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17일 전북 고창을 시작으로 1월 16일 현재까지 총 14건의 고병원성 AI가 발생했다. 이에 모든 언론사는 AI 발생 때마다 관련 뉴스를 연일 경쟁하듯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뉴스와 함께 보이는 자료사진과 화면을 유심히 살펴보면 자극적이고 부정적인 장면에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가금류에서 AI가 발생하면 조기종식을 위해 해당 가축을 살처분하고 있는 실정인데 국내 대부분의 언론은 뉴스의 자료화면으로 축사 내부의 가축뿐만 아니라 폐사체나 살처분 장면까지 여과 없이 보도하고 있다. 그나마 모자이크 화면으로 보도하는 곳도 있지만 폐사체나 살처분 장면임을 감출수는 없었다. 모자이크 처리를 했다는 것은 언론사 역시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에는 불편한 장면이라고 스스로 인지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렇다면 왜 언론사들은 굳이 그러한 장면을 내보내는 것일까? 더 상세하고 구체적인 사진과 화면을 보여주는 것이 과연 정확한 정보 제공을 위한 투철한 기자 정신이며 언론의 역할일까?

뉴스를 접하는 시청자들은 정확한 정보를 알 권리도 있지만 잔인하고 충격적인 장면을 보지 않을 권리도 있다. 실제로 가축 살처분 현장에 투입된 참여자들은 가축 매몰 과정을 지켜보며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으며 그 심각성을 인지한 한 지자체는 AI 살처분 참여자 및 피해 농장주 등을 대상으로 무료 심리상담을 지원하고 있기도 하다.

AI 관련 뉴스에 나오는 살처분 장면은 시청자들에게도 실제 현장을 보여줌으로써 간접 경험을 시키며 현장 참여자가 느끼는 고통과 유사한 스트레스를 준다. 수시로 보도되는 뉴스로 인해 간접 경험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누적되면 그 고통의 총량은 결코 작지 않을 것이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듯 우리는 혐오스럽고 충격적인 장면에 끊임없이 노출되면서도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도 못한 채 자극적이고 부정적인 이미지에 무뎌져 있는 지도 모른다.

AI 관련 뉴스를 보도할 때마다 오리와 닭, 축사, 살처분 장면을 보도하게 되면 시청자들에게는 가축 사육 자체가 마치 질병 발생의 근원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이는 축산업 전체를 부정적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는 원인 제공을 하는 것이다. 또한 가뜩이나 침체된 축산물 소비심리를 바닥까지 더욱 끌어내리는 연쇄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그렇게 축산물 소비가 바닥을 찍으면 언론은 또다시 소비를 촉진하겠다며 유명 인사들이 시식하는 장면을 앞 다투어 보도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듯 소비자인 시청자에게 온갖 혐오감을 주고 난 후 뒤늦게 ‘축산물은 안전하니까 많이 드시라’는 것은 시청자를 우롱하는 처사이다.

반면 지난 10일 AI가 발생한 이웃나라 일본은 어땠을까? 일본의 언론보도는 우리나라와 판이하게 달랐다. 그 어떤 일본 언론사에서도 폐사체나 살처분의 자극적인 장면은 찾아 볼 수가 없었다. 대부분의 장면이 방역복을 입은 사람, 축사외부 전경, 소독 장면, 회의 장면으로 구성돼 있었다. 적어도 일본 언론은 자극적인 보도가 국익과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코 화면 편집 과정에서의 우연이라고 여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일본이 우리보다 취재능력과 기술이 부족해서일까? 혐오스러운 장면을 굳이 노출시킴으로써 축산업 자체에 부정적 인식을 심어주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기 위한 처사라고 생각한다.

우리 언론은 반드시 일본 언론 보도 사례를 주목해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듯 AI라는 질병관련 보도가 축산업 전체를 무너뜨리는 원인 제공을 해서는 절대 안된다. 앞으로는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보도가 아닌 국내 산업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 건전한 뉴스 보도로 언론사의 경쟁력을 확보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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