나, 신청서를 제출한 뒤 이행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은 농가, 또 연장한 이행 기간 내에 적법화를 완료하지 못한 농가는 바로 사용중지 등 행정처분 대상이 된다.
그러나 정부가 발표한 이번 지침이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미허가 축사를 적법화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축산관련단체협의회는 정부 지침이 발표된 직후 성명서를 발표하고, “적법화 신청서 보완요구, 이행계획서 제출에 따른 농가별 이행 기간 산정, 이행 기간 연장, 조례 개정 등 모든 권한과 역할을 지자체에 부여하고, 중앙정부는 미허가 축사 적법화를 위해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제시가 없다”며 “축산단체가 국무총리실 주관 관계부처 TF 구성을 요구한 것은 적법화 불가요인에 대한 제도개선을 중앙정부 차원에서 마련해 실질적인 적법화를 이행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선 제도개선, 후 적법화를 요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축단협은 “3월 24일까지 가축분뇨법이 정한 배출허가 신청서를 제출, 지자체에서 보완요구를 받은 농가에 한해 이행계획서를 6월 24일까지 제출하라는 것은 물리적, 시간적으로 불가능한 탁상공론적 발상”이라며 “건축서류 완비 등 농가들의 준비기간을 고려하면 3개월은 제도개선이 없는 상황에서 공염불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이러한 축산농가들의 지적은 이미 정부 지침 발표 전부터 지적됐다. 지난 2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된 바른미래당 이언주 국회의원 주최로 열린 ‘미허가 축사 적법화 기한연장과 특별법 제정 등 대책 마련을 위한 긴급간담회’에서 대한양계협회 이홍재 회장은 “적법화를 하고 싶어도 곳곳이 암초라 한발자국도 못 나가는데, 정부는 3년 기간을 주고 시간을 줬으니깐 알아서 하라는 식”이라며 “미허가 축사의 사례분석 후 사례별로 구분해서 제도를 개선하고, 그 이후 이행계획서를 받은 뒤 이행 기간을 설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낙농육우협회 한지태 기획조정실장은 “행정지침을 먼저 시행하고 나중에 법개정을 한다는데, 어떤 지자체가 법을 저촉되지 않는 행정지침을 따르겠냐”면서 “농식품부와 환경부가 협의해서 모든 것을 지자체에 넘겨 모든 권한이 지자체에 있는 상황이라, 지자체는 언제든지 행정처분 내릴 수 있다. 이건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환경부 송형근 물환경정책국장은 “지침을 뒷받침 할 수 있도록 가축분뇨법 부칙개정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부칙개정을 위해선 ‘가축분뇨법’ 소관 상임위인 환경노동위원회 문턱을 넘어야 한다.

이언주 의원은 “이행 계획서가 필요하다고는 본다. 다만 이걸로 연장을 해줄 것인지 말지를 판단하는 것은 비현실적인 얘기”라며 “제도개선을 안 해놓고 불가능한 걸 하라고 하는 것은 정부 책임이며, 적법화를 할 수 있는 제도적 여건들이 정비되지 않은 상황들에 대해서 정부의 귀책사유가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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