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 후 오이농사로 제2의 인생찾아

충청남도 천안시 병천면은 전국에서 내놓으라 하는 고품질 오이로 유명한 지역이다. 최근에는 귀농한 농가들도 속속 생기면서 마을도 더 활기를 띄고 있다.

천안시농촌지도자연합회 가브리엘농장 이기순·이병철씨 부부는 3년전 귀농해 2,000여평의 하우스에서 오이를 키우고 있다. 병천면은 남편 이병철씨의 고향으로 이들 부부는 30여년간 도시의 대기업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이곳에 정착했다.

“남편 고향이 병천이고, 병천하면 오이니까 자연스럽게 오이재배를 하게 됐습니다. 건강이 안좋아서 들어오긴 했는데 그게 삶의 터닝포인트가 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농업은 그리 호락호락 하지 않았다. 농사는 첫해 완전히 실패했다. 잘나가는 직장, 넓은 집 다 놓고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원망도 했지만 오히려 더 공부하고 집중해 지금은 남부럽지 않는 오이를 선보이고 있다. 특히 아내 이기순씨는 한국벤처농업대학에서 공부를 했고, 천안시농업대학에도 다니는 등 농학에 대한 열정도 불사르고 있다.

가브리엘농장의 오이는 가락시장과 직거래로 출하되고 있다. 또 수익금의 일부는 창원, 산청 등 사회복지시설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하고 있고, 지역시설에는 오이를 가져다 주기도 한다. 이런 나눔활동은 누구나 좋은 오이를 먹을 권리가 있다는 생각에서다.

“소비자가 식탁에서 행복하게 안전한 농산물을 먹는다면 농사꾼으로 그것만큼 행복한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리고 저 역시도 최상품만 골라서 먹어보고 맛이나 느낌을 소비자들에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먹어봐야 맛을 알잖습니까.”

그리고 이들 부부는 농사도 사업인만큼 철저한 분석과 대처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농사에서도 기술적인 부분은 남편 이병철씨가 맡고, 홍보나 마케팅은 이기순씨가 담당하고 있다. 일례로 병천면은 병천순대가 유명한데 아우내장터의 한 순대집에 오이를 제공하고, 그 순대집을 거쳐서 오는 손님들에게는 1만원에 4kg 24개 한 박스를 제공한다. 지역에서도 서로 상생할 방법을 찾은 것이다.

“저희 부부는 귀농할 때 15년 정도의 계획을 세워두었는데 5년안에는 농사를 완전히 정착시킬 생각입니다. 또 10년 후에는 아이들이 농업을 원하면 물려줄 생각이고, 15년 후에는 저희 부부처럼 귀농을 하고 싶지만 어려운 사람들에게 지원을 해주고 싶은 생각입니다.”
귀농을 해서 처음부터 좌절을 겪었지만 좌절하지 않고 꾸준히 자신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하는 모습이 서서히 농사꾼으로도 인정받고 있는 증거다.

“귀농을 하면 바빠야 합니다. 저희처럼 공부도 하고, 농업인단체도 가입해서 함께 어울려야 합니다. 가브리엘 농장에서는 앞으로 오이차, 오이식초도 공부해 오이의 대중화에 좀 더 노력할 생각입니다. 12년후의 저희부부와 가브리엘 농장의 모습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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