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부 용
농촌진흥청 작물보호과 박사



겨우내 얼었던 땅이 풀리고, 농사 준비로 분주해지는 시기가 찾아왔다. 이는 곧 병해충과의 전쟁을 알리는 서막이기도 하다. 농작물은 야생식물과는 달리  인간이 필요로 하는 열매, 잎, 뿌리 등을 기형적으로 발달시켜왔기 때문에 외부 환경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나 다른 식물체와의 경쟁력에 밀리며, 병해충·잡초나 기상 변화에 취약하다. 과거에는 병해충으로 인한 수량 감소가 심할 경우 수확을 못할 정도였으나,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생겨난 작물보호제의 사용으로 감수 피해를 많이 경감시켰다.

그러나 국제화·세계화로 교역이 활발해지면서 무역품에 딸려 새로운 병해충·잡초도 확산되고 있다. 이미 국내에도 복숭아탄저병, 토마토시들음병, 온실가루이, 총채벌레, 잎굴파리, 미국가막사리 등 수 많은 병해충·잡초가 외국에서 침입하여 피해를 주고 있다. 특히 2006년 이후 발생한 꽃매미, 미국선녀벌레, 갈색날개매미충 등의 경우 침입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어 농가에 피해를 주고 있다. 이런 병해충의 방제는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에 예방이 최우선이며, 작물보호 기술력 향상으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농업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해왔으며, 작물보호기술 또한  예찰부터 진단, 분류, 방제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과정이 체계적으로 발전을 이루어 왔다. 새로운 병해충이 발견되어도 신속히 진단과 처방을 내릴 수 있는 기술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농업현장에서 처방과 지침을 잘 따라주지 않을 경우 오히려 부작용이 생갈 수 있다.

오래 전부터 야생에서 잡초같이 살아온 식물들 중 인류에 위해 식량화된 것들이 농작물이 되었다. 이 작물들은 잎, 줄기, 열매 등 특정 부분을 변화시키는 방향으로 육종이 되어왔기 때문에 자연계의 식물로 치면 기형아같은 존재이다. 그러다보니 인류의 선택을 못받은 즉, 잡초로 남은 것들에 비하여 환경변화나 병해충에 크게 취약해지고 상호경합력이 떨어지게 되었다. 과거 1845년 아일랜드에서 발생한 감자 역병으로 100만 명 이상이 굶어죽고, 1943년 인도에서 발생한 벼 깨씨무늬병으로 200만여 명이 기아로 사망하였다.

현재도 플랜테이션이나 기업농으로 커피, 카카오, 오렌지 등을 대규모 단작 재배하고 있는데, 이럴 경우 특정 병해충이 대발생하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피해가 심각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규모화, 단지화되면서 동일한 작목을 재배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데, 병해충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재배환경관리와 작물보호관리가 더욱 철저가 요구되고 있다.

현장에서는 농촌고령화, 일손부족 등 여러 이유로 인하여 병해충 방제 시기를 놓쳐 병해충을 방치하거나 차후 방제를 위해 많은 양의 작물보호제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또한 임의적으로 두 종류 이상의 작물보호제를 혼용하여 사용하거나 등록되지 않은 작물보호제를 사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게 목도하였다. 이런 경우 약제 저항성 발생과 농작물안전에도 문제가 생기게 된다.

작물보호제에는 해당 품목별 영농 순기에 맞게 사용 시기와 사용 횟수를 명시하고 있다. 우리가 아플 때 처방전을 받아 약을 구입하듯이 농작물의 병충해에는 작물보호제가 약이고 살포 시기와 횟수는 처방전인 셈이다. 적시적기에 사용한다면 병해충으로부터 농작물을 보호할 수 있고 잔류문제도 해결하여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안정적인 농사를 지속하기 위해선 가뭄·태풍 등 불가항력적인 요인은 하늘에 맡기더라도 인간이 할 수 있는 부분, 즉 병해충에 대하여 항상 철두철미하게 대비해야 한다. 병해충이 발견되면 임의적으로 판단하지 말고 인근 농업기술센터 등기관의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다. 병해충 진단과 작물보호제 사용법은 우리가 의사·약사에게 진단과 처방을 받듯이 적시·적기 사용을 위해선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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