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의 미학 ‘발효식초’ 국산화 성공


국립농업과학원은 농업기초과학 연구와 현장적용 실용기술 연구·개발의 성과를 바탕으로 한국농업의 미래를 개척해 나가고 있다. 국립농업과학원이 농업분야 기초연구를 비롯해 비용절감과 현장적용 효율성 제고 등의 다양한 연구를 선도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잣송이 부산물 돈분 악취 저감 기술, 발효식초 종균 및 발효조 국산화, ICT 접목 농기계 안전교육 프로그램 개발 등이 조명을 받고 있다. 농업과학원이 올해 R&D 우수성과로 추천한 분야별 연구를 3회에 걸쳐 소개한다.



글 싣는 순서
Ⅰ. 돈분 악취·생산성 잣송이 부산물 해결
Ⅱ. 수입 대체용 발효식초 종균 및 발효조 국산화·실용화 기술
Ⅲ. ICT 접목, 농기계 안전교육 프로그램


 

세계 고산도 발효식초 시장은 2000년 15조에서 2010년 46조원으로 크게 성장했고 오는 2020년 2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고산도 발효식초는 노벨상을 3회 수상할 정도로 식품 소재로써 높은 가치를 평가받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고산도 발효식초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09년 종균 자체 수입 규모만도 420억원에 달했다.

세계 발효식초 시장 규모는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반면 국내시장은 고산도 식초 생산 종균, 영양원 및 발효설비를 선진국에 의존할 만큼 관련 연구가 크게 부족했다.
그러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은 농업과 식품의 동반성장 일환으로 식생활 개선에 따른 국민건강 증진이 필요하다는 의지에 따라 수입 대체용 발효식초 종균 및 발효조 국산화·실용화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

초산 생성 종균의 산도를 기존 3~4%에서 9.3%로 향상시키고 농가형 식초공정을 2단 발효시스템을 도입해 이미·이취 및 식초제조 실패율을 제로로 만드는 것이 연구 핵심이었다.

이 연구가 성공한다면 고산도 생성 종균 국산화가 가능해 1L당 20만원에 달하는 수입단가를 4만원으로 절감시킬 수 있고, 고산도 발효장치 국산화를 통해 30톤 30억원에 달하는 수입단가를 3억원으로 10배 절감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농업과학원은 여수환 연구사를 중심으로 연구진을 꾸리고 본격적인 연구에 돌입했다. 여 연구사는 1단계로 국내 최초 고산도 초산 생성 발효종균의 국산화 기술 개발에 나섰다. 식초 제조의 핵심은 초산균을 확보하는 것.

여 연구사는 우여곡절 끝에 2014년 9월 식초를 만드는 우수 종균인 초산균을 이용한 종초(씨앗식초) 제조 조건을 확립해 품질이 우수한 과일식초 제조기술을 개발했다.
이번에 확립한 종초 제조조건은 ‘Acetobacter pasteurianus CV3’란 초산균을 액체배지 100ml에 접종한 후 30℃에서 2주〜3주 간 배양하는 것으로, 이때 적정 산도는 3.5% 내외가 가장 좋다.
이렇게 만든 종초로 식초를 만들면 높은 산도의 천연발효식초를 얻을 수 있으며 이번에 개발한 과일식초는 사과, 배, 포도 3가지로 산도가 8% 이상이다. 과일식초는 새콤달콤한 맛에 과일향이 풍부하며 음식의 간을 맞추는 조미용이나 물에 타서 마시는 음료용으로 모두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장기간 자연 발효시키기 때문에 각종 비타민과 아미노산, 유기산, 무기질 등 건강에 유익한 영양 성분이 풍부해 소화가 잘 되고 피로회복과 간 기능 강화, 혈압 안정 등에도 도움이 된다. 
고산도 과일식초 제조 기술 개발로 그동안 산도(4% 이하)가 낮고 맛과 향이 좋지 않고 수율)이 떨어지는 전통발효식초의 단점 해결은 물론 남는 과일을 활용함으로써 과일 소비 촉진과 장기 저장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농가형 프리미엄급 식초의 실용화기술을 개발해 이미·이취 및 저수율을 크게 개선했다. 특히 산도가 낮고 이상한 냄새와 맛이 생기는 전통발효식초의 단점을 해결한 고품질의 발효식초 제조 기술 개발은 농가로부터 호응이 컸다. 

충남 논산에서 식초를 제조하는 홍성희 씨는 “농진청에서 수년간 연구한 발효식초 제조 이론과 실습을 병행한 기술 이전 교육으로 발효식초 제조 기술을 쉽게 배울 수 있었다”면서 “이를 바탕으로 현재 현미식초와 무독화 옻식초를 판매하고 있는데 주문량이 계속 늘고 있다”고 말했다.
농진청은 농업인이 지역 농·특산물을 이용해 차별화된 발효식초를 제조하고 농외소득도 올릴 수 있도록 현장 맞춤형 실용화 연구와 기술 지도를 보다 강화해나갈 방침이다.

여수환 연구사는 “현재 국민 건강을 위한 대체 식초 개발과 식초 시장의 고급화가 필요한 실정”이라며 “앞으로 빙초산 대체용으로 다양한 천연발효식초 제조 기술을 개발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ICT 접목 시뮬레이터, 농기계 안전사고 예방


글 싣는 순서
Ⅰ. 돈분 악취·생산성 잣송이 부산물 해결
Ⅱ. 수입 대체용 발효식초 종균 및 발효조 국산화·실용화 기술
Ⅲ. ICT 접목, 농기계 안전교육 프로그램


농업·농촌의 고령화에 따른 각종 농기계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이에 따른 예방대책이 절실한 실정이다. 특히 농기계 사고 치사율은 자동차 사고의 6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농기계 농작업사고 93%가 인적원인에 의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농업인에 대한 안전교육 강화는 물론 강의식 교육보다는 효과가 높은 체험식 교육 도입이 절실한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농기계로 도로주행이나 경사면 농작업 상황 등을 체험하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에 시뮬레이터 등 가상현실 장치를 이용해 농업인이 실제 트랙터와 똑같은 조건에서 운전 및 농작업을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교육장비가 그 대안으로 제시됐다. 

미국 등 농업 선진국 등은 일찌감치 체험형 장비가 개발됐다. 트랙터 회사인 존디어사는 목재 수확기 운전교육을 위한 수확기 안전교육 시뮬레이터와 트랙터 전도사고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시뮬레이터를 개발했다. 일본도 농림수산성 교육센터에서 체험용 장비로 지난 1970년부터 교육 중이다.
이에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김유용 연구사를 중심으로 한 연구팀은 가상화면을 보면서 실제 트렉터와 유사한 운전조작 장치를 사용해 코스주행, 도로주행, 농작업을 연습하는 가상현실 운전교육장치 개발에 뛰어들어 지난해 국산화에 성공했다.

기존 항공기 등 시뮬레이터는 항로나 도로 등에서 본체의 움직임이 주가되나 이번에 개발된 트랙터 시뮬레이터는 로터리, 트레일러 등 작업기를 부착해 경사 밭, 논 등에서 경운작업, 경사 농로 등에서 트레일러 운반작업과 같이 농작업 연습이 주가된다.

논, 밭 등에서 작업을 용이하게 하는 2개 구동륜의 독립브레이크, 자동잠금장치, 농작업의 부하에 따라 변속을 해야 하는 4개의 변속기 기능을 구현했다.
그동안 트랙터 운전을 배우고 싶지만 복잡하고 크기가 커서 바로 접하기 어려워했던 여성 농업인이나 귀농인들의 활용이 기대된다.

개발된 시뮬레이터는 모의 운전조작장치, 트랙터 컴퓨터 모델, 모션 플랫폼, 제어장치, 영상출력장치, 가상현실화면 등으로 구성돼 있어 농업인은 누구나 쉽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농진청은 개발된 시뮬레이터 산업화를 위해 산업재산권을 출원해 등록, 심사 중에 있으며 지난해 3개 업체에 기술이전을 완료했다. 국제특허출원도 진행해 장기적으로 해외수출도 고려하고 있다.
농진청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트랙터 시뮬레이터 기술 기반으로 지난해부터 경운기 시뮬레이터를 개발하고 있으며 향후 콤바인 등 다른 농업기계의 시뮬레이터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김유용 연구사는 “개발된 트랙터 안전교육 시뮬레이터는 올해 5개 농업기술원에 시범 보급될 계획이며 전국 시군 농업기술센터로 확대 보급토록 농림축산식품부에 정책 제안했다”면서 “ 전국 시군 농업기술센터로 보급이 확대될 경우 안전사고 예방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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