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수 현
전국사회부 기자



지난해는 하루가 멀다 하고 자유무역협상(FTA) 체결 소식이 들려왔다. 연일 빵빵 터지는 FTA 소식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뉴스와 여러 매체에서는 FTA로 인해 수혜를 입는 산업분야에 대해 선전하기 바빴다.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농업에 대해서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짤막한 멘트가 전부였다.

어느 나라든지 FTA가 체결되면 우리 농업에 피해가 오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가장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과 체결 이후에는 자포자기 심정이 됐다. 정부도 이것을 노린 것인지, 한ㆍ베FTA 체결이후 그간 여러 FTA가 발효되면서 시장개방 폭이 넓어졌기 때문에 한ㆍ베FTA로 인한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먹으로 강펀치를 맞은 뒤, 뒤이어 맞는 꿀밤은 간지러운 수준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우리 농업이 피멍들어가는 것은 모르는 척한 채, FTA 체결로 시장이 넓어졌다며 여전히 자화자찬 하고 있다. 과연 축하해야 할 일일까?

사실, 창피한 말이지만 나는 FTA로 인한 농업피해에 대해 크게 느끼지 못했다. 우리 농업이 더 어려워 질 것 같기는 하나 상상이 되지 않고, FTA로 농사짓기 어려운 환경에 놓인 농업인들이 농업을 포기해 식량주권을 뺏기게 된다는 것이 실감이 잘 안 났기 때문이다.

농업에 관심을 두고 일하는 나조차도 이러한데 도시에서 자라난 대부분의 젊은이들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한번이라도 우리 농업에 대해 생각해본 이들이 있을까라는 궁금증도 생긴다.
그런데 며칠 전 뉴스를 보며 정신이 번뜩 들었다. 식량주권을 뺏긴다는 것이 먼 훗날 이야기가 아닌 바로 코앞에 놓였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 것이다.

이웃나라 일본의 일이었다. 일본 맥도날드에서 감자튀김을 당분간 가장 작은 사이즈인 S사이즈만 판매한다는 뉴스였다. 일본 맥도날드는 미국 서해안 항만을 통해 감자를 수입하고 있는데, 이 서해안 항만 노동자와 항만 측 노사분쟁이 장기화돼 수입에 차질이 생겨 일본 내 감자 재고가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맥도날드는 현재로서 언제 수입을 재개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 불가피하게 감자튀김 양을 소량 판매하고 있었다. 미국 항만 파업이 일본의 식탁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는 상황. 이런 중차대한 소식을 뉴스에서는 해외에서 생긴 웃지 못 할 일로 소개되고 있었다.

우리나라라고 이런 사태가 없으리란 보장이 없다. 이제는 우리랑 전혀 상관없다고 생각했던 다른 나라의 사소한 일들도 사사건건 마음을 졸여야 할지 모른다. 외국 농산물로 점령당한 우리식탁을 지키기 위해서 말이다.

나비의 날개 짓처럼 작은 변화가 폭풍우와 같은 커다란 변화를 유발시킨다는 ‘나비효과’처럼, 무턱대고 시장을 개방했다간 다른 나라의 사소한 일들로 먼 나라에 폭풍을 몰고 올 수 있다는 것을 정부는,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물론 글로벌 시대에 우리만 꽁꽁 문 닫아 놓고 살자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반도체 말아먹고, 자동차 구워먹고 살 것이 아니라면 우리 농업을 지킬 수 있는 구명조끼는 입고 개방화물결에 몸을 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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