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성 확보, 올림경매 검토해야”


가락시장, 시설현대화 사례로 참고필요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2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전국 32개 공영도매시장의 정가·수의매매 확대방안과 시설현대화 기본계획 수립을 국정과제로 보고했다. 공영도매시장의 시설현대화 사업은 변화하는 유통환경과 효율적인 거래를 통해 출하자 농업인의 편익과 수취가 제고를 위한 필수 과제이다.
우리나라 공영도매시장의 벤치마킹 모델인 일본의 중앙도매시장 가운데 삿포로중앙도매시장은 지난 2007년 2월에 시설현대화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했다. 1992년 시설현대화를 위한 검토위원회가 첫 구성된 이 후 15년 만에 시설현대화 사업을 완료한 삿포로중앙도매시장의 성공 사례를 짚어본다.



◆ ‘올림경매’로 생산자 수취가격 제고

#오전 02시.
훗카이도 전역에서 출하되는 농산물이 삿포로중앙도매시장(이하 삿포로시장)에 도착한다. 하차구역에 도착한 농산물은 하역회사를 통해 전량 하차된다.

#오전 04시 30분부터 5시.
하역회사는 출하된 농산물을 하차구역에서 경매장까지 이송한 후 상품성 확인이 용이하도록 진열을 완료한다.

#오전 7시
경매사의 빠른 호창. 온 신경을 집중해야 된다. 중도매인의 손가락 놀림이 분주하다. 오무렸다. 폈다. 금세 낙찰. 벌써 다음 물건이다. 수지경매로 농산물이 거래되는 삿포로시장의 오전 풍경이다
삿포로시장은 일본의 중앙도매시장 가운데 경매비중이 비교적 높은 시장에 속한다. 전체 거래에서 경매가 차지하는 비율이 60%에 달한다. 또한 일본의 다른 중앙도매시장들과 같이 올림경매 방식의 수지경매로 농산물을 거래하고 있다.

▲ 계단 위에 있는 중도매인만 경매에 응할 수 있으며, 매매참가인은 상품을 확인한 후 거래처 중도매인을 통해 해당 물건을 구매해야 한다.
삿포로중앙도매시장협회 타카 마사미(Taka Masami)는 “삿포로시장은 6:4로 경매가 상대매매에 비해 많다”면서 “농산물의 경우 출하자농업인의 수취가격을 높이기 위해 올림경매 방식의 수지경매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림경매는 낮은 가격에서 높은 가격으로 올라가는 방식의 경매방법으로 응찰자의 경쟁심리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는 경매사의 호창과 동시에 응찰기에 가격을 입력하면 높은 가격을 입력한 중도매인이 낙찰되는 시스템으로 엄밀히 말하면 전자입찰에 가깝다.
한국청과 박상헌 사장은 “우리나라의 전자경매는 거래의 투명성 담보를 위해 도입됐지만, 대신 출하자 농업인을 위한 수취가격 제고의 기회가 희생된 측면이 있다”면서 “경매과정 전체가 녹화되는 현실에서 출하자 농업인을 위한 올림경매 방식은 충분히 검토해 볼만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 현대화된 시설,하역·경매·배송 공간 ‘구분’

고객 주차장과 수산동, 청과동 등 롤링방식에 의해 진행된 삿포로시장의 시설현대화사업은 2007년에 완공됐다.
삿포로시장은 대량출하되는 농산물의 배송과 저온저장, 환경문제에 중점을 두고 시설현대화 사업을 설계했다. 이를 통해 배송장 시설이 새롭게 들어섰고, 저온저장 시설이 완비됐다.
하역장에는 대기 중인 차량의 아이들링(공회전)을 멈출 수 있도록, 외부에서 전원을 공급하는 장치를 마련했다. 또한 배기가스로 인한 농산물의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시장 내에서 운행되는 전동차(터렛)와 지게차를 모두 천연가스 차량으로 교체했다. 실제 기자가 찾은 삿포로시장의 경매공간은 매연은 물론, 담배연기조차도 없었다.

▲ 삿포로시장의 하차구역. 이곳에서 전량하차 후 지게차를 이용해 왼쪽의 경매장으로 이송된다.
슈퍼마켓이나 소매업자들은 경매공간에 들어올 수 없다. 상품구매를 위해서는 중도매인을 통해야 했다. 구입한 물건도 중도매인이 직접 소매업자 주차공간까지 터렛으로 배송했다. 소매업자들은 지정된 주차구역에서 상품을 싣고 시장을 떠났다.
삿포로시장은 출하와 거래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했다. 출하자는 상장된 농산물에 대해서는 이견을 제시할 수 없다. 단, 최저가격을 정해놨을 경우 예외가 인정되지만, 이 경우에는 출하자가 관련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중도매인도 원칙적으로 경락받은 물건에 대한 가격조정을 요구할 수 없다. 삿포로시장내 2곳의 도매시장법인이 모두 인정할 정도로 ‘속박이’가 심한 상황이 아니라면 중도매인 책임이다.
하역문제도 우리와 달랐다. 현재 가락시장이 안고 있는 하역체계에 대한 이상적인 모델을 삿포로시장이 제시하고 있는 듯 했다. 출하차량이 하역장에 도착하면, 하역회사가 전량하차를 담당한다. 하역회사는 도매시장법인의 자회사로 운영되고 있으며, 하역된 물건은 파렛트에 실려 경매장에 진열된다. 하역회사의 임무는 여기까지다. 경매된 이후에는 낙찰받은 중도매인이 직접 터렛을 이용해 점포로 이동한다.
삿포로시 경제국의 사와다노부유끼(澤田信幸)는 “삿포로시장은 하루 1700톤의 물량을 취급하고 있으며 저온매장 시설이 있어 상품성 유지에 장점이 있다”면서 “현재 24명의 공무원이 공정거래와 위생 감독 등을 관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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