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육류수출협회는 여론조사기관인 한국갤럽과 함께 소비자 인식조사를 벌인 결과,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고 답한 국내 소비자가 44.7%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덧붙여 조사 응답자 절반 이상이 미국산 쇠고기와 미국산 고급 브랜드육을 섭취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지난 2012년 1차 설문에 비해 긍정적인 평가가 월등히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이후 설문조사 내용은 국내 소비자의 쇠고기 선택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맛’을 꼽았다는 얘기로 일반 소비의향조사로 마무리 한다.

협회의 보도자료를 통해 일반 언론사에서 기사화된 설문내용 또한 일반적인 소비성향을 다룬 경제단신으로 넘겨질 일이다.

하지만 한꺼풀만 벗겨보면 2008년 한미쇠고기협상과 무관할 수 없는 일임을 직감하게 된다. 2008년 4월 FTA 선결조건으로 미국과 합의한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은 전국적인 촛불시위를 야기할 만큼 논란을 가져왔다. 광우병 위험이 높은 30개월 이상 쇠고기도 수입할 수 있도록 연령 제한을 없앤 협상 결과는 전국민적 분노를 일으켰다.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해도 한국이 자체적으로 수입금지를 할 수 없도록 한 검역주권 포기 내용 또한 공분을 샀었다. 국민적 분노가 커지자 한·미 양국은 추가협상을 통해 미국 육류 수출업자와 한국 수입업자의 자율합의 형식을 빌려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한국민의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 30개월 미만 쇠고기만 수입한다’고 합의했다.

‘한국민의 신뢰 회복’을 무엇으로 증명할지는 이미 미국의 거듭되는 요구에서 드러나고 있다. 미국은 미산 쇠고기 수입량 증가를 신뢰회복 근거로 들이대며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 허용을 줄기차게 요구해오고 있는 중이다.

이쯤되면 미육류수출협회의 2차에 걸친 설문조사와 보도자료 배포가 어떤 의미인지 감이 잡힌다. 미산 쇠고기가 ‘안전하다’는 응답이 44.7%로 최대치를 경신했다고 떠드는 것을 아무 거리낌없이 기사화한 국내 언론은 이미 덜미를 잡힌 것이다.

미국육류수출협회의 보도자료도 그렇거니와, 한국의 언론사들이 아무런 검증과정이나 분석작업도 없이 미산 쇠고기에 대한 한국민들의 ‘긍정적 답변’을 보도한 것 자체가 충분한 근거자료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보다 더 좋은 ‘신뢰회복 증거’가 있겠느냐고 따진다면 어떻게 응수할 수 있겠는지, 고민스러울 뿐이다.

설문조사 대상 711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를 통해 조사를 실시했다는 설문 배경만으로 미국측은 ‘좋은 자료’를 확보하게 된 것이다. 가뜩이나 전진 대통령의 회고록에 비친 미산 쇠고기 문제는 오해와 거짓으로 다시 여론의 도마에 오른 상태다. 틈새를 비집고 들어오는 야욕을 나무랄게 아니라, 중요한 것을 잊거나 희석되도록 방치하는 국민적 인식을 더 두려워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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