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을 비롯해 사회 곳곳에서 개헌논의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농업을 지탱하는 최대의 헌법적 장치인 ‘경자유전 원칙’이 흔들리고 있다. 뿌리깊은 소작제를 견제하기 위해 헌법 제121조에 명시하고 있는 ‘경자유전 원칙’과 ‘소작제도 금지’에 대해, 경제론자들은 규제 일변도의 근거 조항이기 때문에 당장 개헌을 통해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당장 소작제는 기억에서 조차 잊혀져 가는 ‘죽은 제도’일 뿐만 아니라, 경자유전이란 용어 또한 임대차를 통해 농사짓는 땅의 60%가 이미 소유자가 별도로 존재할 정도로 비현실적이고 무의미해졌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기업농 중심의 농업경제 활성화에도 걸림돌이란 주장이다. 때문에 개헌 논의가 있을 때마다 존폐론이 쟁점화돼 왔다.

이에 농업계는 확고하고 올바른 주장을 펴면서도 불안하다. 그간 경제론과 자본론으로 휘둘린 상식들을 누누이 지켜봐왔던 터, 더욱이 농업분야는 경제발전이란 명분 아래 타산업의 ‘희생양’으로 비상식적인 대우를 받아왔기 때문에 더욱 우려스런 처지인 것이다.

다시 한 번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경자유전원칙은 그동안 농지의 용도변경을 철저히 막아왔다. 현재 농지가 감소하는 속도를 감안할 때, 이 조항 마저 삭제된다면 농업생산기반 자체가 사라질 것이 뻔해진다. 농업의 지속 가능성을 약속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는 것이다. 굳이 국민적 합의를 들춰내지 않더라도 폐지를 주장하는 근거의 싹을 잘라내야 하는 이유이다. 여기에 농지의 보전 및 이용에 관한 국가의 의무를 명확히 규정하는 차원에서라도 경자유전 원칙 조항은 반드시 사수해야 하는 것이다.

소작제 또한 ‘죽은 제도’라고 보기엔 위험하다. 잠재된 불씨가 분명 도사리고 있다. 과거와 현재 농사짓는 일이 농업인들의 일방적 땀에 의해 수확이 가능했다고 한다면, 앞으로의 농업시스템은 IT(정보통신) 등이 합쳐진 융복합기술을 필요로 한다. 여기에 대량생산이 일반적 생산체계가 될 것이란 점에서, 농업인의 개인적 능력 발휘는 협소해지고 한계에 부딪치는 상황이 전개된다. 이쯤에서 기술도용에 따른 비용, 정보통신 비용 등 제도권내에서 양식화되지 않은 다양한 ‘단계별 소작료’가 발생하게 될 것이다. 결국 상황만 달라졌지 과거의 ‘소작농 피해’가 고스란히 재현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얘기가 된다.
개헌작업에서 농업분야는 농업인의 권리, 농업의 가치, 먹을 것에 대한 기본권리 등이 매우 구체적으로 강하게 요구돼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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