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농업의 미래 ‘R&D’로 승부한다

FTA 등 농축산물 개방속도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 농업의 미래, 경쟁력은 연구개발(R&D)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농업분야 R&D의 핵심은 농촌진흥청이다. 올 한해도 농진청은 눈부신 연구성과를 쏟아냈다. 로얄티를 절감시키는 신품종 개발이 줄을 이었고 농업분야를 뛰어넘어 의약품 소재까지 진출하는 다양한 성과를 냈다. 결국 농진청의  R&D는 우리 농업의 미래이자 경쟁력이 될 수밖에 없다.
본지는 올 한해 농진청의 농업R&D 주요 성과를 돌아봤다.


■ 다양한 신품종 개발

다리병에 강한 신품종 벼 ‘밀양299호’가 육성됐다. ‘밀양299호’는 지난해 특허출원한 ‘벼 키다리병 대량 검정법’을 이용해 병에 강한 ‘산광벼’를 선발하고 그 저항성 유전자를 밥맛이 좋은 ‘일품벼’에 옮긴 품종이다. 이 품종은 3년간 적응시험을 거쳐 오는 2017년 농가에 보급된다.
또 벼흰잎마름병에 강한 유전자 3개가 집전된 ‘익산575호’도 개발됐다. ‘익산575호’는 세 개의 벼흰잎마름병 저항성 유전자들이 하나로 집적된 계통으로 도열병, 벼줄무늬잎마름병에도 강하다.
이와 함께 올레산 함량이 높은 땅콩 새품종 ‘케이올’도 개발됐다. ‘케이올’ 땅콩의 올레산 함량은 82.9%로 지금까지 개발한 땅콩 중 가장 높다. 이 신품종 땅콩은 증식을 거쳐 내년부터 농가에 보급될 계획이다.

■ 태양열 축열식 히트펌프시스템 개발

겨울철 태양열로 데워진 온실 내부의 따뜻한 공기를 난방에 활용하는 ‘태양열 축열식 히트펌프시스템’은 기존 경유온풍난방기에 비해 난방비를 80% 절감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 시스템 설치비는 현재 농가에 보급되고 있는 지열 히트펌프에 비해 약 60% 수준으로 저렴하며 냉방도 가능해 여름철 육묘온실 등 온도관리가 중요한 시설의 냉방에도 이용할 수 있다.
농진청은 내년부터 이 시스템을 농가 보급할 계획이다.


■ ‘농생명자원 유전체 해독’

미래 생명산업시대를 열어갈 국가적 유전체 사업인 ‘포스트게놈 다부처 유전체사업’이 지난 3월부터 농진청 주도로 추진됐다. 이 사업은 오는 2021년까지 총 5,788억원을 투자해 유전체 관련 기술을 끌어올려 식량, 의료, 에너지, 신소재 등에 활용키 위한 사업이다.
농진청은 이 사업을 통해 식량작물, 원예작물, 특약용작물, 가축 등 5개분야 40품목의 유전체 해독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농생명자원에 대한 주권을 확보하고, 지식재산권을 선점하는 한편 1,016테라바이트 규모의 농림축산식품 바이오 정보를 통합 관리 및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 누에 추출물 분말 천연물 식약 도전

누에 추출물 분말을 이용해 만든 당뇨병 치료제 ‘NAAS-01’이 국내 임상 2상 승인을 받아 임상시험에 들어갔다. 누에 추출물 분말은 농산물에 개발한 최초의 천연물 신약 소재이면서 동물성 소재로서 임상 2상에 진입한 건 국내 최초다.
임상 2상 시험은 오는 2016년에 완료되며, 임상 2상 시험에 성공하면 다수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효능을 검증하는 임상시험 3상 시섬을 신청하게 된다.

■ 곤충 식탁에 오르다

식용화를 위해 갈색거저리 애벌레에 대한 제조공정 확립, 영양 성분 분석, 독성시험 등 과학적인 안전성 입증을 통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새로운 식품 원료로 한시적 인정을 받았다. 갈색거저리 애벌레는 단백질과 불포화지방산 함량이 매우 높아 영양가치의 우수성이 확인됐다. 농진청은 현재 주 단백질원인 17조원 규모의 국내 육류시장을 고단백질 곤충 식품이 1%만 대체해도 약 1,700억원 대의 곤충 식품 시장이 형성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신품종을 뛰어넘어 가공제품으로 

농진청이 개발한 쌀 새품종 ‘단미’에 항산화 성분인 감마오리자놀이 다량 함유돼 있는 것을 밝혀내고 특허출원했다. 감마오리자놀이는 현미의 쌀겨나 배아에 있는 성분으로 항산화, 콜레스테롤 저하, 피부미백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미’는 당 함량이 21.4%로 일반쌀보다 6.4배나 높다.
또 일반 쌀보다 씨눈이 2.9배 큰 기능성 흑미 ‘눈큰흑찰’로 현미차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해 특허출원했다. ‘눈큰흑찰’ 현미차의 당 함량은 100g당 677.9mg으로 일반 현미차보다 4배나 많다.

■ ‘버섯 로열티’ 국산 품종 개발이 해법

진청이 버섯 로열티 절감을 위해 국산 품종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국산 품종 보급률이 46%까지 향상됐다. 농진청은 지난 5년간 버섯 60품종을 개발해 2008년 30% 수준이던 국산품종 보급률을 46%까지 끌어올렸다. 이를 통해 31억원 가량의 로열티를 절감했다.
농진청은 품종보호전략종자개발(GSP) 사업으로 버섯품종을 다양하게 개발하고 시범사업을 거쳐 보급할 계획이다. GSP 사업은 버섯 품종육성 기반구축(2013~2016년)과 버섯 종균 생산 산업화(2017~2021년)로 추진되며, 올해부터 2022년까지 144품종을 육성하고 60% 보급률을 목료로 두고 있다.

■ 화분매개곤충, 뒤영벌 생산 기술력 인정받아

땅속에 사는 야생벌인 뒤영벌을 실내에서 대량 생산키 위해 여왕벌의 실내 인공사육법, 연중 생산을 위한 기술과 온도원리를 이용해 뒤영벌 산란유도시스템 등이 개발됐다.
이 기술로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뒤영벌을 지난해 말 기준 80% 이상 국내에서 자체 생산할 수 있게 돼 수입 대체 효과도 연간 70억 원에 이른다. 아울러 뒤영벌 생산 기술 국산화로 구매 가격이 전량 수입하던 지난 2002년 15만 원에서 현재는 6만 5000원으로 50%이상 낮아지는 효과도 가져왔다. 특히 농작물 수정에 뒤영벌을 이용함으로서 노동력 절감과 생산성 향상에 크게 기여할 수 있게 됐다.

■ 다중 형질전환 돼지 장기이식 성공
 
농진청은 국내 최초로 거부반응 두 가지를 모두 억제한 형질전환 돼지의 장기 중 심장을 원숭이에게 이식하는데 성공했다. 이번에 이식한 돼지는 초급성과 급성 거부반응(GalT KO+MCP)을 조절한 ‘믿음이’다. ‘믿음이’는 초급성 거부반응 조절 돼지 지노(GalT KO)보다 1가지 유전자가 더 조절된 2단계 장기이식용 돼지다.

농진청은 지난 2010년 8월 형질전환동물복제를 통해 두 쌍의 염색체 중 한 곳만 변형된 돼지 ‘믿음이’를 생산했다. 이후 자연 교배로 두 쌍의 염색체가 모두 변형된 안정화된 개체를 생산했다. 최근에는 총 9마리의 후대 증식에 성공함으로서 국내 바이오장기 연구를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발판을 마련했다. 인간은 외부 물질이 몸에 들어올 경우 초급성, 급성, 혈관성, 만성의 순서로 거부반응을 일으킨다. 다른 동물이나 타인의 장기를 이식할 때 이를 세균으로 여겨 공격하는 면역 방어 시스템 때문이다.

‘믿음이’는 거부반응을 없애기 위해 알파갈 물질을 제거함과 동시에 보체 활성화를 억제할 수 있는 물질(MCP)이 더 나오도록 조절한 바이오장기용 돼지다. 2단계 장기 이식연구에 해당하는 ‘믿음이’ 심장의 원숭이 이식은 지난 10월 6일 진행했다. 심장을 이식받은 원숭이는 현재까지 살아있으며, 건강이 양호한 상태다.
농진청은 2세대 바이오장기 연구에 이어 3개 이상의 유전자를 제어한 3세대 바이오장기용 돼지의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 유사품종 판별 기술 개발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기술을 이용해 벼·콩 품종을 보다 정확하고 쉽게 판별하는 ‘품종인식 코드화 시스템’이 개발됐다. 이 시스템은 농진청에서 개발한 벼 285, 콩 147 품종의 특징을 바코드로 나타내 이를 비교해 품종을 판별하는 기술이다. 벼·콩의 염색체 내 품종 고유의 특징을 나타내는 마커(벼 112개, 콩 202개)를 선발하고 그 결과를 디지털 신호로 전환해 바코드화한 뒤 품종 간 차이를 판별하는 방식이다.
또 1·2차원의 바코드로 쉽게 표현이 가능하고 고가의 장비나 고난도 기술이 필요하지 않아 일반 실험실 수준에서도 판별이 가능하며 기존 분석 기술에 비해 마커 제작비용은 1/10, 판별 시간은 1/3 이상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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