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정산조직인가?

중도매인 “신용거래 축소되면 영업력 위축… 반대”

도매시장법인 “미수금 청산 선결 등… 추가비용 안돼”



현재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정산조직 도입을 목적으로 하는 연구용역을 시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진행상황을 살펴보면 착수보고회가 완료됐고, 도매시장법인 및 중도매인을 대상으로 면접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개설자인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와의 인터뷰도 진행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해당 연구용역이 나오게 된 배경과 지금까지 연구용역 수행자들과 만났던 가락시장 관계자들의 증언을 종합해 보면 △정산조직 도입을 전제한 연구용역 △금융권을 참여시키는 방안 △제3자 개입 금지 검토 △개설자의 관리권한 요청 △출하자 대금정산 포함 여부 △도매시장법인의 담보 없는 신용거래 가능여부 △도매시장법인의 정산조직 운영비용 부담 등이 언급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렇듯 정산조직 도입에 대한 정부의지는 노골화되어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정산조직의 실제 당사자인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의 인식은 이와 전혀 다른 궤를 달리고 있다. 일례로 ‘당장의 미수금 청산을 어떻게 할 것인가?’부터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오랜 거래를 기반으로 담보 이상의 신용거래가 당연한 관행으로 통용되고 있는 현행 거래방식과 달리 정산조직은 철저한 담보 준수가 기본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의 정산조직 도입 목적은 분명하다. 중도매인의 자유로운 복수법인 거래를 통한 도매시장법인의 경쟁 촉진이다. 그러나 중도매인 스스로가 정산조직 도입에 대해 강한 우려와 반대의사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정부가 “중도매인의 자유로운 복수법인 거래”를 위해 도입하려는 정산조직이 현행 도매시장법인의 탄력적인 정산운영보다 경직되고 비탄력적일 수밖에 없는 제도적 한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와 본지가 가락시장 도매시장법인 임직원과 중도매인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결과를 분석한다. 이를 통해 정부가 의도하고 있는 정산조직 도입에 대한 근원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또한 현행 정산시스템의 장·단점을 분석하고, 정산조직 도입을 전제하기 위해서 먼저 풀어내야할 문제점을 짚어본다.

     현행 미수금 관리의 최대 장점은“탄력적인 신용거래로 거래실적 향상”

가락시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간 거래의 기본은 담보에 의한 외상거래이다. 기본적으로 도매시장법인이 상장한 농수산물은 중도매인이 경매 및 정가·수의 등의 방식으로 매입한다.

이 때 중도매인은 도매시장법인에 제공한 담보 내에서, 또는 추가적인 신용거래 범위 내에서 외상으로 거래한다.

도매시장법인의 기능은 여기서 작동한다. 중도매인과 거래에서 보통 10~15일 정도의 외상거래와 담보를 초과하는 신용거래에 따른 금융 리스크를 모두 수용하고 있다. 특히 거래완료와 함께 지급되어야 할 출하대금을 ‘선지급’ 하고 있다.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이하 농안법)에서는 매수 및 위탁받은 농수산물의 매매대금 전부는 즉시 출하자에게 지급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농안법 제41조(출하자에 대한 대금결제)’는 제①항에서 “도매시장법인 또는 시장도매인은 매수하거나 위탁받은 농수산물이 매매되었을 때에는 그 대금의 전부를 출하자에게 즉시 결제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도매시장법인의 대금결제 기능과 금융 리스크를 감수하는 영업행태의 최대 수혜자는 중도매인이다. 불특정 다수의 출하자는 출하된 농수산물의 안정적인 판매대금에 만족한다. 그러나 중도매인은 주식시장의 미수거래처럼 신용거래를 할 수 있다. 더욱이 주식시장의 경우 이틀이 지난 시점까지 결제를 못할 경우 강제로 반대매매에 들어가는 강력한 제재조치가 뒤따르지만, 도매시장의 중도매인은 미수급 납입이 지연될 경우 도매시장법인으로부터 완납장려금을 못 받는 다거나, 일시적인 거래 정지 등의 수준이 대부분이다.

이 같은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간 거래의 미수금 관리방식에 대해 도매시장법인관계자와 중도매인관계자 대부분이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랜시간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지금의 미수금 관리방식으로 진화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중립적인 의견을 포함시킬 경우 △도매시장법인관계자 ‘93.8%’ △중도매인관계자 ‘81.9%’ 가 긍정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도매시장법인의 미수금 관리방식에 대한 만족도

주목할 만한 점은 도매시장법인의 1.8%, 중도매인의 18% 만이 현재 미수금 관리방식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불만에 대한 내용을 살펴보면 도매시장법인관계자는 “중도매인 미수금에 대한 장려금 지급과 회수기간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반면, 중도매인관계자는 “현행보다 결제기간과 신용거래 한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사실상 불만이라기 보다는 현 미수금 관리 방식을 더욱 강화해 달라는 내용이다.

     “현재 미수금 관리 방식은 시행착오를 통한 진화의 결과”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 모두 현행 미수금 관리방식의 장점에 대해 같은 목소리를 냈다. 도매시장법인 관계자를 대상으로 ‘현재 중도매인 미수금 관리 방식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물었다. 이에 대해 응답자의 28.2%는 “중도매인 신용거래의 탄력적인 운영으로 거래실적 향상”이라고 응답했다. 응답자의 27.1%는 “전속거래에 따라 중도매인 담보 및 신용관리가 수월하다”고 꼽았고, 응답자의 22.9%는 “전속거래를 통해 중도매인과 긴밀한 유대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고 답했다.

▶ (도매시장법인관계자) 현재 중도매인 미수금 관리 방식이 가지고 있는 장점은?

이 같은 결과는 수집주체와 분산주체를 분리하고 있는 도매시장 시스템과 이를 근거하는 농안법에 따른 충실한 결과로 풀이된다. 도매시장법인의 수수료 수익은 출하자의 경락가격과 연동된다. 이 때문에 출하자의 대변자로 도매시장법인의 역할이 조명 받는다.

그러나 도매시장법인의 실질적인 영업이익은 중도매인의 거래실적에서 나온다. 약정을 맺고 있는 중도매인이 얼마나 많은 농수산물을 거래 했느냐에 따라 해당 도매시장법인의 영업이익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도매시장법인이 외상거래와 신용거래 등의 위험부담을 감소하면서 중도매인 거래실적을 높이려는 이유이다.

중도매인도 현행 미수금 관리 방식의 장점에 대해 도매시장법인과 비슷한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도매인관계자를 대상으로 ‘현행 미수금 관리 방식이 가지고 있는 장점’에 대해 물었다.

그 결과 응답자의 21.4%는 “도매시장법인의 탄력적 신용거래 운영으로 거래실적 향상이 용이하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20.5%는 “전속거래에 따라 담보제공 및 신용거래 확대가 편하기 때문”을 선택했다.
또한 응답자의 19.5%는 “거래대금 회수에 따라 도매시장법인이 완납장려금을 지급한다”는 항목을 꼽았다.

▶ (중도매인관계자) 현재 중도매인 미수금 관리 방식이 가지고 있는 장점은?

가락시장 중도매인의 경우 비상장거래(상장예외품목) 출하자 대금정산을 담당하는 가락시장정산(주)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다. 또한 이를 통해 정산조직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응답자의 15.7%가 꼽은 “정산조직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수금 회수기간이 길다”와 응답자의 14.8%가 공감한 “미수금에 대한 정산수수료 또는 연체이자가 없다”는 답변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이 있다. 중도매인관계자의 7.1%가 답한 “중도매인의 자유로운 복수법인 거래가 가능하다”는 응답이다. 현재도 중도매인의 복수법인 거래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다만, 담보를 여러 도매시장법인에 분산시켜야하기 때문에 거래실적을 높이는데 있어서는 상당한 약점이 될 수 있다.

    중도매인 “현 미수금 관리 방식,자유로운 복수법인 거래가 장점”

그럼에도 중도매인 스스로가 현행 미수금 관리 방식의 장점으로 “자유로운 복수법인 거래”를 꼽았다는 것은 상당히 의미하는 바가 크다. 이미 중도매인 스스로가 “자유로운 복수법인 거래”를 인정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정부의 정산조직 도입 목적으로 “자유로운 복수법인 거래를 통한 도매시장법인의 경쟁 촉진”이라고 내세우는 것은 현장과 괴리된 탁상행정 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물론 현재의 중도매인 미수금 관리 방식에 대한 단점도 존재한다. 이 부분이 정산조직 도입의 필요성으로 인식될 수 있다. 그러나 앞서 분석했던 현재 미수금 관리 방식에 대한 만족도와 맞물려 판단해야 한다.

도매시장법인관계자가 인식하는 현재 중도매인 미수금 관리 방식의 단점은 ‘중도매인 신용거래 확대로 도매시장법인의 리스크가 크다’(28.7%)와 ‘전속거래에 따른 중도매인의 무리한 신용거래 요구’(26.8%) 이다. 이는 장점이 곧 단점이 되는 지점이다. 도매시장법인 입장에서 중도매인의 신용거래 확대가 위험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중도매인의 거래실적을 늘려야 도매시장법인의 영업이익도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위험을 인지하면서도 감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조사결과로 드러난 것이다.

미수금에 대한 금융비용 부담도 단점으로 지적됐다. 응답자의 17.7%는 ‘미수금 회수기간이 길어 도매시장법인의 금융부담이 크다’는 인식도 가지고 있다. 응답자의 14%는 ‘도매시장법인의 중도매인 미수금에 대한 금융비용 부담’을 꼽고 있다.

▶(도매시장법인관계자) 현재 중도매인 미수금 관리 방식이 가지고 있는 단점은?

중도매인관계자들이 인식하는 현 미수금 관리 방식의 단점으로 ‘중도매인 담보 및 신용관리를 위한 도매시장법인의 전속거래 요구’(27.8%), ‘중도매인 신용거래 요구에 대한 도매시장법인의 무리한 담보요구’(26.7%)를 꼽았다.

중도매인관계자들은 ‘신용거래’ 에 대해서는 전폭적인 지지를 밝혔다. 그럼에도 ‘신용거래’를 위한 담보에 대해서는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이는 신용거래와 관련된 일체의 부담을 도매시장법인이 감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금융거래에서 신용거래(대출)는 높은 이자율이 부과된다. 그러나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간 신용거래는 이자가 없다. 정확히 표현하면 신용거래에 대한 일체의 금융부담을 도매시장법인이 담당한다. 이는 일반 소비자가 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을 때 이자를 면제받는 것과 다르지 않다. 중도매인 입장에서 이러한 혜택을 포기할 이유가 없다. 특히 이 부분은 정산조직 도입시 풀어야할 숙제 가운데 가장 어려운 부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도매인관계자) 현재 중도매인 미수금 관리 방식이 가지고 있는 단점은?

   정산조직 도입 의도에 대한 부정적 시각 ‘팽배’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 모두가 정산조직 도입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도매시장법인은 ‘정부 및 개설자의 개입여지 확대를 위해’(35.7%) 정산조직을 도입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중도매인 역시 ‘도매시장법인의 미수금 부담을 해소하기 위한 것’(24.4%)과 ‘이유를 모르겠다’(24.4%)는 응답이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가락시장 도매시장법인의 입장에서 정부 및 개설자의 개입여부는 굉장히 민감한 사안이다. 그 동안 개설자의 일방적인 밀어붙이기식 행정에 시달린 경험이 크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에서는 개설자와의 법정 소송까지 진행되고 있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 이 말이 정산조직 도입과 관련해 가락시장 도매시장법인에게 딱 들어맞아 보인다.

▶(공통) 정부가 정산조직을 도입하려는 이유는?

집계된 내용을 자세히 보면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은 각각의 입장에서 정산조직 도입이 유리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중도매인관계자는 “도매시장법인을 위해 도입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입장이며, 도매시장법인관계자는 “정부와 개설자가 기업대 기업간 상행위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도매시장법인 “제3자 개입 금지”…  중도매인 “추가비용 없어야”

정산조직 도입을 가정한 질문을 다시 던졌다. “정산조직 도입을 위해서 선결해야할 조건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이 가장 우선 순위로 꼽은 것은 ‘정산조직 운영에 따른 추가비용 부담이 없어야 한다’(도매시장법인 25.8%, 중도매인 21.8%) 는 답변이다.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 모두 정산조직에 대한 비용부담을 꺼려하고 있다.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규제가 될 수 있는 정산조직에 추가비용 투입은 절대 있을 수 없다는 명확한 입장이다.

▶(도매시장법인관계자) 정산조직 도입시 선결되어야할 조건은?

도매시장법인이 제시한 선결조건에서 ‘추가비용 부담이 없어야 한다’와 같은 비중을 차지한 응답이 ‘제3자의 개입 금지’ 이다.
도매시장법인은 정산조직 설립 및 운영에 대한 정부 및 개설자 등의 제3자 개입을 극도로 꺼려하고 있다. 앞서 설명한 바 와 같이 여러 차례 개설자의 무리한 행정개입으로 인한 혼란을 겪어왔기 때문이다.

일례로 개설자의 부당한 행정지도로 인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부과 받은 바 있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서도 부당한 행정지도에 의한 전철을 밟고 있는 분위기다. 더욱이 상장예외품목 확대에 대해서는 개설자와 행정소송이 진행 중이다.

여기에 도매시장법인의 핵심기능인 정산(중도매인의 미수금 납입을 위한)분야까지 개입하려는 시도는 공적 기능 수행을 감안한다 해도 자칫 관치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 이는 기존 출하자 대금정산과는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 별개의 사안이다.

또한 현재 도매시장법인이 가지고 있는 중도매인 미수금에 대한 청산 문제가 대두된다. 가락시장의 한 도매시장법인관계자는 “현재 우리 회사에만 약 100억원에 달하는 악성 미수금이 존재한다”면서 “각 도매시장법인이 안고 있는 미수금만 제대로 청산된다면 도매시장법인 입장에서는 정산조직 도입에 적극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중도매인관계자) 정산조직 도입시 선결되어야할 조건은?

중도매인은 정산조직 도입을 위한 선결조건으로 ‘중도매인의 영업력이 위축되지 않는 수준의 신용거래 방안 마련’(16.9%)을 두 번째로 꼽았다. 기존 도매시장법인의 미수금 관리 방식이 가장 최대 장점이 신용거래이다.

따라서 정산조직이 도입될 경우 최소한 현재 도매시장법인 수준의 신용거래를 가능케하는 방안이 마련되어야만 한다는 것이 중도매인관계자의 설문조사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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