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업의 힐링푸드 ‘풀사료’

▲ 알팔파
◆풀사료이야기

풀사료는 조사료(組飼料)의 우리말로 목초(牧草)이외에도 채소류, 서류, 식량작물류, 담근먹이(사일리지) 등이 포함되는 개념이다.
풀사료는 인류가 동물을 가축으로 길들이던 때부터 이용했고, 풀을 저장해 사료로 이용한 것은 기원전 1,500~2,000년경 이집트에서 시작했다고 추정할 만큼 그 역사가 깊다.

우리나라에서도 예로부터 농업, 교통수단, 군용으로 이용되는 가축을 사육하기 위해 국가에서 관리 기구를 설치해 운영한 예가 있다.
최근 들어 농후 사료 중심의 공장식 가축사육 방식에 대한 논란이 가중되면서 풀사료가 가지는 여러 가지의 역할이 재조명되고 있다.
풀사료는 경제면에서는 수입대체 및 농가 경영비 감소 효과가 있고, 문화·환경면에서는 다윈적 기능으로 생태계를 힐링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 페레니얼 라이그라스
◆생산기반 확보 위한 노력

이상기후와 바이오에너지 사용의 확대에 따라 과거처럼 싼 가격에 곡물을 수입해서 농후사료에 이용하는 것이 점차 불가능해지고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서 해외의 풀사료 수입을 고려할 수 있으나 최근 국제 풀사료의 가격도 역사상 최고수준을 기록하는 등 사정이 여의치 못하다.
따라서 국산화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 되고 생산과 이용도 활성화 돼 2010년 우리나라 풀사료 시장의 규모는 약 1조 6천억 원, 자급률은 82% 수준까지 이르렀다.

우리나라 초지 면적은 국토의 0.4% 미만으로 OECD 국가의 평균 초지 면적 20%에 비하면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초지 면적이 작지만 자급을 위한 논, 밭, 임야, 간척지, 유휴지 등의 잠재적인 생산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

1970년대 농촌진흥청을 중심으로 풀사료작물 육종이 시작돼 기후에 적합하고 생산성이 높은 품종을 육성해오고 있다. 현재 이탈리안 라이그라스와 초지 조성에 적합한 톨 페스큐와 오차드그라스 등의 품종을 중심으로 지역에 적합한 초종을 개발 중이다.
또 풀사료의 생산과 농가소득 증대를 위해 각 지역의 지형, 기후 및 토양 특성에 적합한 최적의 풀사료 생산 작부체계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 켄터키블루그라스
◆자원순환형 농업의 연결고리

질 좋은 풀사료의 충분한 공급은 건강한 가축을 키울 수 있어 축산물의 품질을 높이고 경영비를 절감하는데 기여할 뿐만 아니라 본래 풀을 먹고 성장하도록 진화된 생물이기 때문에 동물 복지 측면에서도 풀사료의 충분한 공급은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겨울철의 휴경지나 작물을 심지 않는 유휴지 등을 활용하므로 토지 이용도도 높이고 풀사료도 확보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낸다.

또한 미래농업이 추구해야 할 ‘자원순환형 농업’의 중요한 고리로서의 역할과 국내 식량자급률의 향상 및 농가소득의 향상에도 크게 기여할 여지도 충분하다.
비료, 사료 등의 자원이 집중적으로 투입되는 집약적 농업은 생산성은 높아졌으나 환경오염이라는 부작용을 양산시킨다.
이에 우리나라에 맞는 자원순환형 농업모델을 개발하는데 풀사료 재배는 농업과 축산업을 이어주는 중요한 고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현행 60:40인 농후사료와 풀사료의 급여비율을 장기적으로 40:60으로 변화시키면 국내 농산업에 긍정적인 경제적 효과가 창출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생산이 늘어나게 되면 국내산 풀사료시장(1조 2천억 원)이 커지고 직간접적으로 농가소득도 증가되기 때문이다.
또 세계적으로 곡물의 사료화, 바이오에너지화로 인해 부족해지는 식량의 재분배 문제에 대한 해결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이러한 직접적인 가치 이외에도 풀사료의 생산 공간은 아름다운 경관, 교육 및 휴양처 등을 제공하며, 토양침식과 홍수의 방지, 대기정화 등 환경보전의 기능도 있다.

▲ 오차드그라스
◆농업의 새로운 기회로 인식해야

풀사료가 가지는 다양한 가치를 충분히 활용하기 위해서는 풀사료 산업을 단순히 가축의 먹거리를 생산하는 차원에서 탈피해 우리농업의 새로운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 요구된다.
풀사료 생산·유통기반 구축과 산업의 조기정착을 위한 연구와 집중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최근 지자체 중심으로 풀사료 생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 이상기상과 기후 온난화를 고려한 다양한 재배기술 개발이 시급하다. 풀사료 시장의 확대와 유통구조의 개선을 위한 품질판정기술 및 전산화 기술 등의 지원연구도 필요하다.

또한 풀사료 산업의 조기 정착과 새로운 패러다임 발굴을 위한 다양한 연구와 집중적인 투자도 필요하다.
최근 지자체나 생산자 단체가 적극적으로 풀사료 재배 및 자급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이에 대한 조율과 지원이 요구되고 있다. 지자체별로 매우 다양한 풀사료 작물이 재배되고 있어 품질에 대한 표준 제시가 시급하며 우리 농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생산자단체 등의 자립을 유도하는 정책개발이 필요한 시점이다. 
친환경농업, 동물복지, 자원순환형 농업 등의 사업이나 정책과 연계한 순환고리를 만들 수 있는 정책도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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