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공사현장서 바닷물 유입…‘생육 장애’

▲ 충남 보령시 오천면의 한 마을의 논에 바닷물이 유입돼 벼가 썩어가고 있다.
“이 벼 꼬라지 한 번 봐봐요. 다 썩었죠? 올 해 농사 끝났습니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지난 15일 오후, 충남 보령시 오천면 오포리의 한 마을. 지금쯤 생육이 활발해야 할 논은 검붉게 변해있다. 길 한켠에는 얼마 전 바닷물이 논에 흘러들어 피해를 입은 농업인들이 주저앉아 있다.

이 마을 농업인 임순욱(61)씨는 논에 바닷물이 유입되면서 썩어버린 벼를 한움큼 쥐어 보였다. 시커멓게 썩은 뿌리는 육안으로도 확연하게 드러났다.

임씨의 논을 포함한 이 마을 10여농가 12,000평의 논은 누가 봐도 못쓸 정도로 삭막하게 변해 있었다. 모내기를 끝내고 평화로워야 할 주민들의 표정에는 정적만이 감돌았다.
이같은 피해의 원인은 마을 옆 LNG 터미널 공사 도중 바닷물이 논으로 흘러들었기 때문이다. 최근 이 업체가 공사 도중 마을주민들이 농업용수를 쓰는 교성천에 관로 2개를 설치했는데 용량이 적어 바닷물이 미처 다 빠져나가지 못했다. 그러면서 교성천의 하천수와 섞여 버린 것이다.

이런 사실을 모른채 마을주민들은 5월말 이 물을 양수해 모내기를 마쳤다. 그 후 10일 정도가 지난 6월 2일경 벼가 누렇게 말라가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마을주민들이 LNG 터미널 공사 현장에서 바닷물이 논으로 들어온 것을 확인하고 즉각 항의했다. LNG 터미널 공사 업체 측은 잘못을 인정하는 한편,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업체는 곧바로 교성천에 관로를 3개 더 설치하고, 염분농도를 낮추기 위해 용수를 공급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임순욱 씨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평생을 이 마을에서 농사를 지었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었고, 계속해서 논은 망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임씨는 연거푸 힘들다고 토로했다. “앞으로가 문제에요. 이렇게 논에 갯물(바닷물)이 한 번 들어오면 최소 3년은 농사를 못짓게 될 수 있는데 그동안 손가락 빨고 살 수는 없잖습니까. 한 두 농가가 피해를 입은 것도 아니고, 논이 회복될 수 있을지도 막막합니다. 애가 탑니다.”

같은 마을의 천대호(45)씨도 논을 바라보며 “땅이 죽었어, 땅이 죽었어”를 반복했다.
실제로 보령시농업기술센터의 분석에 의하면 피해지역 인근의 염분 농도는 1.48%로 매우 높고, 특히 마을주민들의 논이 있는 중·하류지역 양수원의 염분농도가 각각 1.06과 0.67로 매우 높아 생육장애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농촌진흥청 자료에 따르면 벼는 염분농도 0.15%에서 20%, 0.25%에서 50%, 0.35에서는 75%의 수량감소가 발생할 수 있다.
임순욱씨와 천대호씨를 비롯한 마을주민들은 업체측에 공문처럼 정확하고, 성의 있는 태도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업체 관계자는 “논에 바닷물이 유입돼 피해를 입은 마을주민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 “현재 회사에서는 농촌진흥청 등에 의뢰해 피해를 정확히 분석하고 있고,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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