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의 대통령 업무보고에 어떤 내용이 담길까 궁금하다. 쌀 대책과 농가소득 증대방안, 농산물 수급안정, 자유무역협정 등 시장개방 대책, 농업인 삶의 질 향상,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안전한 먹을거리 생산과 공급, 가축질병 방제, 남북농업협력 방안 등 적잖은 현안과 이슈가 버무려질 것이다. 부서별로 마땅히 할 일을 정리하는 수준일지도 모른다.

대통령직속 농업특위 구성과 농업회의소 설치 등 문재인 대통령의 농정공약이 어떻게 다뤄질 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농업계는 농업특위나 농업회의소가 관료적 매너리즘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농피아’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쓴 농정당국에 일침을 가할 수 있다며 공약이행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이 새로운 기구와 기관은 민관 협치, 공도동망의 상징이 될 터이다.

농업적폐를 청산하든 새 기구 설치로 농정을 바로잡든, 그것이 문재인 정부의 정체성이든 아니면 하나마나한 헛구호이든 우리가 바라는 바는 달라지지 않는다. 농업이 나라의 근간임을 인정하고, 헌법에 그 가치를 명시하고, 농업이 홀대받지 않고, 농업인이 여타 국민과 같은 백성의 경지에 살고, 농촌이 복지 사각지대라는 말을 더는 듣지 않도록 세상을 바꾸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 모든 것을 일거에 이루기는 어렵다. 작은 것부터 하나둘 고쳐나가고, 교체가 가능한 종자부터 바꿔간다면 더디더라도 끝내 이루지 못할 일도 아니다. 과욕은 금물이라고들 하지만, 사실 농정당국의 전사를 들여다보면 과욕은커녕 농업과 농촌을 살려보겠다는 의욕마저 찾아보기 힘들다. 농업축소가 불가피하다거나 ‘잘 나가는 산업’을 위한 희생양으로 깔보는 이들이 농업발전을 입에 담는다. 책임의식, 사명감 없는 공직문화가 매우 걱정스럽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농정 패러다임 갈아엎기를 원하는 이들이 많은데도 모르쇠하며 철밥통 끌어안기에 골몰하는 세력이다. 적폐는 뿌리가 깊다. 그만큼 뿌리 뽑기 어렵다는 뜻이다. 농업특위는 ‘옥 위에 옥’이라는 둥 정부부처와 갈등할 것이라는 둥 갖은 모략을 통해 특위 구성을 막아서는 세력이다. 농업계의 여망을 담아 일부 지역에서 풀뿌리처럼 돋아나고 있는 농업회의소도 이런저런 핑계 대기와 눈치 보기에 급급해 본격 설치에 소극적인 이들이다.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배제될지, 한두 줄 요식에 그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나 ‘촛불민심’으로 탄생한 정부라면 농업인의 요구를 받들어 마땅하다. 농업특위와 농업회의소 설치는 더 미룰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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