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권 사수 위해, 7천여 농민 거리로…

“오늘 농민대회는 뜨거워서 앉지도 못합미더. 이 뜨거븐 날에 밭에도 못있고 여(기)서 뭐하는긴지 모르겠습니다. 농업을 우에(어떻게) 할라카는지...”
지난 14일부터 18일까지 5일간 대구 엑스코에서는 한·중 FTA 제12차 협상이 진행됐다.

이번 협상은 이달 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문 후 열리는 회의로 이른 바 ‘정상회담 효과’로 인해 농축산물시장 개방의 물꼬가 트일 것이라는 예측이다. 협상의 특성상 주고받는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우리나라도 농산물 시장 개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12차 협상은 그간의 협상과는 달리 한중 FTA 의 최대 쟁점 사항이라고 할 수 있는 초민감품목에 대한 세부 품목을 선정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양국은 지난 5월, 11차 협상에서 총 1만 2000여 개 협상품목 가운데 90%, 수입액 기준으로는 85%에 달하는 관세 철폐에 합의했다.

농업계는 양파, 마늘, 채소 등 일부 농산물의 가격이 폭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값싼 중국산 농수산물이 밀려올 경우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또 실제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품목 수 기준 개방 비율을 90%에서 95%로 높이고, 일부 고관세 밭작물이 개방대상에 포함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농업계는 무조건 한중FTA 협상을 철회하라는 입장이다. 지금도 국내에서 중국농산물의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는데 중국과의 FTA까지 이뤄진다면 농업은 더 이상 보호받을 길이 없다는 뜻이다.

14일 대구 엑스코에서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회의장 밖에서는 농업인들의 집회와 기자회견이 이어졌다. 7천여명의 농업인들은 한중FTA 협상에서 농업을 제외하고, 농축산물 가격 폭락에 대한 대책을 내놓으라고 주장했다.
농민단체장들은 “농축산물은 협상의 대상 자체가 되어서는 안된다”면서 “마늘, 양파, 무 어느 하나 제값 받는 것이 없는데 농축산물 시장을 연다는 것은 농업을 고사시키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입을 모았다.

이어 결의문을 통해서도 ▲한중 FTA 협상에서 농업 부문 제외 ▲농축산물 가격 및 농가소득 안정을 위한 특단의 대책 수립·시행 ▲FTA 및 TPP 협상을 즉각 중단할 것 등을 요구했다.
특히 이날 농업인들은 35도를 오르내리는 뜨거운 날씨속에서 결의대회를 가진 후 얼음 조각상 ‘한중 FTA’를 망치로 부수는 상징의식을 가졌으며, 협상장인 대구 엑스코까지 1시간여에 걸친 거리행진을 펼쳤다. 이후 협상 근처에서는 사진촬영을 하는 경찰의 행동에 격분한 일부 참가자들이 격하게 항의했다.

이와 함께 15일에도 농민단체장들은 엑스코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저가의 중국산 농축산물이 대량으로 수입된다면 지금같은 농산물값 폭락 사태가 가중될 것”이라면서 “농업, 농촌을 물론, 나라의 식량주권까지 붕괴시킬 수 있는 FTA와 TPP 협상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한중 FTA가 연내 타결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한·중 FTA 협상에서 농어업을 보호하도록 하는 결의안을 지난15일 채택했다.

이날 의결된 결의안에 따르면 농해수위는 정부에게 한중 FTA 협상에서 지역경제에 미치는 악영향 등을 면밀히 분석한 후 피해 예상 농수산물을 ‘초민감품목군’에 포함시키고, 이에 포함된 모든 농수산물에 대해 현행 관세를 그대로 유지하는 ‘양허제외’를 관철하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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