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해 수
국립축산과학원 동물유전체과 박사




일반인들은 보통 오리라고 하면 ‘도날드 덕(Donald Duck)’처럼 온 몸이 하얗고 부리는 노란 이미지를 떠올리거나 몇 년 전 석촌호수에 전시됐던 ‘러버덕(Rubber Duck)’과 유사한 이미지를 떠올릴 것이다.

그런데 토종오리에 대한 이미지는 쉽게 떠오르지 않을 텐데, 토종은 갈색 빛을 띠는 청둥오리와 흡사한 외모를 갖췄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은 토종가축을 보존하고 그 유전자원을 활용하여 산업에 실익을 가져다주고 국민의 밥상을 지키는데 힘을 쏟고 있다. 토종가축에 대한 연구는 다방면에서 진행됐다.

국립축산과학원은 1994년부터 토종오리를 수집하여 고유의 특성을 보존하기 시작하였고, 2011년에는 토종오리의 능력 개량과 신품종을 개발하는 연구로 발전시켜 나갔으며, 2013년에 이르러 토종 종오리간 교배를 통해 토종실용오리인 ‘우리맛오리’를 개발하게 되었다.

오리산업은 2014년 총 생산액이 1조 575억 원으로 농업생산액 10대 품목 중 9위를 차지하고 있다. 오리산업에서 해외수입종자오리로부터 생산되는 육용오리 비율이 90% 이상임을 감안할 때 토종오리 유전자원의 가치는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현재 영국과 프랑스 2개의 육종회사가 페킨종을 육종한 종오리를 전 세계적으로 수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 통상무역 환경의 변화에 따라 수입 오리 종자 공급이 중단된다고 가정하면, 국내 오리고기 생산량은 극도로 감소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토종 종오리로부터 생산되는 육용오리 비율을 점차 늘려서 해외종자오리를 수입하는데 드는 비용을 줄이고 종오리 수입 교섭력을 높일 수 있다면 향후 국내 오리산업의 안정적 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실익이 도출될 것이다.

국립축산과학원에서는 토종가축 수집 및 보존, 토종가축을 활용한 신품종 개발 연구뿐만 아니라 토종가축의 유전체(Genome)를 해독하고 표준유전체지도(reference genome map)를 작성하여 유전체정보를 생산하는 연구도 수행하고 있다. 동물유전체과에서는 지금까지 한우, 재래돼지, 재래흑염소, 토종닭, 오골계, 제주마 등 총 6종의 토종가축에 대하여 표준유전체지도를 작성하였으며, 올해부터는 토종오리의 표준유전체지도를 작성하는 연구에 착수하였다. 연구 대상은 구체적으로 2013년 국립축산과학원 가금연구소에서 토종오리 유전자원을 활용하여 개발한 ‘우리맛오리’의 암컷 종오리가 그 주인공이다.

표준유전체지도란 생명현상의 핵심 분자인 DNA(Deoxyribonucleic acid)를 구성하는 염기서열(base sequence) 순서를 밝혀내고, 이를 토대로 염색체 상의 유전자 위치를 표시한 지도를 말한다. 다시 말해 토종오리의 표준유전체지도를 작성한다는 말은 토종오리의 유전체 염기서열을 밝히고, 이를 통해 생산한 염기서열 정보를 ‘의미를 갖는 유전정보’로 표현하는 작업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의미를 갖는 유전정보란 토종오리종자의 종주권 확립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하고 토종오리 육종에 필요한 원천정보라고 볼 수 있다.

앞으로 토종오리 표준유전체지도 작성을 통해 토종오리의 유전자 및 유전체 정보 확보에 기여하고 토종오리의 체중, 성장률, 사료효율 등과 같은 경제형질에 관련된 유전자 연구 기반을 마련하며 토종오리 유전자원 확보 및 보존에 대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근거 제시를 통해 토종오리 유전자원 활용의 다양화를 지원할 수 있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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