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오명 벗고 ‘명품 축협’으로 재탄생”

지난 2008년 전남 구례축협은 일순간 암흑에 빠졌다. 구제역이라는 악성 가축질병 여파로 위탁 사육 중인 한우 400여마리가 출하중지 되면서 막대한 영업 손실이 발생한 것. 이 때문에 인근 축협과 합병만이 사는 길이라는 위기감이 감돌았다. 농협중앙회에서도 합병을 권고할 정도로 상황이 위급했다. 

당장 침몰할 수밖에 없었던 절박함에 내몰렸던 구례축협은 지난 2009년 이동운 조합장을 선출하고 한가닥 희망을 걸었다. 이 조합장은 조합원들의 절대적인지지 속에 취임은 했지만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수년간 이어진 적자 경영에 직원들의 인건비 보존마저 장담할 수 없는 현실앞에 임직원들은 무엇인가를 해보겠다는 의지보다는 하루를 연명하는 패배주의 정신이 워낙 강해 고민이 깊어졌다.

그러나 이 조합장은 포기하기 않았다. 무엇보다 직원들과 소통 강화에 나섰다. 고용불안과 무기력함에 빠진 직원들이 다시 희망을 품을 수 있도록 비전을 제시했고 그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쉼없이 대화를 시도했다. 직원들이 활기를 되찾아야 축협이 재도약할 수 있다는 이 조합장의 소신 때문이었다.

그러나 소통 과정은 녹록치 않았다. 임원과 직원간 불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컸고 고용불안 위기를 느낀 직원들은 노조를 결성해 집단 투쟁에 나서면서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치달았다. 그래도 이 조합장은 흔들림없이 직원들과 대화를 시도했다. 어찌됐든 임직원 모두 구례축협을 살려야 한다는 의식은 갖고 있었기 때문에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반드시 한마음 한뜻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기 때문. 그렇게 이 조합장은 직원들에게 조금씩 다가섰다.

‘한번 해보자’는 의지를 심어주고 반드시 그에 따른 보상을 해주겠다는 이 조합장의 비전 제시는 어느새 직원들과 의견을 공유하게 됐고 구례축협 분위기도 점차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이 조합은 “상여금이 제대로 지급되지 못한 해가 반복되다 보니 직원들의 사기가 많이 꺾였고 임원들에 대한 불신이 커 소통 과정이 매우 힘들었다”면서 “그래도 쉼없는 노력으로 직원들과 공감대가 형성되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회복한 것은 가장 큰 성과이다”고 말했다.

직원들과 소통이 강화되고 ‘해보자’는 의욕이 넘치면서 구례축협은 3년만에 합병권고 위기를 넘어설 수 있었다. 직원들의 상여금 500%도 정상 지급될 수 있었고 조합원들에게 배당도 실시될 정도로 탄탄한 조합으로 변모했다.

그러나 이 조합장은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언제든 위기는 닥쳐올 수 있기 때문에 미래 위기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조합 내실을 다지는데 안간힘을 쏟고 있다. 지난 2005년부터 운영 중인 하나로마트는 구례축협을 대표하는 부대사업으로 안정권에 들어섰지만 2009년부터 의욕적으로 추진한 한우고기 전문점 ‘명품관’이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 고민이 깊다.

이 조합장은 “너무 지나치게 고급화를 고려해 명품관이 운영되다 보니 농촌 정서에 맞지 않아 농업인이나 지역민이 선뜻 다가서지 못하고 있다”면서 “빠른 시일내 누구나 쉽게 명품관을 찾을 수 있도록 새롭게 리모델링을 단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이 조합장은 “조합원과 임직원들의 피와 땀으로 구례축협이 탄생했고 그들을 통해 벼랑끝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었다”면서 “임기내내 구례축협이 미래를 대비하고 안팎의 위기와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동운 조합장은 구례 토박이로 일찌감치 농촌운동에 앞장서 왔으며 농촌지도자구례군연합회장, 구례축협 감사·이사, 구례수출양돈업협회장을 역임했다. 그는 현재 축사 600평에 1천500두의 돼지를 사육하고 있으며 1천여 평의 감나무 농장에 양돈 분뇨 퇴비를 재활용하는 등 자연순환농업 실천에도 앞장서 지역민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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