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항 원
국립식량과학원 생산기술개발과장



우리나라 곡물자급률은 24%(사료용 포함)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그나마도 쌀을 뺀 나머지 밭 식량작물의 자급률은 11.4%(’14년 기준)로 지금의 쌀 중심 농업체계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밭농업은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을 높이는데 매우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논농업과 비교해 볼 때 생산기반이나 구조적인 측면에서 매우 불리한 여건에 놓여 있다. 또한 대부분의 밭작물들은 습해, 한발, 태풍 등 기상재해로 인해 안정적 생산과 수급이 크게 위협받고 있고 여기에 한·중 자유무역협정(FTA)과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 진행 등 농산물 수입 확대에 따른 농민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농촌진흥청에서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그 동안 생산기반 정비, 논 범용화, 기계화 및 주산단지 조성 등 밭농업 경쟁력 을 높이기 위한 많은 정책들을 추진해왔고 최근에는 밭 식량산업 중장기 발전대책으로 맥류·잡곡 공동경영체 육성, 콩 수매물량 확대 등을 추진 중이다. 연구개발(R&D) 분야에서도 국립식량과학원을 중심으로 밭작물에 대한 품종과 신기술 개발·보급, 식량작물의 6차산업화 등 밭작물의 생산성을 높이고 농업의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연구개발을 다각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재배기술 측면에서는 무엇보다 농촌고령화에 대비하여 밭작물 기계화에 적합한 재배양식 표준화와 농기계 개발이 동시에 추진되어 왔다. 콩은 기존 전용콤바인에 적합한 1휴1열을 범용콤바인에 적합한 1휴2열로 표준화하였고 트랙터를 이용하여 경운, 정지, 파종 동시작업이 가능한 전과정기계화 기술을 개발하여 노동투하시간을 인력대비 82% 절감하였다. 그 동안 밭작물 논재배를 위한 논콩 작부체계, 암거배수 기술 등을 개발한 바가 있고 현재는 논 타작물 재배 활성화 정책에 발 맞추어 논 재배시 습해 경감기술에 대한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그 동안 기계화가 부진했던 조, 기장, 수수, 팥에 대해서는 기계파종과 콤바인 수확이 가능하도록 재배양식 표준화와 농기계 기능개선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졌다. 또한 밭농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농가간 수량격차에 대한 정밀한 분석을 통해 작물별 대응 메뉴얼을 발간한 바 있다.

수입산 곡물에 대응하여 국산 밭작물의 소비를 늘리고 국산 원료곡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으로 콩유통종합처리장을 연계한 품질기준 설정 등 수확 후 관리, 밭작물의 건강 기능성 탐색과 식품소재 개발 등 6차산업화를 위한 연구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밭작물의 기계화 적응 품종개발이나 안정생산을 위한 재해경감 재배기술과, 일부 작물에 대해서는 기계화를 위한 표준 재배양식, 전과정기계화 시스템 개발이 추가적으로 필요하며, 밭농업 정밀 물관리 기술, 밭작물 육묘재배기술 등 선제적 연구도 우리의 해결과제로 남아 있다.

FTA체결로 인해 우리나라 밭농업은 식량안보와 건강한 먹거리 공급이라는 측면에서 다시 한번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밭농업이 미래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시급히 기반을 정비하여 기계화 재배를 실현하고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여 6차산업과 연계시켜야 한다.

주곡작물 수준의 밭 기반조성과 정책적 지원 확대, 안정적 생산을 담보할 수 있는 새로운 수요 창출과 수출농업과 연계한 고부가 농식품 개발 등 농산업 분야에서 체감할 수 있는 농업 R&D를 통해 밭농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인다면 밭농업이야말로 우리농업의 중요한 미래 성장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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