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39만톤 시장격리 등 추가대책 세울 터”

올해 정부가 거둬들이는 추곡수매가격이 24년전인 1992년 수준인 4만5천원(조곡 40kg)으로 정해졌다. 지난해의 적정가인 5만2천원대를 요구했던 농민들의 원성이 전국을 덮고 있다.

농식품부와 새누리당은 22일 여의도 국회에서 쌀 수급안정 관련 당정협의 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결정했다. 김재수 농식품부 장관은 “올해 쌀 수확량은 410만~420만톤으로 추정되고 35만톤 정도가 초과할 것으로 예측된다”면서 “정부의 추곡매입가격은 지난해 적정가인 5만2천270원보다 떨어진 4만5천원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이에 새누리당 의원들은 적정 매입가를 지난해 수준인 5만2천원 수준으로 올려줄 것과 공급과잉물량으로 예상되는 35~40만톤에 대해서는 전량 시장격리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김 장관은 “전량 수매에 대한 부분을 적극 검토해보겠다. 쌀 공급물량을 줄이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을 구상하고 있고 10월 14일께 대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답했다.

같은날 농해수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예고되는 ‘쌀값 대란’을 막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즉각 수립하라”며 “최소 100만톤이상 시장 격리 물량을 확대하고, 북한 수해지역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추진하며, 쌀 사료화 등 획기적인 쌀소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적정가 4만5천원은 1992년 일반벼 1등급 4만5천540원과 비슷한 수준으로 국내 쌀값이 24년전으로 돌아갔음을 의미한다. 농민들은 ‘박근혜정권의 양곡정책 실패’라고 단정짓는 여론이다.

이미 정해진 추곡수매가의 영향으로 일선 농협RPC에선 ‘사후정산제’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보다 20%이상 낮아진 쌀판매가격과 재고물량 처분 등으로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시장가격에 준하는 수매가를 제시하고 있는 것. 여기서 벌어진 가격차는 내년 1월쯤 정부가 정하는 최종가격대를 살피고 지불하겠다는 셈법인 것이다.

벼농사를 짓는 농가들은 말그대로 좌불안석이다. 이제부터 시작된 쌀값 대란에 대책없이 피해만 기다리고 있는 상태인 것이다. 경기 용인시 이동면에서 쌀농사를 짓는 황성민씨(67)는 “벌써 민간업자(RPC)들이 가격대를 조율하러 다니면서 4만원대 밑으로 예측하는 얘기를 하고 다닌다”면서 “정부가 직불금을 준다고는 하지만, 생산면적에 한해 똑같이 나눠주기 때문에 열심히 농사져야겠다는 생각은 아예 접었다”고 체념했다. 

농민단체 관계자는 “쌀값 폭락은 과잉생산도 아니고 소비감소도 원인이 된게 아니다. 전적으로 하나부터 열까지 시장개입해 온 정부의 책임”이라며 “지속적인 밥쌀용쌀 수입에 미온적인 수매정책까지 보내 24년전 쌀값으로 되돌려 논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 관계자는 “기존 정부의 중장기 대책이나 김재수 장관의 쌀값 대책 등은 앞으로도 이같은 실패를 계속하겠다는 정부의 의도로 밖에 안보인다”고 지적했다.

지난 22일에는 전국 농민 6천여명이 서울 대학로에서 쌀값 폭락에 따른 정부의 수매가 인상 등을 요구하며 시위에 나섰다. 이날 한 농민단체 대표는 “농민들이 수확을 앞두고 논을 갈아엎고 있는데, 정부는 대책없이 적정수매 운운하고 있다”면서 “이미 쌀값은 벼농사 짓는 사람들이 셈할 수 없는 상태까지 파기됐고, 이제부터 할 일은 길거리로 나오는 일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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