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중순이후 급락… 같은기간 최근 5년 최저

지난 6월. 최악의 가뭄으로 전국이 타들어갔다. 특히 강원지역 고랭지 농가는 정식을 못했을 정도. 이미 정식한 준고랭지는 모종이 말라갔고, 고랭지 물량은 정식이 늦어졌다. 급기야 물대기 작업에 군인까지 동원됐다. 이후 한 달여가 지난 지금. 고랭지 농가는 급락하는 배춧값에 또다시 시름하고 있다.

배춧값은 노지봄배추 물량이 주도하는 5월 최고가를 기록했다. 5월 13~21일 사이 가락시장에서 거래된 배추 상품 10kg 망당 평균가격은 10,052~12,585원. 최근 3년이래 처음으로 상품 평균시세가 1만 원대를 넘어섰다. 이후 가뭄이 극심했던 6월에는 5,297~9,518원을 기록하면서 지난해 폭락했던 시세를 보상하는 듯 했다.

준고랭지 및 고랭지 정식을 시작한 6월에는 가뭄으로 인해 8~9월 수급상황에 비상이 걸렸다. 농식품부 장관이 직접 고랭지 산지인 안반데기를 찾아 피해상황을 점검했다. 물대기 작업에 동원된 국군장병들을 격려하며 직접 물 호스를 잡고 동참했다. 여기에 6월말 비가 내리면서 정식작업이 본격화됐고, 생육관리에 공을 들이면서 결구는 나날이 차올랐다.

7월 중순을 들어서면서 배춧값이 급락하기 시작했다. 7월 20~30일까지 가락시장에서 거래된 상품 배추 10kg망당 가격은 4,120~5,599원. 이는 최근 5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 이 기간 동안 평균 4,000원대에 머물렀던 날이 거래일수 10일 가운데 8일이나 됐다.

문제는 가뭄을 극복하고 출하되고 있는 준고랭지 물량과 출하를 준비하는 고랭지 물량의 시세다. 올해 준고랭지 물량의 경우 10kg망당 5,000원 정도가 출하원가로 계산된다. 고랭지 물량은 망당 7,000원 수준. 이는 가뭄으로 인한 물관리 비용과 비료 등의 추가 투입 때문으로 평년에 비해 망당 200원, 평당(3.3㎡) 500원 정도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강원지역 고랭지 농가의 걱정이 태산이다. 봄가뭄으로 영농비 부담이 늘어난데다 최근 배춧값이 급락했기 때문이다.

평년의 경우 고랭지 10a당 영농비는 200~250만원. 그런데 올해는 230~280만원으로 늘어났다. 더욱이 8월 본격 출하를 앞두고 있는 고랭지 물량은 이보다 영농비용이 높기 때문에 벌써부터 “선제적 산지폐기”에 대한 요구가 나올 정도로 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강원도 태백시 매봉산 자락에서 6만여 평의 고랭지배추를 재배하는 김병두(64. 전 농촌지도자태백시연합회장) 씨는 “고랭지 배추는 단모작이기 때문에 출하기 가격이 떨어지면 농가 입장에서는 손실을 복구할 방법이 없다”면서 “당초 정부가 고랭지배추 생산량이 감소될 것이라며 호들갑을 떨면서 불안감을 조성해 놓고 시세가 폭락하고 있는 지금에 와서는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올해 고랭지배추는 최소 9,000원대가 나와야 영농비와 출하비, 인건비 등을 건질 수 있다”면서 “정부가 고랭지배추의 수급안정을 위해 선제적으로 산지폐기(격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농업관측 6월호는 “고랭지배추 추정생산량(평년단수 적용)은 17만 톤으로 작년보다 12%, 평년보다 5%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7월호에서는 “7월 고랭지배추 산지 출하량은 작년보다 18% 감소할 것”이라며 “7월 출하면적은 작년보다 10% 감소하며, 단수는 주 출하지역(평창 방림, 횡성 둔내, 정선 입계, 태백, 삼척 하장 등)의 가뭄 및 고온 피해로 작년보다 10% 감소할 것”, “8월 배추 산지 출하량은 작년보다 22%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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