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유기농산물, 소독되지 않은 창고에 보관됐던 식재료, 축산물안전관리인증기준(HACCP) 마크가 허위로 부착된 축산물, 냉장육으로 포장된 냉동육. 이런 비위생적인 급식이 학생들에게 공급된 것으로 조사돼 공분을 사고 있다. 정부합동부패척결추진단이 지난 23일 발표한 전국 학교급식 실태점검 결과에 따르면 학교급식 식재료를 생산하는 단계에서부터 유통·소비단계까지 677건의 법규 위반이 적발됐다. 우리 아이들의 먹을거리를 놓고 갖가지 비리와 불법으로 배를 불린 것이다.

이번 비리와 불법에는 주로 식재료 공급 업체와 학교, 급식을 담당하는 영양사 등 사이에 검은 뒷거래가 있었다. 학교급식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국내 굴지의 식품회사들이 상품권 등을 뿌려가며 급식을 독점했고, 입찰과정에서 업체들이 담합해 공급가격을 낮추거나 부풀려 저질 급식재료를 공급하기도 했다. 일부 학교는 급식과 관련 특혜성 수의계약을 하거나 급식 예산을 학교 공사에 전용한 사례도 있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런 불법에 1차 생산자인 농업인이 연루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의도하지 않게 업체가 유기농산물로 뒤바꾼 경우가 있을지언정 말이다.

전국 600여만 명의 초ㆍ중ㆍ고교생이 학교급식을 받고 있다. 이들의 건강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급식의 위생 및 품질관리는 엄격하게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이날 정부가 법질서·안전관계장관회의에서 발표한 대책은 실효성이 없어 급식비리를 차단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사전 감시와 단속을 더욱 철저히 하겠다고 했지만 대부분 육안으로 재료를 검수하는데다 특별히 제보가 없으면 검은 뒷거래를 적발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적발시 처벌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 대책도 없어 문제다.

우리 아이들의 먹을거리와 관련한 비리는 강력범죄 차원에서 다루길 바란다. 그동안 대부분의 불법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이 있었다고 한다. 불법이 드러나 업체는 퇴출하고 관련자들을 단호하게 처벌하길 바란다. 더 이상 우리 아이들이 저질 불량식재료로 조리한 급식을 먹고 식중독으로 고생하지 않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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