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부용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박사

나날이 증가하는 국제 교류와 해외 여행을 보자면 지구촌이라는 말이 현실이 된 것 같다. 이로 인한 풍부한 인적·물적 교류로 인한 장점도 많지만 그 이면에는 사스ㆍ메르스ㆍ에볼라와 같은 전염병의 급속 확산과 같은 문제점도 나타나게 되었다. 한 번 전염되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퍼져나가게 되는 이 병들은 인간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인류의 먹거리인 식량, 즉, 농작물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예로부터 식량 증산을 위해 병해충과 싸워온 인류는 작물보호제의 발달로 인해 병해충과의 전쟁에서 승기를 잡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해충 방제가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논ㆍ밭의 각종 식량작물에 발생하는 멸구류ㆍ나방류ㆍ진딧물류ㆍ노린재류 등 예전부터 지속적으로 발생하여 농사를 방해해오던 각종 해충을 완전히 제압하지 못한 상태에서 새로운 해충이 추가로 생겨났기 때문이다. 기존 해충과 외래 해충의 혼재, 이른바 해충 춘추전국시대이다. 이 난국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전국적으로 돌발 해충에 대한 피해가 커지고 있다. 돌발해충 중 하나인 갈색날개매미충은 발생면적이 2013년에 718ha였으나 2017년엔 8,834ha 로 증가하였고, 미국선녀벌레는 2014년 3,264ha이었던 발생면적이 2016년에는 10,304ha로 증가하였다.

꽃매미는 2008년 9ha에 불과하였으나 2017년에는 2,218ha로 발생면적이 크게 증가하였다. 또한 사탕무씨스트선충 등과 같은 경우는 국가기관인 농촌진흥청이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하여 국가예산을 투자하여 공동으로 방제하는 공적방제까지 추진하였다. 이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모두 해외에서 유입된 해충이라는 것이다.

국내에 유입된 외래 해충은 2000년대 4종이 유입된 것에 비하여 2010년 이후에만 10종이 유입되어 농작물 피해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렇게 새로운 해충의 발생과 피해가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기후변화·이상기상과 외국과의 교역량 증가로 인해 외래 해충이 우리나라에 들어오고 들어온 해충이 우리나라에 정착하여 갑자기 번성하였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큰 문제를 야기하는 돌발 병해충에 대하여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먼저 원인을 파악해야 할 것이다. 돌발 해충의 경우 농작물에 지속적으로 피해를 주는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국내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해충이 유입되면 해충 같은 경우 개체수가 늘어나는 것을 자연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천적이 없기 때문에 개체가 급격히 증가하게 되고, 기후변화에 의해 겨울철 온도가 높아 해충이 월동하기에 좋고 봄철에는 강수량이 적어져 이들 해충에게 최적의 생육환경이 되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돌발 해충에 대한 정밀 예찰이 필요하다.

이들 해충은 농경지뿐만 아니라 산림지에서도 서식이나 월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전국 일제조사를 통해 병해충의 개체수나 발병 정도를 파악하고 합동방제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농촌진흥청에서 운용하고 있는 국가농작물병해충관리시스템(NCPMS)을 적극 활용하여 조기경보시스템을 구축하고, 이에 대한 데이터의 누적으로 향후 빅데이터를 이용한 해충 방제의사결정을 활용할 수 있다. 동시에 돌발 해충에 대한 신속한 분류·진단부터 생리, 생태, 방제에 이르는 일련의 연구를 진행하고 방제전략 수립을 위한 근거로 삼아야 한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방제 전략은 ‘예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매년 초 봄, 발생 보고된 지역을 중심으로 갈색날개매미충, 꽃매미의 월동란을 농경지·산림지 합동조사를 통해 물리적으로 제거하여, 발생을 최소한으로 억제하고 있다. 또한 약충기(5~6월)에는 중앙-지방기관 공동 방제를 실시한다. 금년에도 약 20억 원의 국비·지방비를 들여 18천 ha 의 발생 예상지역에 협업방제를 추진하였고, 성충기(7~8월)에 다시 2차 협업방제를 추진하여 산란을 억제하고 농작물 피해를 최소화하였다.

마지막으로 부처 간 협업이 필요하다. 사람이 하는 업무에는 경계가 있지만, 병해충의 활동 무대에는 경계가 없다. 농경지, 삼림지뿐 아니라 도시, 하천 그리고 국경 검역에 이르기까지 모든 유관기관이 협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협업방제 강화를 위한 ‘권역별 협의체’를 구성한 것은 고무적이라고 본다. 금년 1월 2017년 농림지 동시발생 돌발해충 방제대책 협의회를 개최하여 농식품부, 농진청, 산림청, 농협, 도원, 시군센터 등 중앙, 지방, 유관기관이 모두 모여 세부 방제계획 수립·실천을 위해 머리를 맞대었고, 4월에는 2017년 주요 병해충 발생전망 및 대응 심포지엄을 통해 ‘지피지기 백전백승’ 전략으로 선제적인 병해충 관리 방안을 모색하였다. 해충과의 전쟁을 위해 집결한 모든 관련기관의 병해충 담당자는 영웅이라 할 수 있다. 이젠 모두 하나 되어 해충 춘추전국 시대를 끝내야 할 시작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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