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과 다른 출하자 설문조사 결과 활용

‘모름/무응답’ 제외시켜… 일부 의견 부풀려져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의 책임있는 해명 필요


최근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가락시장 시장관리운영위원으로 농업인단체장을 위촉하고, 주요 단체장과의 간담회를 추진하는 등 이전과는 사뭇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일견 고무적인 모습이다. 그러나 시설현대화 과정 속에서 출하자 농업인 의견은 도외시 되어왔다. 어떤 의견은 원뜻이 퇴색됐고, 어떤 의견은 주객이 전도된 채 동원됐다. 가락시장 시설현대화 과정에서 수행된 한국갤럽의 설문조사 결과와 이를 활용한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연구용역보고서의 문제점을 짚어 출하자 농업인의 본뜻을 새겨본다.


출하자 설문조사… "시장도매인 도입 목적”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지난해 한국갤럽을 통해 ‘가락시장 청과 도매시장 중장기 발전을 위한 출하자 거래제도 선호도 전화조사’(이하 출하자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2014년 6월 10일부터 18일까지 9일간 진행된 출하자 설문조사는 2014년 4월을 기준으로 최근 1년 동안 가락시장에 농산물 출하경험을 가진 출하자 34,376명(중복 제외) 중 1,000명을 대상으로 했다.

출하자 설문조사 결과는 ‘대의명분’ 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 때문에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가락시장 시장도매인 도입의 이론적 바탕을 위해 발주했던 연구용역 보고서(가락시장 청과 도매시장 중장기 발전 로드맵 연구)에서는 “적극 활용”을 주문했을 정도였다.

하자 설문조사 결과는 2014년 7월 7일과 8일 양일간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에게 각각 공개됐다. 이 자리에서 한국갤럽 관계자는 “이번 설문조사는 가락시장에 시장도매인을 도입하는데 과연 어느 정도 수준까지 도입을 해야 할 것인지를 알아보기 위한 목적에서 설계됐다”고 밝혔다.

출하자 설문조사는 처음부터 목적이 분명했다. 시장도매인 도입. 한 발 더 나아가 어느 수준까지 도입할 것이냐. 한국갤럽 관계자의 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결과는 목적과 다르게 나타났다. 출하자의 71.5%가 시장도매인에 대해 “잘 모른다” 또는 “전혀 모른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문7) 가락시장 시설현대화 사업이후 경매제와 시장도매인제 병행”에 대해 ‘보통’, ‘긍정적’, ‘매우 긍정적’ 이라고 응답한 709명을 대상으로 “문8) 시장도매인의 도입 비율”과 “문9) 시세 영향”에 대해 조사했다. 문7)에서 ‘부정적’, ‘매우 부정적’ 으로 답한 291명의 설문조사는 여기서 종료됐다.

문8)에 앞서서는 시장도매인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시장도매인제는 서울 강서도매시장에서 2004년도에 처음 도입된 제도로 상장예외품목 거래와 달리 시장도매인 또는 도매상이라 하여 출하자로부터 모든 농산물을 직접 매수하거나 위탁받아 판매하는 것입니다. 출하대금정산은 정산은 시장도매인 책임 하에 이루어지고 시장을 운영하는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강서지사)에서 관리 감독하고 있습니다.”

뒤이어 “문8) ○○님께서는 가락시장 시설현대화 사업 이후에 시장도매인제가 도입될 경우 도입 규모는 어느 정도가 적정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며 ①10% 이하 ②20% 이하 ③30% 이하 ④40% 이하 ⑤50% 이하 ⑥50% 이상 등 6가지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다. 709명의 응답자 가운데 ‘모름/무응답’이 34.3%로 가장 높았다. △50% 이하 ‘21.6%’ △50% 이상 ‘15.4%’ △30% 이하 ‘12.6%’ 순이다.

조사결과는 차치하고서라도 과연 이 같은 조사방식이 유의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지 의문이다. 내용조차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데, 도입규모를 선택하라니.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이다. 또한 절반 이상의 출하자 농업인 의견을 무시한 채 ‘도입규모’, ‘적정규모’ 등의 단어로 본뜻을 퇴색시켰다. 설명회에서도 한국갤럽의 관계자는 유의성에 대한 지적에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지 못한 바 있다. ▷관련기사 본지 2014년 7월 14일자 9면기사 참조.

 시장도매인 수취가격,‘긍정’ 38.2% → 51.7% ‘뻥튀기’

시장도매인의 도입규모를 묻는 ‘문8)’과 시세 영향을 묻는 ‘문9)’의 조사결과는 연구용역보고서에서 변색됐다. 한국갤럽의 출하자 설문조사 결과보고서는 ‘사례수 709명’을 분명하게 명시하고 있다.
조사결과 ‘문8)’의 가장 많은 응답은 ‘모름/무응답’ 34.3%(243명)이다. ‘문9)’도 ‘모름/무응답’ 26.1%(185명)이다. 더욱이 출하자 설문조사 질문지에는 해당 설문의 조사대상이 왜 709명인지를 추정할 수 있는 정황이 기록되어 있다.


러나 연구용역보고서는 이를 애써 무시했다. 연구용역보고서는 “가락시장 시설현대화 사업 이후 시장도매인제가 도입될 경우 도입 규모에 대하여 질문한 결과 설문에 응답한 출하자 466명 중 32.8%는 시장도매인제 ‘50% 이하 도입’이 필요하다고 응답하였으며, 다음으로 시장도매인제 ‘50% 이상 도입’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23.4%로 나타났음”이라고 기술했다.

한국갤럽의 원문과 다른 수치다. 특정 항목을 제외시킴으로써 다른 항목들의 결과치가 부풀려졌다. 착시현상이다. 한국갤럽(709명 기준)과 연구용역보고서(466명 기준)를 비교해 보면 △50%이상 도입 ‘15.4%→23.4%’ △50%이하 도입 ‘21.6%→32.8%’ △40%이하 도입 ‘3.7%→5.6%’ △30%이하 도입 ‘12.6%→19.1%’ △20%이하 도입 ‘7.3%→11.2%’ △10%이하 도입 ‘5.2%→7.9%’ 등으로 높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작게는 1.9%p, 최대 11.2%p까지 뻥튀겨졌다.

또한 ‘문9)’관련 연구용역보고서는 “(524명 기준) 향후 가락시장 내 시장도매인제가 시행될 경우 출하자 수취가격의 영향에 대해서는 ‘약간 높아질 것이다’라는 응답이 48.5%로, ‘매우 높아질 것이다’라는 응답 3.2%와 합하여 긍정적 의견이 51.7%로 조사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국갤럽의 원문은 ‘(709명 기준) 약간 높아질 것’ 35.8%, ‘매우 높아질 것’ 2.4%로, 긍정적인 의견은 38.2%이다. 조사대상을 축소하면서 13.5%p를 부풀렸고, 결국 과반을 넘기는 수치를 만들어 냈다.

해당 문항의 부풀려진 결과는 본지가 지적했던 두 가지 버전의 연구요역보고서(정부본, 최종본) 모두에서 확인된다. 한국갤럽의 출하자 설문조사 결과보고서와 연구용역보고서의 비교 검토가 없었다면 부풀려진 연구용역보고서는 출하자 농업인의 발목을 옥죄는데 여지없이 활용됐을 것이다. 특정한 의도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는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의 책임있는 해명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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