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쌀관세화, 소통과 설득”… 농업인단체 “최대 불통” 시각차

“우려가 컸던 쌀 관세화 갈등을 최소화하며 이뤄냈고, 한중FTA 농업피해에 대한 보완대책도 세워놨습니다.”
4년차로 접어든 박근혜정부가 최근 농업정책에 대한 그동안의 추진성과를 내놨다. 농가소득을 높였고 농산물 수출 실적을 올렸다는 얘기까지, 드러나는 성과를 열거했다. 그러나 진짜 그러한지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필요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농업계는 20년전으로 회귀한 쌀값은 어찌할 것인지, 당장 무슨 농작물을 키워야 할지 ‘도박’처럼 선택해야 하는 농민들에 대해선 어떤 지원책을 펼 것인지에 대한 실질적인 대답이 없었던 ‘겉치레 농정’이었다는 주장이 거세다.

지난달 29일 정부세종청사 대강당에서 농식품부는 이러한 내용들로 ‘박근혜정부 농정의 비전과 전략 그리고 성과’라는 제목의 농정성과 점검 워크숍을 가졌다. 정부 관계자, 언론, 농업계전문가, 농민 등 800여명이 참여한 이날 토론회를 통해 ‘농업의 미래성장산업화 기반을 다진 성과들을 확인했다’는게 농식품부의 자평이다.

하지만 정부가 내논 추진성과에 대한 농민단체나 전문가들의 시각은 상당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완전 다른 분석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성과분석을 토대로 따져본다.

“쌀관세화 유예, 갈등을 최소화하는 수준에서 종료”

이동필 장관은 “2013년부터 ‘쌀산업발전협의회’를 통해 생산자단체들까지 아우르는 쌀산업 발전방안을 모색해왔다”면서 “일부의 강한 저항과 반대에도 불구하고 인내와 끈기를 가지고 이해와 설득을 통해 쌀 관세화 갈등을 최소화했다”고 상황을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장관이 얘기한 ‘일부의 강한 저항과 반대’는 농민들이었다. 농민단체들은 2014년 관세화유예 논쟁이 한창이던 당시, “쌀 자급률이 떨어지고 있고, 가구당 부채가 3천만원에 육박하는 등 식량주권 문제와 농민의 생존권 문제가 심각하다”면서 격렬히 반대의사를 표현했다. 한 농민단체의 설문조사에서도 ‘전면개방을 막아야한다’는 의견이 56.3%로 과반수를 넘었었다.

하지만 정부는 일방적으로 관세화를 강행했다. 뿐만 아니라 이후 밥쌀용쌀 수입 등의 문제도 ‘불통’으로 일관했다. 전반적인 쌀산업발전대책을 논의하자며 출범한 식량정책포럼을 무시하고 밥쌀용쌀 수입을 결정한 것이다. 포럼은 두달만에 해체됐다. 2016년 7월 현재 쌀값은 계절진폭과 상관없이 10년전의 가격대를 턱걸이 하고 있다.

“한중FTA 농업피해 최소화를 위한 국내 보완대책 수립”

농식품부는 또 한중FTA 농업피해를 위해 국내 보완대책으로 올해부터 10년간 1천595억원을 대책예산으로 편성한 것을 성과로 내세웠다. 상생기금 등 추가대책으로 2조3천억원의 여야정 합의를 도출해 낸 점도 부각시켰다.

이에 대한 농업계와 전문가들의 반응은 반발로 표현됐다. 대책예산 1천595억원은 중국과의 FTA로 인해 20여년간 누적 피해액이 1천540억원이라는 정부의 예측에서 나온 규모라는 것. 농업계는 한중FTA가 발효되지 않았더라도 중국산 농산물 수입에 따른 피해는 20년간 10조3천825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의 피해산출액이 과소평가됐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를 치적으로 삼은 것이다.

“주요 채소류 가격 변동성 완화”

 정부는 채소류의 가격변동률이 2010~2014년 15.9%이던 것이 2015년 11.8%로 완화됐다며 이를 성과 항목에 넣었다. 그간 정부가 일방적으로 농산물 수급조절 방식으로 가격억제를 위한 수입방출을 선택한 것과 달리, 농산물수급조절위원회와 조절매뉴얼을 통해 가격 변동성을 완화시키는 효과를 봤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일부 농산물이 해마다 40~50%이상 폭락하고, 수입산으로 인한 가격상승 계기가 사라진 점 등은 별도의 설명을 달지 못하고 있다. 땜질처방이란 지적이 쇄도하는 대목이다.

“농가소득 늘었다”

2012년3천100만원이던 농가소득이 2015년 3천700만원으로 19% 증가했다고 정부는 밝혔다. 정부는 농가경영안정을 위해 직불제 개선에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 우선 쌀 목표가격 인상, 쌀고정직불금 조기인상, 동계이모작 직불제 도입 및 단가 등을 인상한 것을 이유로 달았다. 소득안정과 경영안정 체계가 구축되고 있다고 자체 진단하고 있다.

하지만 실체는 다르다. 1991년에 농가소득이 도시근로자가구 평균소득의 97.4%였으나 2013년에는 62.5% 수준으로 도시와 농촌의 소득격차가 빠르게 벌어졌다. 같은 기간 동안 농업소득은 약 1.5배 증가한데 비해 농가부채는 약 6배 증가하여 농가경제도 급격히 악화되었다.

이 때문에 농가의 빈곤화도 빠르게 진행됐다. 2012년 기준으로 약 23.7%의 농가가 가계소득이 최저 생계비보다 낮은 절대 빈곤층으로 조사됐다.

“농식품 수출 증가”

 2015년 수출실적은 전년도에 비해 대 중국의 경우 6.2%, GCC(걸프협력회의, 페르시아만안의 아랍산유국) 8.5% 각각 상승하는 성과를 올렸다고 밝혔다. 올 6월까지 국가 전체 수출은 10.0% 감소했으나, 농식품 수출은 3.5% 증가하는 쾌거를 올렸다고 덧붙였다.

이는 대부분 식품으로 분류되는 라면, 소주 등이 대거 포함된 규모다. 농민에게 직접 연관되는 신선농산물만 따질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신선농산물 2014년 수출실적은 2013년 대비 물량은 14% 증가했지만 금액은 5천9백만 달러 감소했다.

올해에도 지난 6월 기준으로 수출물량 15만8천톤에 수출금액 4억5천7백만 달러에 불과했다. 2013년 대비 물량은 14.2% 늘었지만 금액은 오히려 0.05% 감소한 수치로, 성과물이 아니라 풀어야 할 과제인 것이다.
저작권자 © 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