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시장을 개방을 전제로 관세율을 조율하던 정부가, 513%라는 당초 예상치대로 고율관세를 매기고 18일 이를 공표했다.

이러한 관세율과 더불어 발표한 쌀산업발전대책이 어디서 만들어졌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의견수렴은 고사하고 어디서 이런 내용의 계획이 세워졌는지, 농민들은 궁금하다. 가장 불만인 것도 이 부분인 것이다.
쉽게 생각하면 7·18 쌀개방 선언이후 급조된 ‘쌀산업발전협의회(쌀협의회)’에서 합의된 내용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쌀협의회 위원들은 언론에서 관세율 결정 사실이 터져 나오는 때까지도 내용을 몰랐다고 전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농·민간·정부 3자 논의 구조로 만들어진 쌀협의회의 기능은 요식행위였다는 게 확인된 것이다. 오히려 몇몇 참석 위원들은 “개방찬성론자를 압도적 다수로 해서 협의회를 만들고, 정부 의도대로 사업을 설명하는 자리에 불과했다”고 주장하는 터다.
이들 쌀협의회 위원들은 또 대외비밀을 지킬 것을 맹세하는 서약서를 작성했고, 관세율 숫자에 블라인드 처리된 회의자료를 ‘모시고’ 회의에 임했다는 후문이다. 당장 급한 쌀 관련 심층토론은 먼나라 얘기였을 뿐이다.

그와는 별개로 농식품부는 당정간 실무협의는 물론, 산업통상자원부나 기획재정부와 예산대로 짜여진 쌀산업발전대책까지 협의를 지속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리멸렬 국회 야당이 빠진 상태에서 협상 창구를 안찾은 것인지, 못찾은 것인지 독단적 판단으로 일관했다는 결론이다.

결국 농민도 모르는 쌀개방이 펼쳐지고 있고, 미덥지 못한 고율관세로 치장한 보호막으로 허세를 부리고 있는 정부.
쌀시장을 지키겠다는 설명만 나열하지 말고, 대통령이 나서서 대국민 약속으로 안정감을 확보해야 한다는 요구는 묵살됐고, 국제협상에서 양허예외 품목으로 묶어 놓겠다는 어설픈 설명도 농민들은 믿지 않는 상황이다.

보름 남았다는 WTO통보 방침에 시한이 촉박하다는 얘기만 늘어놓는 분위기는 접어야 한다. WTO에서 기간을 정해 놓은 것도 아니면서, 모든 게 결론났다고 농민들의 포기를 종용하는 모양새가 마뜩찮다. 고율관세, 양허제외 등이 포함된 특별법으로 안전장치를 만들고, 여야, 농민, 정부 등의 4자 모임이 조속히 추진돼야 한다. 현실을 부정하는 게 아니라 직시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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