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농업법은 경미한 손실까지 보상한다는데…”


예산축소 여론, 농업은 제외…작물보험 10년간 57억달러 증액

기존 보험 보상 사각지대 추가지원…농가소득 호황과 별개


미국이 재정적자를 감축해야 한다는 여론이 대세로 굳어지고 있음에도, 5년마다 만들어지는 농업법은 농가의 소득안전망을 더욱 보강하는 내용으로 최근 오바마 대통령 서명을 마쳤다.

농업을 경제적 가치로 두지 않고 다원적 기능을 고려해 예산감축에 예외로 두더라도 여야가 모두 인정하는 것이나, 또 농가소득 안정망 장치 또한 지속적으로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는 미 연방정부의 농업에 대한 시각이나, 우리 정부와 확연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음은 틀림없다는 지적이다.

9조달러(9천700조원 상당)가 넘는 국가채무로 재정지출 삭감 압력이 어느때보다 강했던 미국 정부는 2년간의 진통을 겪으며 미 농업법을 탄생시켰다. 당초 농산물가격이 높아 농가경제가 양호하기 때문에 이쯤에서 농업예산을 줄여도 된다는 주장들이, 어떤 경우라도 농가소득 안정망이 약화돼서는 안된다는 기존 ‘농업 우대론’에 막힌 것이다.

최근 GS&J인스티튜트가 내논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이번에 제정된 미 농업법에는 향후 10년간(2014~2023년) 직접지출 감축 추정치는 총 166억달러에 이른다. 이중 일반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식품보조지원제도(Foodstamp) 80억달러를 제외하면, 농가와 직접적 연관이 있는 직불제 중심의 품목정책 143억달러, 환경보전 프로그램 39억달러 등이 깍였다.

하지만 작물보험 57억달러, 연구지도에 11억달러, 에너지 분야에 87억달러, 원예부문에 69억달러를 증액했다. 고정직불은 불필요한 농가지원이라는 의견이 모아져 폐지했으나, 가격하락대응직불(15억달러)은 가격하락보상제도(130억달러)로, 수입보전직불(47억달러)은 농업위험보상제도(140억달러)로 전환해서 예산을 대폭 늘렸다. 결과적으로 2008년 농업법보다 더욱 농업보호망을 구축한 것이다.
눈에 띠는 대목은 기존보험에서 보상하지 않은 경미한 손실(shallow loss)을 보상하는 새로운 보험지원제도를 도입했다는 점이다.

또 기존 한시적으로 적용하던 긴급농업재해지원제도를 영구 지원제도로 전환해 재해지원제도를 강화했다는 것도 짚어야 할 내용이다.
기존 작물보험에서는 대부분 보장 수준이 기준 단수 또는 수입의 65~75%이기 때문에, 손실이 적은 경우 즉, 농가 자부담으로 처리되던 경미한 손실에 대해서까지 수입보상 지원을 약속한다는 것을 법에 명시한 것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이번 농업법의 특징은 농가경제 안정이 보험제도 중심으로 이뤄지도록 예산을 10년간 57억 증액했다”면서 “기존 보험제도가 보상하지 않는 부분까지 보전하는 추가적 보험제도(SCO)를 도입해 보험에 의한 소득안정 기능을 확장한 것을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제정된 미국 농업법이 시사하는 점은, 2년간 하원과 상원이 대립각을 세우며 예산감축에 목소리를 높였음에도, 농업부문에서 만큼은 오히려 농가들의 경미한 손실에 대해서까지 보상지원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강하는, 농업가치를 고려하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있다는 것이다.

이와관련 농업계 한 관계자는 “농업의 특성상 재정능력이 취약한 농가는 자연재해나 시장위험으로 인한 경미한 소득손실도 지속가능한 영농활동에 치명적이란 걸 제대로 판단한 것”이라며 “자본논리와 시장우위론의 본산이라는 미국이 농업문제에서 만큼은 절대적 가치를 부여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통상외교와 FTA협상 상호 조건을 이유로, 농업지원대책이나 각종 다양한 사업을 줄이거나 폐지하는 우리의 농정과 상당히 비교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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