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연속 노지채소 폭락…“산지와 소비자 체감 달라”

본격적인 김장철을 앞두고 김장비용에 대한 조사 발표가 한창이다. 대부분의 조사결과는 “평년 수준”이라는 말로 김장비용을 뭉뚱그리고 있지만, 생산농가 입장에서는 최근 3년간 연속되고 있는 노지채소 가격 하락으로 “평년수준”이 곧 “출하 원가 이하 수준”, “헐값” 등 전혀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4인 김장비용, ‘재래시장 18만5,000원’ vs ‘대형유통업체 22만2,000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11월 11일을 기준으로 4인가족 배추 20포기 김장비용을 조사 발표했다. 전국 16개 전통시장을 대상으로 주요 김장재료 13개 품목의 구입비용은 18만5,000원 정도. 대형유통업체를 이용할 경우 22만2,000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평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aT조사에 따르면 김장 주재료인 배추는 20포기 기준 전통시장은 4만6,000원, 대형유통업체는 3만4,000원 수준. 지난해보다는 다소 상승하였으나, 평년대비 전통시장은 10.4%, 대형유통업체는 19.9% 낮은 가격을 나타내고 있다. 고춧가루 또한 평년대비 약 10%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깐마늘과 생강은 평년에 비해 다소 높은 가격을 형성하였으며, 특히, 새우젓은 강화도 연안의 젓새우 어획량이 급감한 결과 평년대비 약 35%(전년대비 약 48%) 가격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aT 관계자는 “배추, 대파 등 노지 채소류의 가격은 향후 일기회복과 함께 하향안정세”를 전망했다.

배추, 출하원가에도 못 미치는 거래가격

전국 농산물 거래의 기준가격을 제시하고 있는 서울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 김장철을 앞두고 있는 11월 초(11.1~11.12)를 기준으로 최근 5년간의 거래가격을 살펴봤을 때 배추 상품 10kg망당 가격이 가장 낮았던 해는 2011년이다.

2011년 11월 1일부터 12일까지 거래된 상품 10kg망당 평균가격은 2,044~3.317원. 배추 한 포기당 681~1,105원에 불과했다. 반면 가장 높은 시세를 기록했던 해는 2012년. 동기간 상품 평균시세는 6,181~7,807원(포기당 2,060~2,602원 수준)으로 전년과 비교할 때 3배 가까운 차이를 나타냈다.

2010년을 기준으로 배추 한 포기를 생산하기 위한 토지임대료와 종자대금, 비료값, 농약값, 인건비 등 18가지 항목에 대한 생산비와 도매시장 출하를 위한 작업비, 상차비, 포장재비, 운송비, 상장수수료 등을 감안한 판매원가는 도매시장 경락가를 기준으로 포기당 1,815.9원으로 망당  5,447.7원(‘배추·무 가격 폭등락의 원인분석과 완화방안’.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이래협. 2011년)이라는 주장이 있다.

이를 근거로 2011년 시세를 보면 다소 높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착시다. 도매시장 가격은 상품기준이기 때문이다. 도매시장 거래, 특히 배추품목의 경우 등급기준은 △특품 5% △상품 35% △중품 40% △하품 20%이다. 따라서 원가분석 가격은 전체 출하물량의 평균이며, 도매시장 기준가격은 상품 기준이다. 더욱이 도매시장 출하원가에서는 산지유통인의 이윤 및 금융비용 등(약 10% 수준)에 대한 부분이 빠져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한다면 출하물량의 상위 35% 기준가격인 상품 평균시세가 판매원가보다 높을 수밖에 없고, 또 당연히 높아야 하는 이유다.

체감이 다른 “평년수준”…최근 3년간 출하원가 이하 거래

문제는 최근 3년간이다. 2013~2015년 동기간(11월 1~12일) 거래된 상품평균 가격은 3,041~5,438원(포기당 1,013~1,812원). 물가 및 인건비상승률을 제외해도 2010년 기준에도 못미친다.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의 무·배추 전문 도매시장법인인 대아청과가 2013년을 기준으로 추정한 가을배추의 출하단가는 망당 3,700~4,000원. 여기에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2015년 가을배추 추정 출하단가는 4,100원. 그러나 11월 1일부터 12일까지 단 하루를 제외하고는 상품평균 시세가 출하단가를 넘어서지 못했다. 11월 9일 거래에서 상품 평균시세가 4,954원으로 출하단가를 처음으로 넘어섰을 뿐이다.

통상적으로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으로 출하되는 배추는 5톤 초장축(2축) 트럭에 900망(2,700포기)이 기준. 특품(5%)을 포함한 전체 물량의 40%(360망) 가격이 최소한 출하단가를 넘어서야 한다. 그래야 중·하품으로 분류되며 기준가격 아래에서 거래되는 60%(540망) 물량에 대한 보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속가능한 농업생산을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부분이다.

물론 산지유통인의 의견을 감안하면 출하단가는 더욱 상승할 수 있다. 그 동안 원가이하로 출하된 비용과 다음 작기를 대비한 포전비용 등을 감안해야 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김장 비용이 평년수준” 이라는 접근은 생산자와 유통인에게 전혀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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