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어떻게 할 것인가. 가축전염병을 비롯해 분야별, 부문별 농업현안이 산적해 있다고는 하나 쌀 문제는 그 중에서도 가장 긴급하다 할 것이다. 오죽하면 ‘골든타임’이라고들 하는가. 쌀 관세화 유예라는 일종의 ‘매듭’을 풀어놓고는 이렇다 할 대책 없이 허송세월한 이전 정부가 못내 야속하지만 어쩌겠는가. 자칫 숨넘어갈 판인데, 새 정부마저 손 놓고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농업인의 99퍼센트는 뒷전에 두고 겨우 1퍼센트 극소수 기업농에 초점을 맞춘 농업정책은 요즘말로 ‘적폐’임에 틀림없다. 농정 수혜대상을 대다수에서 극소수로 바꾼 기업농 육성정책을 입안한 것이 이명박 정부라면, 그 뒤를 이은 박근혜 정부는 제자리에서 맴돌았을 뿐이다. 특히 관세화 조치로 국내 쌀 생산량의 10퍼센트 안팎의 할당물량을 의무적으로 수입하게 만들어놓고는 ‘재고 타령’만 해댔다.

정부는 방치했다. 쌀 한 가마 가격을 23만 원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대통령의 공약은 개표와 동시에 공수표가 돼버렸다. 약속하지 않았다고 발뺌했다. 관료들은 외국 곡물수출기업들의 국내 대리인처럼 굴었다. 온갖 반대를 비웃으며 밥쌀 수입을 강행했다. 결국 쌀값은 폭락했다. 전국평균 17만 원 선이던 쌀 한 가마 가격은 그 사이 12만 원대로, 30퍼센트 이상 떨어졌다. 20년 전보다 못한 쌀금이다. 대선 투표 하루 전인 5월 8일에 밥쌀 수입 공고를 냈다. ‘적폐’는 마지막까지 재를 뿌렸으니 참 괘씸한 노릇이다.

문제인 대통령은 ‘쌀 생산조정제’ 등으로 쌀값, 쌀농업을 지키겠다고 공약했다.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쌀 목표가격을 인상하고, 생산조정제 시행과 소비 확대를 통해 쌀 생산비를 보장하겠다고 했다. 대북 쌀 지원 등 식량정책을 수립하는 한편 자급률 목표를 올리고 농지보전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쌀 가공산업 육성, 쌀 활용 지역 특산주의 주세 대폭 인하, 미곡종합처리장의 농사용 전기 적용 등 가능한 한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하겠다는 것이다.

새 정부 인사들도 ‘골든타임’임을 인정하고 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경제2분과장인 이개호 의원은 최근 “쌀값이 위중한 시기이지만 근본대책을 세울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고 했다. 대선 농수축산 특보단도 6월초 발전적 해체를 통해 농정공약 실천을 위한 ‘농어업정책포럼’으로 거듭난다고 하니 부디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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